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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사랑 사이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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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ONE MORE TIME 타이틀1

제목 없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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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는 밖으로 나가고 여자들을 만나는데, 그중 하나가 그의 입술이 아닌 목에 키스하려고 한다. 늙은 백작이 가로막는다-악마적인 분노-이자는 내 거야. 나에게는 그가 필요해.’ 1890년 3월 8일, 런던 라이시엄 극장의 비즈니스 매니저였던 브램 스토커는 전날 밤에 꾼 악몽에 대한 메모를 남긴다. 오늘까지도 광기와 죽음, 공포의 상징으로 소환되는 ‘드라큘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브램 스토커는 7년 간 더블린 성에서 공무원으로, 이후 30년 동안 존경하던 배우 헨리 어빙을 따라 라이시엄 극장의 매니저로서 성실히 근무했다. 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꼼꼼하며 치밀하게 사고하고 행동했던 사람이었으며, 소설과 연극에 대해 엄격한 검열을 주장했다. 그런 그에게서 <드라큘라>에 나타난 죽음과 공포, 성과 욕망의 상상력이 가능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엄숙한 사회 분위기, 오스카 와일드 사건으로 인한 동성애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이 가해지던 환경 속에서 브램 스토커는 7년의 시간을 거쳐 <드라큘라>를 내놓았다.

드라큘라원작

백작의 얼굴은 독수리와 매우, 극도로 흡사했다. 코가 가늘고, 콧마루가 높으며, 콧구멍은 양옆으로 벌어져 있었다. 둥근 이마는 앞으로 톡 튀어나왔고, 관자놀이 근처는 숱이 성겼지만 전체적으로는 머리숱이 많았다. 무성한 털이 한데 엉킨 짙고 두꺼운 눈썹은 미간에서 거의 일자로 이어졌다. 빽빽한 콧수염 아래로 보이는 입은 단호했고, 조금은 잔인해 보이기도 했다. 특이하게 생긴 날카롭고 흰 이가 입술 밖으로 튀어나와 있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눈에 띄게 새빨간 입술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 대단히 원기 왕성한 사람으로 보였다. 또한 귀는 핏기가 없으면서 끝이 매우 뾰족했다 턱은 넓고 강인했으며, 뺨은 홀쭉하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피부색은 대단히 창백했다.”      – 『드라큘라』 中

<드라큘라>의 형식은 소설의 일반적인 구성과 조금 다르다. 한 명의 서술자가 아닌 여러 인물의 일기와 편지, 녹취록과 신문기사 등 드라큘라 백작에 대한 다양한 기록이 모여서 하나의 책을 이루고 있다.

“백작의 몸뚱이 전체가 서서히 창밖으로 나오더니 무시무시한 심연을 향해 성벽을 타고 거꾸로 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백작의 망토가 거대한 날개처럼 등 뒤로 활짝 펼쳐졌다. 처음에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달빛 때문에 그림자가 어른거려 생긴 기이한 착시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백작은 풍화 작용으로 인해 회반죽이 완전히 벗겨진 각석의 모서리를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움켜쥐고, 울퉁불퉁 돌출된 곳을 이용하여 도마뱀이 벽을 타듯이 상당히 빠르게 기어 내려갔다.”   – 『드라큘라』 中

새빨간 입술과 날카로운 흰 이,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고, 성벽을 도마뱀처럼 기어 내려가는 드라큘라의 모습은 조나단 하커의 일기를 통해 묘사된다. 드라큘라를 둘러싼 다른 누군가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는 기록은 본질적으로 회고적인 성격을 가진다. 독자는 드라큘라와의 첫 대면에 관한 조나단의 충격적인 일기, 드라큘라의 계획을 파헤치려는 수어드와 반 헬싱의 기록, 드라큘라에게 끌리면서도 저항하는 미나의 일기를 조합해가며 읽게 된다. 흡혈귀의 특징과 은밀한 계획을 함께 추적하는 동안, 드라큘라의 존재는 사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더욱 큰 공포감을 자아낸다.

* 원작 인용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박종윤 옮김,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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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드라큘라가 흡혈을 통한 생존과 번식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면, 무대 위의 드라큘라에게 ‘흡혈’은 ‘사랑’의 다른 표현처럼 보인다. 드라큘라는 연인인 엘리자베스의 죽음을 겪으면서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기로 한다. 누구보다 강렬한 믿음과 사랑을 가졌던 그였기에, 이어지는 절망과 타락의 늪도 깊다.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사람의 피를 마시며 연인을 되찾기 위해 수백년을 떠돌았을 그의 영혼이 안쓰러워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드라큘라공연

1막은 드라큘라의 감춰진 진실과 그를 쫓으려는 반 헬싱의 행보가 여러 사건을 통해 긴박하게 진행되고, 2막은 주로 드라큘라와 미나의 내적 갈등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연인을 위해 흡혈귀가 되어 오랜 세월을 견뎠지만, 막상 그녀를 자신처럼 저주받은 존재로 만들 수 없는 드라큘라와 그에게 끌리면서도 거부해야 하는 미나의 고뇌와 망설임이 무대를 채운다. 회전식 무대를 통해 트란실바니아와 런던을 넘나드는 시공간의 이동과 고딕 양식의 기둥과 세트들도 작품의 스산하고 장중한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원작에서 ‘눈부신 아름다움과 강렬한 관능미를 갖’췄다고 묘사되는 여성 흡혈귀의 매혹적이면서도 소름이 돋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뮤지컬만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드라큘라의 이야기를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무대 위의 드라큘라는 엘리자베스의 환생인 미나에게 열렬히 구애하고 그녀의 거부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처절한 복수를 다짐한다. 원작에서 그려진 치밀하고 냉정한 모습에서 벗어나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정열적이고 뜨거운 존재임을 숨기지 않는다.

잔인함과 악의 근원처럼 여겨지는 드라큘라지만, 원작의 마지막에서 그는 ‘그 얼굴에 존재하리라고 상상도 해보지 못한 표정’을 가진, ‘마지막 분해의 순간에 얼굴에 평화를 떠올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이렇게 원작에서 은연중에 드러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초점을 맞춰 드라큘라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흡혈귀라는 보통명사로서의 드라큘라가 아닌, 사랑과 배신 속에서 파멸해가는 한 영혼의 솔직한 모습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글. 이정민기자 (jmlart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