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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작곡가 [여신님이 보고 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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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이루는 어려가지 요소 중, 뮤지컬을 가장 뮤지컬답게 만드는 것은 음악이다. 뮤지컬 음악은 드라마에서 대사로 다 표현 되지 못하는 극의 분위기, 인물의 심리를 멜로디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음악이 드라마와 얼마나 잘 어우러지냐에 따라 극의 밀도가 올라간다.


이런 뮤지컬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걸까? 드라마 전개에 음악이 잘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창작극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작곡가 이선영 작곡가를 만나 뮤지컬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선정된 창작 뮤지컬이 상업화 될 수 있도록 후원해주는 ‘예그린 앙코르’에 선정 되어 2013년 1월에 초연을 올린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데뷔한 이선영 작곡가는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 영화 음악 작곡이 꿈이었던 그녀는 방송 음악 일을 하고 있었고, 우연히 지인을 통해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내의 동아리를 알게 되면서 뮤지컬에 입문하게 되었다. 
“3주 후에 연습도 아니고 공연이라고 저에게 급하게 작곡을 부탁했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배우들이라는 사람을 봤어요. ‘이 사람들은 뭐지?’할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에 반해서 뮤지컬이라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딱!하고 들었어요.”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든 그녀는 뮤지컬 작곡에 대해 배우기 위해 아카데미 ‘불과 얼음’에 등록했고 그곳에서 <여신님이 보고 계서>의 한정석 작가와 박소영 연출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의 인연을 뒤로 하고 아카데미에서 초급반을 마친 그녀는 중앙대 워크샵 공연을 하는 선배로 인해 양주인 음악감독을 만나면서 조음악감독 생활을 시작한다.  

조음악감독이 하는 일은 배우들의 보컬코치, 피아노 반주, 세션과 밴드 연주 등 음악감독이 하는 일을 돕는 일이었다. 작곡하고는 거리가 먼 일이었지만 뮤지컬 작곡을 할 때 필요한 ‘드라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터라, 안무 시간이나 드라마 시간 등 조음악감독이 필요 없는 때에도 나가며 현장에서 뮤지컬을 배웠다.  

“조음악감독을 하며 만났던 연출님들, 작가와 작곡가, 뛰어난 배우들이 전부 제 뮤지컬 스승들이에요. 조감독하면서 시스템을 배우고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배웠으니까요.” 

그렇게 그녀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탄생하기 전인 2012년까지 조음악감독 일을 했다. 뮤지컬 작곡이라는 원래의 꿈과 멀어지는 것 같은 불안감도 느꼈지만 결국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이선영 작곡가를 만난 ‘퍼블릭팀’은 제일 먼저 <여신님이 보고 계셔> OST 발매에 대한 축하를 전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OST 발매 축하드려요. 첫 뮤지컬 작곡인데 OST로 발매도 되고 반응도 좋아서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네, 굉장히 영광이에요. 요즘 OST가 나오기 힘들잖아요. 라이센스도 OST를 내기 힘든데, 창작에 소극장인 저희 작품이 OST를 내게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팬 분들이 많이 원하시기도 했지만 연우 대표님이 저희 작품에 마음을 많이 써주셨어요. 제작사에서 모른 척 하면 그만인데 여러 가지 면을 신경 써 주셨죠. 제 이름으로 공연이 올라가는 것도 너무나 벅찬 일인데,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앨범이 나온다니 더욱 벅찬 기분이에요. OST가 판매되기 전날부터 연출님이랑 함께 회사로 연락해서 지금 주시면 안 되냐고 졸라서 집에서 듣고……(웃음). 며칠 전에는 대학 작곡 은사님께 프로그램과 OST를 선물로 드렸어요.

2CD로 된 <여신님이 보고 계셔> OST에는 전 캐스트의 배우가 참여했는데, 언더 배우까지 참여한 경우는 이례적이라 매우 놀랐습니다.  


김현식 배우는 초연 때부터 재현 때까지 작품을 많이 도와주고 함께 동고동락하며 고생한 배우예요. 공연이 올라오는 동안 이것, 저것 마음 써 준 것들이 무척이나 많아서 OST작업을 함께 하는 것이 당연했어요. 제작사인 연우도 그런 면에서 인간적인 기획사여서 마음을 많이 써주셨어요. 그래서 이렇게 다함께 OST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여신님이 보고 계서> 넘버를 들어보면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곡을 구성하고 배치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어떤 곡을 어떤 song form으로 구성하고 배치하느냐는 드라마를 맡은 한정석 작가가 많은 관여를 하고, 저는 음악적인 조율을 맡았어요. <여신님이 보고 계서>가 처녀작이다 보니 드라마를 어떻게 음악으로 바꿔야 할지 감이 잘 서질 않았거든요. 특히 ‘여신’을 어떻게 음악으로 쓸지가 가장 난감했어요. ‘여신은 대체 무슨 멜로디를 부르지?’부터 시작해서 무수한 고민들을 했죠. 그래서 한정석 작가와 전체적인 틀을 가지고 넘버에 대한 분위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작품에 대한 메인 테마에 대해 정할 때 가장 많이 한 얘기가 ‘폭풍의 눈’이에요. 무인도 이외의 모든 곳은 현재 전쟁 중이잖아요. 폭풍의 눈 안은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안전하듯이, 극 중의 인물들도 무인도라는 폭풍의 눈에 있었기 때문에 전쟁에서 잠시 벗어나 여신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죠. ‘예그린 앙코르’ 때는 여기에 관련된 대사도 있었어요. 영범이 군인이 된 이유에 대해 말하는 대사였는데, 군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밖은 폭풍(전쟁) 속이지만 그 중심인 군인은 지시만 내리면 되는 안전한 폭풍의 눈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뉘앙스의 대사였어요. 그래서 음악도 ‘누구를 위해’로 시작해서 ‘누구를 위해’로 끝나요. 처음과 끝이 리프라이즈가 되는 같은 곡이지만, 처음에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우린 지금 이러고 있어?라며 의문을 던졌던 병사들이, 끝에는 해답을 찾는 형식이죠. 누구를 위해? 내 여신님을 위해! 그래서 끝 엔딩 부분에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누구를 위해’가 믹스가 되요. 이렇게 처음과 끝인 겉은 바삭하지만 안은 달콤하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었습니다.

 

작곡을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어떤 부분들인가요?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은 ‘볼륨감’이에요. 검정색은 흰색이랑 있을 때 제일 까맣게 보이고, 시끄럽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면 그 조용함이 크게 느껴지잖아요? 그런 식의 대비효과를 많이 썼어요. 그래서 첫 곡 ‘누구를 위해’에서는 시끄러운 효과음을 많이 넣고, 두 번째 곡 ‘난 울지 않는다’는 악기를 단조롭게 편성해서 분위기를 훅 떨어트렸죠.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나오는 넘버들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강, 약, 강, 약이 반복돼요. 연달아 나오는 곡들이 서로 대비를 많이 이루도록 구성해서 서로 더 돋보이게 한 거죠. 계속 꽉 차있는 음악을 듣거나, 계속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마비되잖아요. 그래서 계속 리듬감과 볼륨감을 신경 썼어요.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말로만 들으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데요, 볼륨감이 극 속에서 어떻게 적용 되었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앞서 말했듯이 첫 곡인 ‘누구를 위해’는 쾅쾅 울리는 효과음들을 많이 사용했어요. ‘난 울지 않는다’는 악기를 확 줄여서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악몽에게 빌어’에서는 다시 악기의 편성을 늘려서 밀도를 높여 주고, 그 뒤에 나오는 영범이 부르는 동요 ‘꽃나무 위에’는 최대한 단순한 멜로디를 차용해서 만들었어요. ‘그저 살기 위해’ 뒤에는 어둡고 비인간적인 면과 대비되는 ‘여신님이 보고 계tu’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전환되고, ‘그대가 보시기에’로 그 분위기가 이어지죠. 이렇게 밝은 부분은 확 밝게 가고, 줄일 땐 확 줄여서 대비효과를 냈어요.  

이렇게 설명을 들이니 이해가 잘 되네요. 이 볼륨감 때문에 얘를 많이 쓰셨을 것 같아요. 

뮤지컬은 대부분 음악을 들으며 드라마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겠구나하는 감이 생겨요. 그런데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강약이 반복 돼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극적 긴장감을 주죠. 음악 자체도 다양한 장르를 적용해서 다양한 색깔을 넣고요. 이렇게 곡을 썼을 때 작곡가로써 가장 많이 듣는 지적이 ‘통일성’이에요. 심사위원 분들도 ‘어떤 걸로 통일감을 줄 것인가?’에 대해 물으셨어요. 이 ‘통일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은 특정 장르로 규정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양함을 무기로 삼자고 생각했죠. 그 다양함 속에서 리프라이즈를 통해 작품의 테마를 부각시키는 통일감을 줬어요.


순호가 혼자 불렀던 ‘그대가 보시기에’를 뒤에서 합창으로 부르고, 첫 곡 ‘누구를 위해’를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섞여서 마지막에서도 반복되게 하고, ‘장군님이 보고 계셔’도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샘플링한 곡이예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환상적인 분위기로 갔다면, ‘장군님이 보고 계셔’는 스네어 드럼을 사용해서 군가처럼 바꿨어요. 그 밖에도 중간 중간 테마가 섞이고 샘플링된 부분들이 많아요. ‘꽃나무 위에’라는 동요가 극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데, 이 동요를 들으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입구 같은, 그런 고향 같은 감성을 지닌 곡으로 사용했어요. 우리 민족 모두가 알고 있는 아리랑처럼 무인도의 병사들 모두가 알고 있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함께 부르는 곡인 셈이죠. 그래서 석구가 누나한테 고백하는 장면, 주화 사연 중간 등등에 ‘꽃나무 위에’가 자주 bgm으로 쓰여요. 이런 방법들로 통일감을 최대한 주려고 노력했어요.

 

 

대본에만 상징과 비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음악도 대본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것들이 숨어 있네요. 여러 가지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티 나지 않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라 알아주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지만(웃음).

 

‘보여주세요’에서 순호가 여신님한테 ‘왜 나한테 나타났어? 난 안 믿었잖아’라고 말하면 여신님이 ‘내가 믿었으니까요’라고 말하는데, 초연 때는 bgm이 요술봉 느낌이었어요. 재현에서는 ‘악몽에게 빌어’로 바뀌는데, ‘악몽에게 빌어’ 멜로디가 서서히 깔리면서 ‘꿈결에 실어’멜로디로 이어져죠. 순호라는 캐릭터의 마음이 바뀌는 부분이기 때문에 복선이 될 만한 곡을 깔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순호가 트라마우마를 겪는 ‘악몽’이 여신님을 만나면서 ‘꿈결’ 즉, 여신님의 꿈으로 바뀐다는 의미를 부여해서 bgm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두 개의 음악은 음악적으로는 분리되지만, 드라마적으로는 이어지는 의미를 두고 싶었어요. 순호는 이 장면을 통해 어떻게 변화했을까? 어떤 음악을 사용하면 드라마적으로 효과적인 감정표현이 가능할까? 등등의 생각을 하며 만들었죠. 근데 아무도 몰라주세요(웃음).

 

 

드라마 전개에 음악이 잘 녹아있어서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마 관객들도 다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셨을 것 같아요. 

알아주시면 굉장히 감사한 거고, 모르신다면 아직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넘버 중에 가장 빨리 완성하신 곡은 어떤 곡인가요? 더불어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작곡하면서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들어 보고 싶습니다. 

가장 빨리 완성 된 곡은 ‘그대가 보시기에’에요. 커피숍에서 정석작가가 먼저 쓴 가사를 보여 줬는데, 가사를 보자마자 후렴구를 지었어요. 정석작가와 노래의 컨셉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도, ‘이 곳은 정말 미친 듯이 밝게 가는 거야!’, ‘얼마나 밝게?’, ‘형광색처럼 가자! 그 전까지는 파스텔 톤이었다면, 이 곡은 형광톤으로 완전 확 튀게 해서 분위기를 전환 시키는 거야.’하고 단숨에 컨셉을 잡았죠. 집에 와서 밝고 통통 튀는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백설 공주에 나오는 일곱 난쟁이를 봤어요. 일곱 난쟁이 광부들이 석탄을 캐러가면서 부르는 요들송 동영상을 보며 거기에 착안해서 ‘유후~’하는 의성어들을 넣고, 통통 튀는 가사를 살리고, 순호가 연기를 할 수 있는 구절을 체크하면서 완성을 해나갔는데 거의 하루, 이틀정도 걸린 것 같아요.


가장 처음 쓴 곡은 ‘꿈결에 실어’였어요. CJ 리딩에 응모 할 때 뽑힐지, 안 뽑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곡 하나를 구체적으로 써야 했는데 제가 직접 불러야 해서 그다지 높지 않게(웃음),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자장가 컨셉으로 편안하게 썼어요. 아무 욕심 없이 쓴 곡이죠.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들게 쓴 곡은 ‘악몽에게 빌어’예요. CJ 리딩 공모에서 1차, 2차를 모두 통과한 뒤에 이 작품을 리딩으로 올리느나 마느냐하는 상황에서 쓴 곡이라 욕심을 가져야 했거든요. 힘을 주고 쓴 곡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죠.

 

그 밖에 ‘보여주세요’는 이지숙 배우가 캐스팅이 된 상태에서 썼는데, 고음을 잘 부르셔서 ‘음~ 지숙이니까 뭐.’ 하면서 마음대로 썼다가 너무 높아서 이지숙배우 외에는 아무도 못 부르는 곡이 됐어요.

예그린 공연 때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첫 CJ 리딩 공연부터 재연까지 이지숙 배우님이 홀로 여신님을 소화하고 계시는데요, 이 작품에서 이지숙 배우님의 존재감, 영향력이 상당할 것 같아요. 공연이 계속 재공 되다보면 여신님역도 다른 역할들처럼 더블캐스팅이 되거나 다른 배우님이 투입 될 것 같은데, 그 때를 대비해서 생각 해놓은 여신님역의 조건이나 특징이 있으신가요? 

이번 재연 공연 기간이 4개월이라 배우 분들 목에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모든 배역은 더블 이상으로 갔는데, 여신님은 한 명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원캐스트로 갔어요. 포스터를 떠올렸을 때 두 명의 여신이 같은 복장을 하고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까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여신님은 그냥 절대적인 존재여야하고 한 분, 그 분 뿐이어야 한다는 게 연출가님을 비롯한 저희의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이지숙 배우한테 전화해서, ‘4개월 동안 원캐스트로 할 수 있겠어요?’ 했더니 ‘원캐스트 오래 했어요.’라고 응해줘서 다행히 여신님을 한 명으로 세울 수 있었어요. 지숙씨가 원캐스트 전문 배우거든요(웃음). 자기관리가 뛰어나서 원캐스트를 그동안 많이 하셨어요.


만약 나중에 다른 여신님이 캐스팅 된다면, 제가 관여할 수 있는 건 음악적인 부분에 한 해서 일거예요. 우선 여신님이라고 하면 이쁘고 아름다운 외관을 떠올리잖아요. 아, 물론 그렇다고 이지숙 배우가 예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웃음). 작품 처음에 만들 때부터 연출님, 작가님, 제가 셋이서 공통적으로 나눈 의견은, 이목구비 뚜렷하고 코가 높은 서양식의 화려한 얼굴은 저희 작품의 여신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약간 동양적이고 단아한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죠.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팔색조 같은 매력과 연기와 노래의 스펙트럼이 넓어야 하죠. 음악적으로는 여신님에게 가장 중요한 넘버는 ‘보여주세요’와 ‘꿈결에 실어’예요. ‘보여주세요’에서는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와 단단한 고음을 필요하고, ‘꿈결에 실어’에서는 중저음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색을 가져야 하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따뜻한 마음씨. 저희 작품 속 캐릭터들과 관객분들에게 여신이란 존재는 희망과 위로의 존재잖아요. 그래서 그 역할을 하는 배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넓은 마음씨, 인성, 됨됨이가 갖춰진 배우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유, 그런데 이런 배우를 또 어디 가서 찾아요? 종신 계약해야 해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 넘버들은 귀에 착착 감기고 듣기에 편안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데 막상 따라하려고 하면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넘버들을 흥얼거리고 있다 보면 세삼 배우들이 부르기에 힘든 곡이란 생각이 드는데, 음악 연습하실 때 어떤 어려운 점이 있었고,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배우들이 넘버 때문에 참 고생을 많이 했죠. 몇몇 배우 분들이 저 작곡가가 미쳤다고! 하하, 농담이구요. 처음에는 다들 힘들어 하셨지만 배우분들이 워낙 밝고 긍정적이고 열심히 하시는 즐겁게 연습했어요.

 

연습 초반에는 ‘누구를 위하여’를 가장 어려워 하셨어요. 그 곡이 듣기에는 편안한데 계속 반음의 연속이고, 화음도 넣어야하고, 키가 계속 바뀌는 전조가 많거든요. 여기에 적응하시느라 매우 힘들어 했죠. 제가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부분이 ‘고음’이었어요. 왜 이렇게 고음이 많냐고(웃음). 저는 배우들한테 ‘이번 기회에 뚫어~’하고 반박하고. ‘누구를 위해여’, ‘그저 살기 위해’같은 강한 곡들은 처음엔 어렵지만 연습을 하다보면 적응이 돼요. 오히려 갈수록 어려운 곡은 ‘꽃나무 위에’와 ‘그대가 보시기에’같은 단조롭고 조용한 곡이었어요. 이런 곡들이 음악적으로 단순하고 어렵지 않아서 음정을 실수하면 바로 표가 나거든요. 그래서 연습 중간부터는 이런 곡들을 힘들어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아무 반주도 없는 상태에서 배우들이 음악을 시작하는 거 좋아해서, ‘보여주세요’가 시작 될 때 아무 음도 안 나오는 상태에서 배우가 ‘보여주세’까지 부르고, ‘요’할 때 반주가 들어가요. ‘꽃봉오리’ 후주도 맨 바닥에 헤딩하듯이 아무 것도 안 깔린 상태에서 배우가 절대음으로 ‘레’음과 ‘솔’음을 내야해요. 이걸 잘 못 내면, 뒤에 들어오는 피아노 반주와 음이 어긋나서 곡이 망가져요. 배우들에게는 굉장히 어렵지만, 침묵 속에서 악기 없이 사람 목소리만 들리는 걸 너무 좋아해서 사이사이 이런 걸 많이 넣어놨어요. 그래서 배우들이 음정 잡기 힘들어 하시죠. 그리고 사실 ‘꽃봉오리’ 후주 부분에서 맨 바닥에 헤딩하듯 배우 분들이 음을 시작하는 건, 최성원 배우와 안재영 배우가 음감이 좋아서 과감히 시도한 거예요. 넘버들이 어려운데도 뛰어난 배우 분들이 뛰어난 음악성으로 잘 해주고 계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충무아트홀 초연 때는 세션이 있었는데, 이번 재연에서는 MR로 바뀌어서 음향 스텝 분들의 고생이 컸을 것 같습니다.


음향 스텝 분들 할 일이 너무 많아졌죠. 쪼개져 있는 MR이 많고, 큐 싸인도 많고, 씬 중간 중간 들어가는 배경음도 많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효과음이에요. 음악 중간에 끼워 넣는 효과음, 폭탄소리 등등 효과음이 100개가 넘어요. 그래서 저희 끼리 이 극을 ‘효과음이 보고 계셔’라고 불러요.


음향감독님이 워낙 스님 같으셔서 부탁하는 대로 ‘네’하고 수용해주시고 웃으시면서 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음향 팀이 할 일이 많아서 고생 하시면서도 큰 실수 없이 너무나 잘해주고 계셔서, MR로 바뀌어서 불안하거나 잘 안 맞거나하는 건 전혀 없어요.

<여신님이 보고 계서> 넘버들을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원, 투, 쓰리, 포’에서 사행시 부분이었어요. 코러스들이 사행시 운을 띠우는 것을 보며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작곡을 하실 때부터 염두에 두신 설정인가요? 아니면 연습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인가요?


코러스를 적극 활용하자는 계획은 정석작가와 작품 계발할 때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이유 없이 코러스 사용하는 게 싫어서 드라마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있는 코러스를 만들었어요. 이 넘버에서 주화가 과거에 누이에게 배운 춤을 군인들에게 가르쳐주는데, 주화가 과거 회상을 하는 동안에도 군인들이 춤을 춰요. 군인들이 춤을 추는 현재에서 주화의 과거가 덮어지듯 오버랩 되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상황인거예요. 다른 군인들이 운만 띄워주고 빠지면 재미가 없으니까, 코러스를 넣으면서 과거의 시간(주화와 누이)과 현재의 시간(무인도의 군인들)이 계속 함께 흐르는 드라마적 효과를 생각했어요. 덧붙여서 이 넘버는 주화의 슬픈 사연이 더 돋보이도록 일부러 더 밝은 곡을 썼어요.
 


비슷하게, ‘악몽에게 빌어’도 연출, 음악, 드라마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넘버인 것 같아요. 관객들 사이에서 ‘좀비춤’이라고 불리는 안무가 굉장히 독특한데, 이것도 작품을 계획 할 때 있었나요?


아니요, 그건 작곡을 하면서 생각했어요. 가사에 영향을 받고 곡을 쓰는 타입이거든요. 예를 들면 ‘악몽에게 빌어’는 ‘끈질기게 너는 나를 쫓아온다’ 는 가사에 착안해서, ‘끈질기게 쫓아와? 그럼 돌림노래!’하고 이 부분을 돌림노래로 만들었어요. 순호가 먼저 부르면, 코러스가 뒤를 이어서 쫓아오는 돌림노래로 만들었더니 정말 끈질기게 쫓아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안무에 군화 소리가 들어가는 부분은 ‘잔인한 걸음, 사나운 총성, 선명한 비명’이라는 가사에 착안해서 전쟁을 상징하는 군화소리, 총성소리가 순호 귀에 계속 맴도는 것을 생각하고, 음악적으로 리듬감을 살렸어요. 여기에 연출님이 시각적으로 압도할 수 있는 안무, 움직임을 잘 배합해주셨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씬이 만들어 진 것 같아요. 
 


가사에 영감을 많이 받아서 곡을 쓰신다고 하셨는데, 다른 예가 또 있나요?


‘그저 살기위해’에서 ‘생각을 멈추고 기대를 버린다.’ 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 가사를 보고 ‘아, 그럼 음악을 전부 다 잠깐 멈추자’하는 영감을 받았어요. 이 가사가 나오기 전에는 음악이 무척 시끄러운데, 이 가사가 나오면 음악이 정지 되듯 멈추는 거죠. ‘서로의 등 뒤로 칼날을 겨눈다’라는 가사에서는 칼날 소리 효과음을 넣어줬고요. 이런 식으로 가사의 의미가 음악적으로도 드러나고, 잘 전달되도록 표현하려고 해요.

 

작가와 작곡가의 협업이 굉장히 잘 된 작품 같아요.  


작품을 만들면서 정석작가와 매일 통화를 했어요. 그래서 작품 계발할 당시에 전화비가 정말 어마어마했죠. 일 이야기를 작정하고 하기 보다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얘기했는데,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쌓이고 쌓였던 것 같아요. 연출님, 작가님 모두 워낙 말이 잘 통하고, 협업자이기 전에 즐겁고 좋은 친구 분들이에요. 

연극 <개인의 취향>에도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작곡가님이 추구하시는 음악 스타일, 작곡가님만의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 연극에는 아주 적은 부분만 참여했어요. 뮤지컬을 가장 좋아하지만 뮤지컬만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음악이 하고 싶었던 거거든요. 뮤지컬은 한 작품을 쓰는 것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공연화 단계까지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서 이것만 고집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도 지금 정석작가와 3인극 작품을 개발 중이에요. 남자 케릭터 둘과 여자 케릭터 한 명이 나오는데,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형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쓴 사람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예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는 정반대의 작품을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음악적으로는 뭔가 나온 것은 없고 현재 정석작가가 트리트먼트 작업 중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훗날에 제 음악으로 앨범을 내고 싶어요. 장르에 국한 되지 않고, 그냥 나만의 음악이 담긴 앨범. 앨범을 내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꾸준히 계속 하다 보니 저만의 음악 스타일이 담긴 앨범이 나오는 식으로 앨범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뮤지컬이나 공연 음악 외에 저만의 음악을 한번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단독 창작자로서 저만의 색이 담긴 음악을 하면서 저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나면, 무슨 작업을 하던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던 제 색깔이 담긴 음악이 나올 것 테고, 그것이 작곡가로서 더 좋은 모습일테니까요. 그래서 저 만의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안 나오면 할 수 없지만, 앨범을 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부탁드립니다.


관객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해요. 제작사에서 개발한 작품들이 무대화 되는 것이 대다수인 시장인데, 저희 작품은 창작자들끼리 시작한 작품이잖아요. 작가님이 먼저 시작해서, 제가 참여하고, 연출님이 참여하고, 배우들이 들어오고, 연우가 제작을 맡아주고, 다른 스텝 분들도 들어오시고, 관객 분들도 자기 작품처럼 아껴주시고……. 그런 것들이 저에겐 굉장히 기적 같이 느껴졌어요. 1년 전, 예그린 하기 전부터 이 작품이 과연 상업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거든요. CJ 리딩 때 반응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작품이 실제로 상업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작품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예전에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우리 작품’ 이라고 칭할 때, ‘우리’의 의미가 작가님, 연출님, 저 셋이었어요. 그 ‘우리’의 범주에 배우 분들이 들어오고, 연우 기획사 분들이 들어오고, 많은 스텝 분들이 들어오고, 이제는 많은 관객 분들이 그 범주에 들어오셨어요. 다들 정말 자기 작품처럼 아껴주고 사랑해주시면서 ‘우리 작품’이라고 불러 주시는 게 감사하고 신기해요. 시작은 셋이서 꾼 꿈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꿈이 된 거잖아요. 이 직업이 참 고되고, 불규칙한 수입에, 앞을 알 수 없는 직업이고, 제가 쓰는 다음 작품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게 현실인……, 온갖 힘든 조건을 갖춘 직업이지만, 관객 분들이 제가 쓴 작품을 좋아해주시고 감동받아서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 힘을 얻어요. 그 분들은 이 작품으로 힐링이 되었다고 하시지만, 저는 관객 분들의 그런 모습 보면 힐링이 돼요. 그래서 다음을 꿈꿀 수 있고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힐링의 순환이 신기하고, 관객 분들을 비롯해서 함께하는 배우 분들과 스텝 분들께도 너무 감사해요.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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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윤희,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