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ISSUE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 모두모두콜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 모두모두콜

204
0
SHARE

비교적 한산했던 지난 10일 대학로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함께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풍성했던 행사가 열렸다.

125

최근 ‘푸른달의 기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극단 <푸른달>의 이야기는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올라온 한 관객의 후기를 본 박진신 연출이 갤러리에 직접 글을 남기면서 시작이 되었다.

138

박진신 연출의 진심어린 글에 감동한 연극.뮤지컬 갤러리 이용자들은 극단 <푸른달>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극단의 소원이었다는 ‘프로그램북’ 제작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극단 <푸른달> 측은 ‘모두모두콜’이라 명명한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의 프레스콜을 열어 기자 및 관객을 초대하고, 자신들이 감사를 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인 공연으로 화답했다.

169 171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는 2015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부문 참가작으로 마임극, 인형극, 오브젝트 활용 등 독특한 연출을 선보여 왔던 박진신 연출의 첫 창작 정극이다.

191

장애가 있는 아들 유하, 치매에 걸린 노모와 함께 살아가는 과일장수 손순과 그의 아내 지희는 벼랑 끝에 내몰린 채 근근이 살아간다.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손순이 아들 유하를 산에 묻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196

삼국유사 ‘손순’의 설화에 현대적인 해석을 덧붙인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소중하게 여긴 한국 사회가 물질만능주의로 변모하는 과정을 ‘효’라는 소재를 통해 그려내며 시대를 관통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208

무대 연출로 사용한 붉은 실과 대나무, 인물을 인형으로 표현한 연출은 그동안 추구해왔던 극단 <푸른달> 만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인물의 갈등과 심리를 표현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활용한다.

마치 사람 몸속의 붉은 혈관과도 같이 ‘사람의 인연’, ‘부모자식 간의 끈’으로 한데 묶여 있던 붉은 실이 풀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 작품은 가난 앞에 가족마저 해체될 수 있는 현대 사회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40 242

또한 모든 공간과 소품을 표현하고 있는 대나무는 ‘효’라는 이름하에 올곧게 뻗은 착한 마음이 되었다가도, 끝내는 죽창처럼 서로의 마음을 날카롭게 찌르고 쉼 없이 흔들린다.

247 262

유하로 표현된 인형 역시 이 작품의 상징이자 매력으로 손꼽힌다. 인형을 통해 ‘아이들’이라는 대상이 가진 순수함을 상기시키고, 관객들에게 상상의 영역을 열어줌으로써 이 작품이 말하고자하는 현실적이고도 근본적인 질문과 대비를 이룬다.

283 303

전막시연으로 준비했던 이날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관객들은 작은 소극장을 울림으로 가득 채울 만큼 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일부는 땀 흘리며 80분간 열정적으로 연기해 준 배우들에게 기립박수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335

관객 한 명 한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극단 관계자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 것처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을 많은 사람들은 ‘푸른달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이 양질의 공연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애초에 기적 같은 것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연극계의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지금의 ‘푸른달 효과’는 공연에 대한 열정 하나로 꿋꿋하게 버텨온 극단 <푸른달>에게 우연하게 찾아온 ‘행운’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끝을 맺을 ‘행운’의 뒤에는 ‘행복’이 채워지길 기대해 본다.

338 355

하루하루가 소중한 기록이 될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는 원래의 일정에서 일주일 연장한 오는 5월 31일까지 공연되며, 이어 보은의 의미로 준비한 박진신 연출의 마임 모놀로그 <인생은 아름다워>가 6월 3일부터 17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글, 사진 이하나 (bliss@stagek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