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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스 유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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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s Talk                                                                           뮤지컬 트레이스 유

 


 

    

뮤지컬 <Trace U> 

Creative team:  김달중 연출, 박정아 작곡, 윤혜선 작/작사, 신경미 음악감독, 이우형 무대/조명디자이너, 장재용 프로듀서 

 – 프리뷰 공연: 2012.11.03~11.25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Cast: 최재웅, 이율, 이창용, 윤소호) 

 – 본 공연: 2013.02.05~04.28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Cast: 최재웅, 이율, 이창용, 김대현, 손승원, 윤소호)

 

※ 이 리뷰 전체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트레이스 유>, 우리 자신을 trace하는 시간.

   넌 누굴까?.. 우리는 어떤 존재일까?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선과 악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동양에서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이 대표적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과학자와 의사들이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을 소재로 삼는 예술과 오락이 성행했다. 인간의 선과 악을 다룬 소설 <프랑켄슈타인>, <지킬박사와 하이드>이 대표적이다. <카인의 두 얼굴>이라는 영화도 있다. 또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도를 넘어서서 다중인격(해리성 인격 장애)을 다룬 작품들도 많다. <빌리 밀리건>, <13번째 인격> 등이 대표적인 소설이며, 이 밖에도 다양한 공포·스릴러 영화나 드라마가 그러하다. 뮤지컬 <Trace U>도 인간의 본성, 그리고 다중인격의 공존과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창작 뮤지컬 <Trace U>는 2011년 <그 남자의 비밀>이라는 원제로 ‘2011 창작팩토리 대본 공모’에 선정되었으며, 이듬해 ‘2012 창작팩토리 시범공연지원 공모’ 및 ‘우수작품 제작지원’에 당선되었다. 2012년 8월 한 번의 쇼케이스와 11월 3주간의 프리뷰를 거쳐서, 2013년 2월 부터 세 달 간의 본 공연을 올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두 인격의 상상 속, 홍대 락 클럽 드바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빈’과 ‘본하’라는 두 인격의 공존과 독립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기본 드라마를 전제로, 세부적인 스토리 라인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무대 위의 두 배우, 대사와 가사, 라이브 밴드의 음악과 영상 그리고 조명.. 이 각각의 단서 조각들을 관객 각자의 시선과 취향대로 조합하면, 비로소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된다. 그 다양한 해석들은 크게 보면 결국 하나의 메세지로 귀결된다. 보는 사람마다 완성하는 세부적인 그림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자 어려운 점이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던져지는 물음표들이 관객들을 자극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퍼즐 조각같은 대사와 가사
  <트레이스 유>는 대사와 가사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대사와 가사가 날실과 씨실처럼 촘촘히 짜여져 드라마를 완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사와 가사가 담고 있는 상징이나 중의적인 의미에 주목하며 관극할 필요가 있다.

  두 인격이 처한 상황은 ‘오이디푸스 신화’와 흡사하다. 클럽 이름인 드바이(Debai)도 오이디푸스 신화의 배경이 되는 테바이(Thebai)와 닮아있다. 극 중 인물이 그토록 사랑하며 기다렸던 그 여자는 사실 그들의 엄마라는 설정이며, 이들은 신화보다 더 극단적으로 한 여자에게 두 번 버림받는 기구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즉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버림받고 나서 훗날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버림을 받게 되는 데, 둘은 결국 동일 인물이었다는 일종의 ‘오이디푸스 신화’ 비틀기 이다. 이에 대한 복선은 본 공연에 새로이 추가 된 넘버 ‘#4. Crazy Night’에 특히 잘 드러난다.

  극 중 인물은 왜 다중인격(해리성 인격 장애)을 갖게 되었을까? 이러한 병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실존 인물들은 어린 시절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수차례 경험하면서 자기 보호를 위해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빈과 본하도 비슷했을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클럽에 버려져 부모 없이 커오면서 세상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과도한 자기애 또는 자기 방어 기제가 발동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두 인격이 공존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하다. 이에 대한 서브 스토리가 마치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처럼 ‘#2. 어느 소년 이야기’의 가사에 녹아있다. 본하가 우빈을 꺼냈 든 우빈이 본하를 꺼낸 것이든, 그들은 필요충분조건의 관계였을 것이며 그렇게 세상을 살아갈 힘과 돌파구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정체와 죽음… 이라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두 인격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갖게 된다.

공존 VS. 독립의 동상이몽(同床異夢)
  극 중에서 우빈은 끊임없이 두 인격의 공존을 이뤄내려는 인격이고, 본하는 자신은 독립적인 존재라고 믿으며 계속해서 독립을 갈구하는 인격이다.

  우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방어 기제를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의 충격(그 여자의 정체와 죽음)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억이나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그는 주로 무대의 하수(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봤을 때 왼편)쪽 동선을 사용하며, 그의 관조적인 심리상태도 하수에 위치한 스크린에 표현된다. 

  본하는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라고 착각 아닌 착각을 한다. 계속해서 쳇바퀴 돌 듯 그 여자와 만난 그 날의 사건(새벽 4시 이후의 기억)을 지운다. 그렇게 본하의 시간은 행복했던 새벽 4시 이전만을 향한다. 힘든 기억을 지우곤 하는,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지배 받지 않는 인격이다. 사랑하는 그녀를 기다리며 행복했던 새벽 4시에 스스로를 박제시키는 것이다. 주로 무대 상수(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봤을 때 오른편)쪽의 동선을 사용하며, 그의 감정적인 심리상태도 상수에 위치한 스크린에 표현된다.

 2인극과 락 공연의 결합
  우빈과 본하라는 두 인물이 짝을 이루어 공연하는 2인극이기 때문에 각 페어 간의 특징 차이가 명확하다. ‘최재웅(우빈)-윤소호(본하)’, ‘이율(본하)-이창용(우빈)’, ‘김대현(우빈)-손승원(본하)’의 세 페어가 있다. 세 명의 우빈과 본하가 기본적으로 같은 틀 안에서 같은 것을 연기하고 있지만, 그 표현방식이 세 페어 및 여섯 배우가 모두 다르다. 이러한 각 페어의 차이를 비교하며 관극하는 묘미가 있다. 4월에는 한정적인 회차로 크로스 페어도 공연되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락 클럽 공연과 뮤지컬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창작뮤지컬을 표방한다는 것이다. 클럽 공연의 라이브 적인 특성이 공연 초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하며, 매 회차 조금씩 색다른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애드립의 변화도 있다.
  두 케릭터가 자아와 대면하고 갈등하며 에너지를 분출하는 드라마에 락 음악이 주는 효과는 매우 크다. 드럼, 베이스 기타, 두 대의 일렉 기타, 키보드의 5인조 라이브 밴드가 일부는 무대 위에 일부는 무대 뒤에 위치하여 락 공연의 느낌을 더해준다. 극 중에서 클럽 씬과 내실 씬이 구분되어 진행될 때, 무대 위에 노출된 드러머와 기타리스트에게 드라마적인 역할이 부여되기도 한다. 클럽이나 콘서트에서나 가능할듯한 강력한 프로그레시브 락과 해비메탈 사운드를 소극장에서 구현하며 음악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준다. 
  관객 입장에서 락 공연과의 결합을 가장 크게 느낄 수 부분은 커튼콜이다. 배우, 밴드 그리고 관객이 하나 된 스탠딩 콘서트를 연상시킨다. 우빈과 본하에게 처해진 현실이 어떠하든 그들은 이 작품의 커튼콜처럼 계속 노래하며 살아갈 것이고, 우리의 일상 또한 그러할 것이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상 및 조명 기술
 <트레이스 유>의 또 다른 특징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상 및 조명 기술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무대 뒤에 위치한 여닫이 막에 비추어지는 메인 스크린 하나와, 무대 양 옆의 두 개의 서브 스크린을 사용한다. 이것은 마치 콘서트에서 아티스트를 비추는 송출 장치의 기능을 하기도 하며, 그들의 노래(진술)를 녹화하고 기록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시공간의 뒤틀림을 나타냄에 있어서 영상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으며, 그 밖의 드라마의 진행에서 영상이 주요한 힌트가 된다.

  조명과 그림자 또한 드라마의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가지 조명 기술로 다중 인격의 공존과 독립이 잘 표현된다. 특히 다채로운 조명을 사용하여 배경이 되는 그들의 상상 속 꿈과 희망의 클럽 드바이를 잘 구현했다. 기억의 왜곡과 박제된 시간, 인물의 감정의 변화 역시 영상과 조명의 힘을 빌려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그들의 인격이 우빈과 본하 단 둘이 아닌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명과 영상에 담기도 했다.

 

자신의 또 다른 인격을 trace하는 한 남자,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영화 <아이덴티티>의 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누구나 여러 가지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 가장 강한 성향이 바로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이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트레이스 유>도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극한 상황에 내몰리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빈처럼 기억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본하처럼 기억을 지우기도 하는 것 같다. 진실을 왜곡하는 인격과 시간을 박제하는 인격,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안에도 이러한 인격들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창작 뮤지컬 시장의 저변 확대에 기여
  한창 성장 중인 우리 창작 뮤지컬 시장에서, 각종 새로운 시도를 겸한 뮤지컬 <Trace U>의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 뮤지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에 있어서 또 다른 지평선을 열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각 뮤지컬 시장에는 지역적 특색이 존재한다. 뮤지컬 시장의 양대 산맥인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작품들은 그 특징이 서로 다르다. 레뷰(revue)에 근간을 두고 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대부분 코미디를 기본요소로 한다. 반면 웨스트엔드를 비롯한 유럽의 뮤지컬은 오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유머 보다는 사랑이나 죽음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창작뮤지컬 시장 역시 정체성이 필요하다. 지금 다양한 창작 작품들이 공연되면서 우리 뮤지컬의 색깔을 찾는 과정 속에 있다. <Trace U>는 드라마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며 창작 뮤지컬 시장의 저변 확대에 이바지했다. 앞으로도 이 작품처럼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우리 뮤지컬 시장의 정체성을 찾는 데에 기여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많이 올려 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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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은영 (vivid@stagekey.co.kr)

사진제공. (주)장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