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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수> 이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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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이우종 배우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넌지시 질문을 건넨다. “제 이미지가 어떤 것 같으세요?”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말.”이라는 말로 진심을 전한다. 공연의 중반을 넘게 달려온 지금까지도 <로기수> 속 ‘배철식’이라는 인물을 더 잘 표현하고 싶다며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우종 배우의 모습에, 군데군데 배철식이 내비친다.

한 소년에게 춤이라는 것이 어떤 것으로도 맞바꿀 수 없는 자신의 일부가 된 것처럼 뮤지컬 <로기수>는 설사 그 곳이 전쟁터일지라도 한자락 희망으로 꽉 움켜쥐어야 할 것은 ‘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소년의 곁에서 배철식은 지극히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희망을 키워 나간다.

배철식이라는 소년처럼 앳된 얼굴을 한 이우종 배우는, 여전히 깨지고 다쳐가며 새롭게 배워가는 중이다. 아직은 이뤄온 것보다 이뤄나가야 할 것이 많기에 배우로서 더욱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배우 이우종’과 그가 연기하는 ‘배철식’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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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해왔던 역할과는 굉장히 다른 이미지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전쟁실화’라는 소재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처음 제안을 듣자마자 “무조건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죠. 직접 거제도를 방문한 뒤에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들을 더 재밌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욕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정말 잘 해내고 싶었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배철식’이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인가

굉장히 똘똘한 인물이란 것 이외에도 배철식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공연에 나오지만, 제가 생각하는 배철식을 정의한다면 굉장히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밝은 인물인 것 같아요. 실제로 저도 긍정적이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고요.

연기 이외에도 사투리나 탭을 함께 연습해야 했던 것으로 안다. 어렵지는 않았나

처음에 가장 어려웠던 건 북한말이었던 것 같아요. 사투리 연기도 처음이고요. 북한말로 대화를 하다보니까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느낌도 들고, 이게 사투리인지 새로운 언어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나중에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탭은 어땠나

탭은 아주 어렸을 때 6개월 정도 배우기도 했고, 아이돌 연습생 때도 배워서 기본적인 탭은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물론 <로기수> 에 나오는 탭이 배웠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게 어려웠다기보다는 재미있다는 느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오히려 열정적으로 해보고 싶었는데, 철식은 기수처럼 많은 탭을 소화하는 역할이 아니다 보니 그게 너무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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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을 비롯해서 배우들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연습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는가

모든 배우들이 물집이 잡히고 뒤꿈치가 까질 정도로 모두 열심히 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반성하고 뒤돌아 볼 수도 있었고요. 그리고 창작 초연이다 보니 서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창작의 기쁨도 있었어요.

<로기수>를 통해 체감한 창작 초연의 느낌은 어땠나

저는 창작 작품은 많이 해보지 않았어요. ‘재밌다’, ‘힘들다’ 이건 당연한 거고. 제가 가진 것들을 더 끌어내고, 더 큰 걸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슬픔이 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잘하는 형들도 많다보니까 계속 시도를 하기 보다는 저도 모르게 형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가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에게는 이번에 ‘창작초연’이라는 경험이 많은걸 가르쳐 준 계기가 됐어요.

또 다른 배철식인 오의식, 정순원 배우와는 다른 자신만의 강점이나, 관객들이 이 부분에 집중하고 봐줬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는가

굳이 꼽자면 딱 하나인 것 같아요. 젊음?(웃음) 어렸을 때부터 순수하게 살려고 노력하기도 했지만, 형들보다 어리기 때문에 그 나이대의 소년 같은 이미지를 조금 더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그것 빼고는 형들이 모든 면에서 잘하시죠.

그렇다면 반대로 두 배우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순원이 형은 배철식 그 자체인 것처럼, 똑똑하면서도 능글맞은 배철식의 느낌을 정확하게 그리고 있어요. 또 (오)의식이 형은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에, 슬픔을 비롯한 모든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인 것 같아요. 대학로에서 제가 신뢰할 수 있는 배우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 형들과 함께 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아요.

극 중에서 배철식은 로기수에게 미제라는 것을 알려준 인물이면서도 나중에 기수가 춤을 추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개연성이 약간은 떨어지지 않나

철식이 처음으로 로기수가 탭을 추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야 그거 뭐냐”, “또 한 번 해보라”라고 말해요. 그저 무언가를 보고 행위를 따라하고 있다고 가볍게 생각한 거죠. 형으로서 외국 문물을 가르쳐줬지만 거기에 빠져서 미쳐있는 줄은 전혀 몰랐던 거예요. 그런데 기수가 춤을 잘 추게 된 모습을 보고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게 돼요. 왜냐하면 이것이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후회, 미안함. 별의별 감정을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런 기수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고요.

기수를 살리기 위해 로기진을 도울 때도, 그런 마음이 반영된 것인가

물론 당연히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리워 하지만, 어느 날은 무사히 살아 계시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보다도 기수의 존재가 더 크게 와 닿았어요. 참혹한 전쟁을 포로 수용소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겪고 있는 기수는 철식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었을 것 같아요. 기수를 꼭 도와줘야하고 구출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실제로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더 그런지는 몰라도, 마지막에 기진이가 “형으로서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로기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감동을 받아요. 끝까지 기수를 지켜주던 ‘로기진’ 같은 형이 나한테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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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감동받거나 울컥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로기진이 로기수를 춤 출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포로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로기진이 “배철식 문 잠그라!”고 외치면, 저는 바로 그 뒤에 있는 상황이에요.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따르지만, 문을 잠그고 굉장히 서럽게 울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수용소에서 나온 로기수를 만났을 때, 반가움에서 오는 슬픔뿐만 아니라, 로기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느끼는 슬픔도 있어요. 그때 가장 울컥하는 것 같아요.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인가

엄청 많죠. 그런데 남들 앞에서는 잘 울지 않아요. 혼자 슬픔을 간직하는 스타일이에요.

극중에서 탭을 추지 않은 배우들까지 커튼콜에서는 탭을 춘다. 커튼콜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가 봤을 때 여기는 배우 개인으로서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끝내는 부분이라기보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극의 일부분인 것 같아요. 비록 기진이 실제로 보지는 못하겠지만 진심으로 기수의 모습을 좋아해주고, 그 옆에 서서 함께 춤을 추면서 기수를 응원해주고 있는 상상이라고 생각해요. ‘각오 높게 춤추라’도 그런 마음으로 하는 말이고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본인 배역 외에도 멀티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긴박한 순간은 없었나

평화의 댄스단 장면에서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는 사람, 변소에 있는 배철식, 로기진과 싸우는 사람. 쉴 틈 없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5분 안에 이 세 인물을 연기해야 할 때가 제일 바빠요. 어떤 때는 보호구를 안차고 나가서 불안해하며 연기한 적도 있었고요. 그리고 2막 시작하고 나서 상인들이랑 물건을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서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던지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던지는 물건끼리 부딪칠 수도 있어서 조금만 집중을 안 하면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장면은 항상 조마조마해요. 굉장히 어렵고 두려운 신이죠.

어떤 일에 로기수처럼 빠져본 적이 있었나

발레요. 진짜 열심히 한 건 2~3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발레는 지금도 가끔 해요. 물론 발레가 연기를 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가끔 독이 될 때도 있었어요.

독이 됐을 때는 언제인가

일명 ‘왕자걸음’을 걷고 있는 거죠. 무용한 사람들이 걷는 특유의 걸음이 있어요. 그런 걸음을 배철식이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빨래>라는 작품을 할 때도 여기서는 일자로 걷고, 여기서는 안짱을, 여기서는 팔자를. 이렇게 항상 생각하고 나갔어요. 걸음걸이를 고치려고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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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친구 따라 강남 간 셈이에요. 초등학교 때, 친구가 이런 쪽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재밌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고등학생 때까지도 이 친구가 계속 하는 걸 보면서 ‘꼭 한번 해봐야지’라는 마음이 커졌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연기를 가르쳐 주는 학원에 친구를 따라서 가보게 됐는데 정말 재밌는 거예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철망에 가로막힌 포로들처럼, 연기를 하면서 가장 큰 장벽을 만났을 때는 언제인가

<금발이 너무해>에서 게이 발레리노 역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크리스마스이브 공연 중에 십자인대가 끊어졌어요. 일단 제 신은 겨우 끝내 놓은 다음, 한발로 절뚝거리며 나가서 바로 구급차에 실려 갔어요. 수술을 해야 하고 1년을 쉬면서 재활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죠. 예전에도 끊어진 적이 있었는데 또 그런 일이 생기니까, ‘이건 춤도 추지 말고 아예 배우도 그만두란 얘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1년 내내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긍정적이게 생각하려고 노력을 했는데도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정도였어요. 그렇게 1년 정도를 재활하고 난 뒤에 <요셉 어메이징>으로 복귀했을 때, 모든 게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죽어라 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어요.

<로기수>는 관객들에게 ‘하루를 살아도 꿈을 꾸며 살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힘든 시기도 거쳐 왔고, 복귀 이후에는 쉼 없이 달려오기도 했다. 현재 꿈꾸고 있는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제가 꿈이 많아요. 그중에서 제일 큰 꿈은 누군가에게 제가 꿈과 열정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열정 있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 이하나(bliss@stagekey.co.kr)
사진. 서다영(ekdud306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