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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토> 이규형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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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따사로운 3월 하순의 어느 오후, 대학로의 한적한 골목길. 뮤지컬 <아보카토>의 ‘재민’에 분하고 있는 이규형 배우를 만났다. 낯을 가리는가 싶더니 조곤조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들려준다. 그리고 차분하지만 힘있는 말투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자신의 꿈과 일에 열정적인 모습이 극중 ‘재민’과 많이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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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2년 여름, 예그린 앙코르 쇼케이스 뮤지컬 <아보카토>와 함께하셨다. 이 작품과의 첫 만남을 떠올려서, 작품의 첫 인상은 어땠는 지와 어떤 계기로 참여하셨는지 들려달라.

“그때는 추민주 연출님이 이 작품을 맡으셨어요. 전 당시 추민주 연출님과 뮤지컬 <빨래>를 하고 있었던 중에 연락을 받아서, 함께 하는 배우들과 연출님을 믿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작품이 따뜻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참여하고 있어요.”

 

Q.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작품을 하시면서 작품의 희로애락(喜怒哀樂)도 함께 겪으셨을 것 같다.

“창작 초연이 자리잡는 데 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요. 저희 작품이 CJ아지트 리딩공연과 예그린 앙코르 쇼케이스 이후 3년 만에 정식 공연으로 올라왔지만, 그 사이 기간 동안 디벨롭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프로덕션이 꾸려져야 디벨롭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거든요. 사실상 프로덕션이 제대로 꾸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외부에서 보시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없었어요.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배우들과 스텝들 모두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구 중이구요, 그래서 지난 2월에 짧게 했던 공연보다는 그래도 많은 보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뮤지컬 <아보카토>의 매력은?

“‘’재민’과 ‘다정’이라는 인물들이 서로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작품에는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애틋했던 연애 장면을 떠올릴 법한 장면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작품을 보시면 그때의 행복한 기억과 감성이, 재민이와 다정이의 모습을 보며 겹쳐지실 것 같아요. 그러면서 더 행복한 연애를 하시게 될 수도 있고, 죽었던 연애세포가 깨어나는 경험도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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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재민’을 만들어가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었나?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다정’이에요. 그런데 다정이의 감정 선을 재민이가 건드려주지 않으면 드라마가 진행이 되지 않는 구조예요. 그녀를 감동받게 하고, 섭섭하게 하고, 화나게 만들고, 웃겨주고… 이것을 자연스럽게 건드려주면서 드라마를 잡아나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Q. 작품 디벨롭 과정에서 가장 힘들 게 완성된 씬이 있다면? 또, 가장 애착이 가는 씬은 무엇인가?

“가장 힘들게 만들어진 씬은 다정이와 제가(재민) 싸우게 되는 씬이에요. 재민이에 대한다정이의 오해가 쌓이는데 그 이면에는 다정이의 자격지심이 있어요. 둘 다 예술 계통에 종사하는 인물들인데, 남자친구인 재민이가 승승장구 하는 반면, 다정이는 계속 일이 잘 안 풀리죠. 이렇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다정이는 남자 친구가 잘 되는 것이 좋고 축하해주지만, 한편으로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껴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던 다정이의 오해가 쌓이고 쌓여 결국 폭발하게 되고 큰 싸움으로 번지죠. 연인의 싸움이 이별로 이어지는, 가장 극적이고 중요한 씬이에요. 그래서 나오는 넘버 자체도 계속 수정됐고, 노래를 빼고 대사 위주의 드라마로만 진행을 할지 말지도 계속해서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가장 재밌게 하고 있는 씬은 재민이가 다정이에게 반지를 주면서 결혼하자고 하는 씬이에요. 재민이가 귤 안에 반지를 숨겨뒀다가 프로포즈를 하는 씬인데요, 연습 중에 이것저것 해보다가 제가 시도했던 게 대사가 되고 씬으로 완성됐어요. 프로포즈라는 걸 실제로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나중에 할 일 생기면 정말로 귤 안에 반지를 숨겨보려구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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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정’이를 연기하는 두 상대 여배우(김효연, 홍지희)의 매력이 서로 다르다. 무대 위에서는 두 배우에게 어떤 차이점을 느끼고 있나?

“김효연 배우는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대로, 동물적인 감정으로 연기하는 편이에요. 홍지희 배우는 고민을 많이 하고 디테일한 액팅을 준비해와서 세밀하게 연기 편이죠. 두 다정이가 다르지만, 둘 다 다정이스러워요. 두 배우의 스타일에 맞게 맞추면서 하고 있습니다. 두 여배우 역시 (김)찬호 배우와 제게 각각 맞춰주고 있구요.”

 

Q. 재민이와 다정이의 ‘아보카토’ 같은 사랑처럼, 과거의 사랑이나 연애 경험을 무언 가에 비유한다면?

“제가 생각하는 사랑과 연애는 ‘6개월 이상의 장기 공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저 혹은 제 주변 사람들과 나눴던 연애와 사랑에 대한 대화를 돌이켜 봤을 때, 이만한 비유가 없는 것 같거든요. 공연을 준비하고 올리고 초반에는 굉장히 설레죠.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근데 오랜 기간이 지나면 배우도 사람인지라 매너리즘에 빠져요. 뭘 새로 시도해도 새롭지가 않고, 직장에 출근하는 것처럼 극장에 출근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해요. 그러면서 점점 무기력해져요. 근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그렇게 후회스러워요.  ‘아, 거기서 그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그걸 시도해 볼 걸.’ ‘아! 다시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죠. 설레다가 행복하고 그러다가 권태가 오고, 또 그때 충실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그러다가 새로운 사랑, 새로운 공연을 만나고. 이것의 반복이고 연속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사랑은 못 하고 공연만 계속 하고 있나 봐요.(웃음) 일 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바쁘게 일하는 편이라서요. 한 달 이상을 못 쉬어요.”

 

Q. 재민이의 일이 잘 풀리고 바빠지면서 두 사람의 사랑에 오해와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과 사랑 중에 무엇이 더 우선 순위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을까?

“저도 재민이처럼 공연 일이 바빠서 헤어져본 적이 있기 때문에 재민이에게 공감이 많이 가요. 그땐 저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하긴 했는데 여자친구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지 못 했어요. 아무래도 공연 기간에는, 공연에만 제 체력과 컨디션을 집중해야 해서 낮 시간에는 활동을 못해요. 공연 끝나고 나면 밤이 늦어 지구요. 그 친구는 학생이었거든요. 낮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전 나름대로 충실했지만 그 친구의 기대에는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재민이처럼 매너리즘에 빠지듯 권태기가 오고, 그때 했던 실수를 나중에 후회하고… 남자들은 다 똑 같은 가봐요.(웃음) 일과 사랑이 양립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일이 우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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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두 작품을 오가고 계신다. <아보카토>의 ‘재민’과 <두근두근 내 인생>의 ‘대수’, 두 캐릭터의 가장 큰 차이는?

 “<아보카토>의 ‘재민’이는 어릴 때부터 음악이라는 꿈이 있어요. 주변의 여건들도 갖춰져 있어서 자기 인생에만 충실할 수 있는 상황이죠. 근데 <두근두근 내 인생>의 ‘대수’는 꿈이 없어요. 어쩌면 꿈을 갖기도 전에 자식을 먼저 가져버린 친구예요. 그저 자기 자식이 꿈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어린 아내가 임신했을 때 어린 대수가, 우리 아이는 꿈이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대사도 해요. 한 생명을 책임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인생을 희생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거죠. 이렇게 10대 후반~20대 초반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무언 가에 몰두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고가 두 인물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또 하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책임감의 무게’ 라고 생각해요. 재민이보다는 대수에게 주어진 책임감의 무게가 아무래도 더 크죠. 어린 나이에 ‘가장’의 역할을 떠맡게 됐으니까요.”

 

Q. 실제 본인은 어떤 캐릭터와 좀더 닮아 있을까?

“둘 중 어떤 캐릭터가 더 저랑 맞는 것 같다…는 쉽지 않은 문제네요. 대수 같은 환경을 맞닥뜨려 본 적이 없으니 판단하기 힘들어요. 다만 전 중학교 때부터 연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서 그때부터 목적을 갖고 살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쫓는 꿈이 있다는 면에서는 재민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섣불리 한 캐릭터를 고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Q. 중학생 때부터 진로를 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중 1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친했던 친구가 있어요. 전 모태신앙으로 어릴 적부터 쭉 교회를 다녔는데, 그 친구의 아버님이 목사님이셔서 그 친구따라 다니던 교회를 옮기게 됐어요. 거기서 그 친구와 같이 성극을 했어요. 그 친구가 목사님 아들이어서 주연을 맡고 제가 조연을 했는데, 선생님들이 보시기에 제가 월등히 소질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칭찬을 많이 받다 보니까, 난생처음으로 남들보다 잘 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이후로 교회에서 하는 모든 성극이나 행사에서 주연을 맡게 됐죠. 그때부터 연기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목적을 갖고 살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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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보카토>를 만나기 전과 후 그리고 ‘유재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기 전과 후에, 삶이나 생각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최근에 제가 맡았던 역할들이 전부, 제가 죽거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죽거나 둘 중 하나예요.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사랑하는 여자(지원)가 죽고, 마담(재현)인 저도 칼 맞아 죽고. <마이 버킷 리스트>에서도 늘 죽고 싶어하다가 자살 시도를 하는 고등학생(강구)이었는데, 제게 삶의 의미를 준 친구 해기가 죽어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도 제 아들이 죽거든요. <아보카토>에서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죽음과 관련이 있는 역할이에요. 이런 역을 연이어 하다 보니까 ‘인생이 뭐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리해서 내 집 마련하고 그 대출금 갚으면서 거기 치이다가 죽느니, 조금 좁은 집에 살더라도 가족들(엄마, 아빠, 누나, 매형, 할머니…) 친구들이랑 여행 다니고 맛있는 거 먹고 그렇게 시간을 행복하게 쓰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올해로 솔로 4년차 예요. 그 동안은 일이 너무 좋아서 연애 욕구가 별로 없었어요. 근데 이 작품을 하면서 재민이를 연기하다 보니까 저 역시 연애에 대한 의지(?)가 생기더라 구요.(웃음) 때마침 봄이기도 하구요.”

 

Q. 그러면 앞으로는 ‘이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게 있을까?

“열정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공연에 쏟아보는 에너지 만큼 사랑에 쏟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지금까지는 저 자신이 정확히 바로 서 있어야, 사랑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바로 서는 게 뭘까? 나라는 사람이 누굴까? 어떤 의미로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제 일이나 마인드가 바로 잡혀있어야지 사랑도 제대로 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지금도 일이나 가족을 다 내 팽개치고 사랑에 목 매는 사람은 이해가 안 가요. 근데 그러다 보니 역으로 ‘너무 일만 해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지금까지 연애했던 기간을 다 합치면 총 3년이 안 되거든요. 학교 다닐 때도 공연이랑 공부만 한 거 같아요. ‘언젠간 나타나겠지. 내가 푹 빠질 만큼의 여자 분이 나타나겠지. 공연을 쉬면서라도 만나고 싶은 분이 나타나겠지.’ 라는 수동적인 자세로 기다리기만 했나 봐요. 근데 최근에 난생 처음으로 주변에 소개팅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아무래도 <아보카토>의 영향인 것 같아요.(웃음)”

 

Q.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

“이상형까지는 잘 모르겠구요. 잘 챙겨주는 여자 분을 만나고 싶어요. 혼자 살다 보니까 하루에 한 끼 먹거든요. 오죽하면 식사 챙겨먹으려고 공연을 할 정도로.(웃음) 연습기간에 식사를 챙겨주시니까요. 혼자 사는 남자가 혼자 라면 먹고 있으면 궁상 맞아 보이니까 라면도 못 먹겠더라구요. 6개월 전에 이사를 했는데, 그때 선물 받은 믹서기로 딸기, 바나나, 사과 이런 과일이랑 아몬드랑 같이 갈아 먹어요. 그래서 6개월 동안 집에서 밥을 한번도 안 해먹었어요. 밥통이 계속 새 거예요.(웃음) 이런 저를 잘 챙겨주는 분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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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간 창작 뮤지컬들, 특히 창작 초연을 많이 하셨다. 계속해서 창작 초연을 선택하시는 이유는?

“창작 뮤지컬은, 특히 창작 초연은 정말 엄청나게 힘들어요. 근데 힘들면서도 재밌어요. 만드는 재미가 있거든요. 협업의 경계가 허물어져서 어느 새 제가 가사를 쓰고 대사를 쓰고 있어요. 그런 작업들이 재밌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연습이 전부 회의구요, 연출님이나 다른 크리에이티브 분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모두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기 보다는 유기적으로 뭉쳐서 돌아가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죠. 라이선스 작품이나 여러 차례 재공연된 작품들은,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틀이 있기 때문에 저만의 표현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창작 초연은 그런 것들이 가능한 한 활짝 열려있는 작업이에요. 그런 점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과정이라서 계속 창작초연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최근에는 영화 <나의 독재자>, <우는 남자> 등등 스크린이나 브라운 관에서도 자주 뵐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하신 카메라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점, 서로 다른 장르적 매력에 대해 듣고 싶다.

“연기에 대한 차이는 없어요. 어쨌든 같은 ‘연기’니까요. 결국에는 ‘매커니즘에 따른 선택’의 차이 같아요. 제 에너지를 카메라 앵글에만 집중 시킬 것인가, 전 객석으로 크게 쏟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거죠. 그래서 액팅의 몸짓 차이 같은 소소한 차이는 있을 수 있어요. 근데 그건 무대에서도 극장 크기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액팅의 크기가 달라져요. 마찬가지로 카메라도 풀샷, 클로즈업에 따라 액팅의 크기를 선택하는 거구요.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카메라는 편집이라는 게 있어서, 배우도 결과물을 보기 전에는 내 연기가 어떻게 비춰질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에요. ‘영화는 감독 예술이고 연극은 배우 예술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작품이 잘 되기 위해서 무대에서든, 카메라에서든 제 역할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유연한 연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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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보카토>를 보게 될 관객 분들이 ‘이런 건 놓치지 말고 꼭 얻어가셨으면 한다’는 게 있다면?

“극 중 재민이는 잘 나가는 작곡가가 돼요. 유명한 작곡가들은 가만히 앉아서 저작권료만 받아도 한 달에 몇 천 만원씩 들어온대요. 그런 사람이 결국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다가 되게 허무하게 죽어 버리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인 것 같아요. 죽어서도 얼마나 미련이 남았으면, 사랑하는 사람 곁을 맴돌면서 그녀를 지켜주고 끝내 약속도 지켜요. 그래서 전 저희 작품을, ‘다 가진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다가 죽게 되고, 죽어서도 그 곁에 남아서 떠돌게 되는 그런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 입니다.’라고 요약하고 싶어요. 그리고 관객 분들께 여쭤보고 싶어요. ‘여러 분이 만약 내일 죽는다면 당장 뭘 하고 싶으신지요?’ 저희 작품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으면 해요. 나아가 여러분 각자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한 달에 하루 만이라도 온전히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보면서 살면 일년이 쌓이면 열흘이 넘잖아요. 열흘이 짧을 수도 있지만 정말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꼭 대단한 게 아니더라도, 주변에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용기 내서 말도 걸어보고. 친구들과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 가서 좋은 술 한잔 기울이고. 부모님이 드시고 싶은 것 가격이 얼마든지 함께 먹고. 이러한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난 작품들과 캐릭터들 그리고 그간 걸어온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진지한 목소리로 들려주던 그의 얼굴에는 달콤함과 씁쓸함이 함께 어려있었다. 우리네 하루하루의 삶도, 이 배우의 인생에도, 그리고 아보카토 같은 사랑에도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한번은 있었을 아릿한 사랑의 노래, 뮤지컬 <아보카토>의 세레나데는 서울 종로구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4월 19일까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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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은영 (vivid@stagekey.co.kr)

사진. 오은지 (ojang27@stagekey.co.kr)

영상. 김승현 (jk@stagek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