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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김다흰, 박정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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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인터뷰1

우리의 인생을 24시간으로 환산한다면, 여명조차 내비치지 않은 캄캄한 새벽. 그쯤이 아마도 우리의 사춘기지 않을까. 새벽이 수반하는 어둠처럼,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한 혼돈이 ‘자아’까지 송두리째 흔들어댔던 청춘의 상흔을 누군가는 ‘사춘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통과의례처럼 스쳐간 그 순간에 대해 뮤지컬 <사춘기>는 ‘이 세상의 모든 금기를 위반하고 싶은 시기’라고 정의하며 보편적인 시기를 가장 특수한 이야기들로 휘감았다. 지독하게 아팠지만 그 순간은 너무나 눈이 부시고 찬란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는 이내 관객으로 하여금 딱지가 떨어져나간 가슴 속 흉터를 물끄러미 응시하게 만든다.

2015년의 들머리. 비교적 짧은 출연 시간임에도 그와 반비례하는 여운을 남기고 있는 김다흰, 박정원 배우를 만나 그들의 색깔로 빚어내고 있는 <사춘기> 속 반장과 경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Q. 먼저, 사춘기에 참여하는 소감이 궁금하다

박정원(이하 정원) – 초, 재연을 한 작품인데다 정보도 많이 없다보니 처음에 걱정과 부담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연습을 들어가고 보니 점점 기대가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세 번째 공연이지만 연출님도 처음처럼 공연을 하려 했고, 팀워크도 좋았어요. 제 스스로는 공연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작품에 임하면서도 정말 좋았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김다흰(이하 다흰) – 일단 예전에 있던 극단에서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고 학교 동문이기도 한 (박)소영 연출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었어요. 사춘기 초연을 재밌게 보기도 했고요. 이런저런 것들이 충족이 돼서 오디션까지 보게 됐는데 사실 정말 운 좋게 됐죠. 기쁜 마음이 가장 크고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4~5년 전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뮤지컬을 정말 재밌게 했었어요. ‘학교 밖에서는 뮤지컬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를 배워 나가면서 정말 뭣 모르고 덤볐던 시기였죠. 이제 몇 개의 연극 작품을 하고나서 다시 뮤지컬을 하게 되니까 그때와는 느낌이 또 다르더라고요. 조금 어렸던 그때보다는 ‘이런 부분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좀 서는 것 같아요. 계속 배워나가고 있어요.

Q. 특히 김다흰 배우는 연극을 많이 했고 이미지도 변신을 꾀한 것 같다.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는가

다흰 – 학교를 다닐 때를 제외하고, 외부작업을 한 이후에는 이런 역할이 거의 처음이에요. 어떻게 하면 성격이나 외형적인 부분을 관객들이 최대한 상욱이로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박)소영연출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조금 더 예민해 보이게 하려고 <터키블루스> 때보다 살도 7키로 정도 뺐고요. 그리고 학생들을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 무비들도 많이 봤죠.

인터뷰2

Q. 삼연을 맞은 작품임에도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은듯하다.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구현해나갔는가

정원 – 물론 이번에 자료가 많이 없기도 했지만, 저는 사실 배역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기존의 자료를 참고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에요. 혹시라도 해석을 따라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저도 영화를 많이 봤어요.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해피투게더>를 보면서 ‘동성끼리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구나’, ‘우정과 사랑이 복합되는 사랑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찬의 내면은 그 마음으로부터 다가갔어요. 그리고 사실 대본에는 얼마 없는 부분이지만 경찬이는 오줌 싸고 손을 씻는다든가 신부님이 되려고 한다 같은 것들로 그 안에서 신체적이거나 외적인 캐릭터를 찾아내려고 했어요.

다흰 – 평소 제 모습과는 다른 면이 많지만, 상욱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굉장히 명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초점도 거기에 맞춰서 분석을 해나갔어요. 어떻게 해야 이질감 없고 당위성 있게 상욱이처럼 보일 수 있을까에 대해 연출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고요. ‘이 영화의 이런 이미지가 내가 생각하는 상욱이더라’를 공유하면서 그렇게 인물을 잡아나갔죠. 영화도 보고 학교 시리즈도 다 봤지만 가장 반장이라는 캐릭터에 영감을 준건 <학교2013>의 김우빈이에요. 물론 김우빈은 저보다 훨씬 멋있지만 그가 쓰는 호흡이나 자세 같은 부분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전까지 연기를 하면서 헤매고 있던 부분들은 그것을 참고하면서 해결했던 것 같아요.

Q. 손짓이나 몸짓 그리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부분들이 많다. 좋게 말하면 해석의 표현이 넓어진 느낌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모호한 느낌도 든다

다흰 – 저는 그것이 극에 대해 연출이 가지는 하나의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의 공연 방식으로 가고 있는 것은 배우들이 연출의 그 시선에 동의를 한 것이라고 봐요. 만약에 다른 연출님이 오셨더라면 또 다른 시선의 작품이 나왔겠죠? 작품을 보는 각자의 시선이 다르니까 모호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이 작품은 2014년에 박소영 연출과 배우들, 스텝들이 모두 모아서 만들어낸 시선의 <사춘기>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어떤 시선이 들어가든 다수의 동의를 얻는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모호한 작품이더라도 봤을 때 마음이 가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것이 절대 정답이 될 수는 없어요. 예술에 정답은 없으니까.

정원 – 일상생활을 그대로 표현해서 올린 공연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겠지만 사실 제 개인적으로는 관객에게 상상하는 여지를 줄 수 있는 이런 표현 방법을 정말 좋아해요. 저도 이 부분은 (다흰)형 말대로 어떠한 개인의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애매모호한 느낌은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역량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관객 분들께 일일이 설명을 해드릴 수가 없으니 조금 더 열린 상상으로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상대적으로 반장과 경찬의 이야기 전개가 매듭짓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는 느낌도 든다

정원 – 전체적으로 영민과 선규의 정서를 따라가고 있는 작품 안에서, 중간에 등장하는 경찬과 반장의 이야기가 비교적 짧은 장면인데도 표현되는 것들은 크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관객들은 순간적으로 경찬과 반장의 정서를 살짝 따라가게 되죠. 거기서 끝나버리니까 관객 분들이 봤을 때는 뜬금없이 끝난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연습할 때 ‘설명이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반장과 경찬의 이야기가 작품 전체로 봤을 때는 그렇게 애매모호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흰 – 인물로만 봤을 때는 클라이맥스에서 딱 끝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것 또한 작가님이 갖고 있는 작품에 대한 시선이 아닌가 싶어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을 때, ‘여기서 얘들은 그렇게 끝나네?’라고 느끼진 않았어요. 사실, 인물을 따라가는 관통선은 선규와 영민이 갖고 있기 때문에 ‘얘들은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작품 속 또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해요.

Q. 반장과 경찬의 우정과 사랑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느낌이다. 그들의 심리는 어떤 것이라고 봐야할까

다흰 – 저는 경찬에 대한 마음은 100프로 우정이에요. 가령 ‘얘에 대한 마음이 어떨까?’, ‘털끝만큼이라도 사랑의 감정이 있었을까?’처럼 인물을 만들어 나갈 때 여러 가지들을 생각해 보게 되는데, 정말 친한 것과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나’라는 마음을 먹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여러 가지 고민들을 통해서 정립한 생각으로는 굉장히 아끼는 친구이기는 하지만, 상욱이가 경찬이를 사랑한다고 의심해본 순간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정원 – 저는 장면마다 달라져요. 처음에는 멋있고 공부도 잘하는 반장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못살지?’, ‘나도 상욱이처럼 살고 싶은데’라고 동경을 하고 그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랑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상욱이한테 뽀뽀를 할 수도 있는 거겠죠. 사실 뽀뽀를 하는 순간은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정을 떼려는 표현이기도 해요. “나 이래. 나 원래 네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야” 같은 표현의 수단으로 쓰는 거죠. 친구에서 사랑으로 옮겨가는 순간에 상욱이를 떼어 내고 정말로 모든 걸 놓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4

Q. 반장과 경찬 역할이 더블캐스팅이다. 상대 배역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김다흰 배우가 바라보는 병택경찬과 정원경찬, 정원배우가 바라보는 다흰반장과 정우반장)

정원 – 제가 느낀 반장은 꿈이 없어요. 반장들은 오로지 서울대 가는 게 목표인 상황이고 경찬이가 신부님이라는 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그 안에서 다흰이 형은 신부님이라는 저의 꿈을 굉장히 존중해주고 스킨십도 조심스럽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정우 형은 꿈을 존중해준다는 것 보다는 어떻게 보면 어린아이 다루듯이 귀여워하기도 하고 동생 같은 느낌으로 저를 많이 챙겨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볼을 꼬집거나 토닥토닥도 해주면서 다흰 형보다 스킨십도 많이 하고요.

다흰 – 저는 무대 위에서 경찬이가 어떻게 했을 때의 내 반응 이전에 연습 때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서 쌓아왔는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했어요. 사실 정원이가 조금 철저한 성격이에요. 그래서 정원이 스스로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만들어 오더라고요. 그렇게 정원이가 가지고 온 라인에 제가 가지고 온 라인을 더해 나가면서 안정적으로 길을 찾아나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병택이와는 장면을 만듦에 있어서 연습할 때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경찬이가 어떤 인물일지 이 길에 맞춰서 해보고, 저 길에 맞춰서도 해보면서 캐릭터의 여지가 더 많았어요. 각각의 장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강정우 배우는 경찬이라는 사람 자체가 좋아서 잘해주는 느낌이라면 김다흰 배우는 반장이라는 입장에서 잘해주는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

다흰 – 맞아요. 인물에 대해 제가 최종으로 생각했던 느낌도 그거였어요. 반장은 이미 집도 잘 살 것 같고, 극한으로 설정한다면 형을 비롯해 온가족이 서울대라는 안정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근데 어렸을 때는 비슷한 환경에서만 친해지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 친해진 뒤에 경찬의 환경을 알았을 때, 소위 선민의식에서 오는 보살핌과도 같은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Q. 영민과 화경을 제외한 캐릭터마다 상징하는 심벌을 의상에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반장은 잘 보이지 않는 목 뒤에 심벌이 감춰져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다흰 – 그게 ‘When shall I have your answer’라고 ’언제 답을 주시겠어요‘라는 뜻이에요. 의상컨셉회의를 할 때 포인트가 되는 것들을 의상에 넣자라고 얘기가 나왔어요. 그때 연출이 반장은 목 뒤에 문구를 넣으면 어떨까라고 하더라고요. 공부를 상징하는 심벌을 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주 작은 문구를 넣어서 그 뜻을 알고 그게 배우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저도 반장은 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로지 서울대 가는 게 목표인거죠.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 반장과 같은 친구들이 갖고 있을 공부에 대한 압박감,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짐 같은 것들을 목 뒤의 문구로 형상화한 거예요.

정원 – 여담이지만 유일하게 화경이의 교복안감 색이 빨간색이에요. 화경이의 상징이 빨간색이기도 하니까.

Q. 반장의 캐릭터는 한 문제씩 꼭 틀리거나 형이 서울대라는 복선 등을 통해 내면의 억눌림이 느껴진다. 오히려 그 억눌림을 친구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닌가

다흰 – 싸움을 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살고, 어느 정도 힘도 있었을 거예요. 그 안에서 짱처럼 통하잖아요. 그만큼 친구들도 인정을 해주니까 그렇게 군림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추대가 된 상태라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자신도 모르게 친구들에게 풀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 제가 표현하는 반장보다는 조금 더 날카롭거나 폭력적일 수도 있겠죠. 그런 부분을 극에서 좀 더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기도 해요.

Q. 경찬은 가톨릭대 진학을 꿈꿨지만 한순간에 그 꿈마저 부정하고 만다. 가톨릭대가 경찬에게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원 – 한마디로 스스로에 대한 어떤 자기방어인거죠. 진짜 신부님이 되고 싶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때 당시에 여자 얘기를 얼마나 많이 하겠어요. 여자에 대한 관심이 없던 경찬이는 그때마다 “난 신부님이 될 거야”, “난 여자에 대해 전혀 관심 없어”라고 말하면서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끔 스스로를 방어 하는 거예요. 그리고 누나가 창녀기 때문에 갖게 되는 남자에 대한 경멸 때문이기도 해요. 누나와 함께 살면서 돈으로 여자를 사는 남자들의 지저분한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것에 반대되는 깨끗한 존재가 신부님이라고 생각을 해요. 자신은 그 남자들처럼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인거죠. 그래서 일부러 손을 씻는 습관이 있다거나, 장면을 할 때 제가 옷에 냄새를 자주 맡는 표현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요.

Q. 넘버 중 ‘지도에도 없는 곳’의 가사를 들어보면 ‘혹시라도 길에서 차갑게 식었다면’ 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사라진 경찬의 자살로 봐야하는 것인가

정원 – 한편으로는 정말 강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자살을 나약한 경찬이가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지만, 요새는 죽으러 갔을 것이라는 확신을 해요. 그리고 뽀뽀를 하는 순간에 스스로 모든 걸 놓는 것 같아요. 상욱이를 붙잡고 싶은데 잡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매달리기 싫은 순간이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3-1

 

Q. 초반에 비해 두 사람의 디테일이 추가가 됐다. 경찬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반장의 모습이 더 드러나고 있고, 경찬은 누나에 대한 원망을 표출하고 있었다. 어떤 면이 더 보였으면 했던 것인가

정원 – 작품을 처음 접할 때부터 경찬이는 누나를 원망하는 마음이 클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장면을 만들다 보니까 누나까지 감싸게 되는 경찬이가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되면 뒤에 가서 받게 되는 힘이 적을 거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요. 이전에는 원망하지만 원망 안했던 것처럼 표현을 했었다면 요새는 원망을 다 표현하고 있어요. 한 장면이지만 그 표현이 누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경찬을 더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흰 – 정원이는 초반에 편지를 줘요. 편지를 꺼내서 읽고 다시 경찬이를 찾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나가는데 사실 그 부분이 굉장히 우연히 만들어졌어요. 어느 날인가 장면이 조금 잘 됐는지 나왔는데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런 느낌이면 담배를 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담배를 찾았는데 담배가 없고 편지가 나오더라고요. 편지를 보고나서는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서 쓰레기통에 구겨서 버리고 나갔죠. 생각했다기보다는 몸이 스스로 그렇게 됐어요. 원래 대본에는 ‘키스를 하고 나갔지만 다시 경찬을 찾아 돌아다닌다’로 되어있어요. 문득 내가 지금 편지를 본 것으로 원대본의 선 안에서 경찬과 상욱의 이야기를 종결시킬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두 사람이 단절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서 경찬이에게 한 번 더 묻는 것이든 “너 이러면 안 돼!”라고 다시 한 번 언질을 주려고하든 경찬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우리의 감정선이 이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어요. 왜 작가님이 그렇게 쓰셨는지도 알겠더라고요.

Q. 사춘기는 관객을 포함해 배우들의 감정소모도 상당한듯하다. 힘들지는 않은가

다흰 – 어떤 장면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를 알고하면 힘들긴 하지만, 연기를 할 때는 그 상태를 모른다는 가정을 하기 때문에 사실 감정소모는 크게 없어요. 마지막 장면을 하고 나왔을 때, 거기에 이어지는 어떤 여운은 있는데 저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선규와 영민이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 거예요.

정원 – 짧은 순간에 배우 박정원으로서 경찬이에 대해 많은걸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상욱과의 신에서 조금 힘들 때가 있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제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슬퍼서가 아니라 행복해서 우는 것도 있어요. ‘이런 순간이 나한테 또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는 거예요. 특히 6장 ‘너만 보여’때는 오히려 힐링이 됐다고도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감정소모로 그렇게 힘든 것은 많이 없어요.

Q. 극 안에서 본인 역 외에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정원 – 어떻게 보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에 따라 하고 싶은 배역이 달라지더라고요. 처음 장면 잡을 때는 용용브라더스가 제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런 막바지에 들어갔을 때는 선규가 하고 싶어지고, 공연을 올릴 때 쯤 되니까 영민이가 진짜 하고 싶었어요. 근데 요새는 화경이가 제일 하고 싶어요. 화경이는 그 안에서 유일하게 현실에 수긍을 하지 않잖아요. 그런 매력과 보헤미안 같은 모습이 정말 좋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거든요.

다흰 – 사실은 공연을 끌고 가는 역할인 영민, 선규를 다 해보고 싶어요. 연습하는 내내 1막을 끝내고 나와서 2막을 지켜볼 때 ‘쟤는 영민을 저렇게 하는구나’, ‘저 부분은 좋다.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 내가 생각하는 영민과 선규가 머릿속에 정립이 됐죠. 영민이나 선규는 능력이 된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Q. 극을 처음 봤을 때 조금 어렵게 느끼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보면 좋을 것 같은가

다흰 – 자살과 임신. 굉장히 극단적인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뉴스에 나올법한 사건들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같지는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젊었을 때의 시절은 있으니까 공감이라기보다는 ‘저들은 저랬구나. 그랬다면 나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를 한번 쯤 돌아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원 – 그 상황을 공감하기는 너무 힘들죠. 하지만 여덟 명의 어떤 마음에 대한 공감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상황을 이해하기 보다는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마음으로 ‘나의 어렸을 때는 이랬지’, ‘이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네’ 중점을 그런 마음에 맞춰서 보면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5

 

Q. 이번 작품으로 배우로서 얻은 것이 있는가

정원 – 어떤 공연을 해도 얻어가는 건 항상 있어요. 일단 다흰이 형을 얻었죠(웃음). 배우로서도 형들한테 많이 배웠어요. 형들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멋있더라고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온 신경을 쓰고 집중을 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부분에서는 많이 반성하게 됐어요. 솔직히 그러지 않으려 해도 사람인지라 집중이 덜 되는 순간이 올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이 순간 아니면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흰 – 매순간 배우고 있어요. 새로운 팀에 들어오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적응해 나가야했고,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음악을 대사로 표현하는 것들도 저한테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었거든요. 잘하고 있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배우면서 적응해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지금은.

Q. 지금까지의 배우생활은 만족스러운 편인가

정원 – 저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원래 되게 초조해하고 서두르는 성격이었어요. 그리고 한 살씩 먹으면서 ‘이걸 그만둬야 되나’ 라는 생각도 몇 번했는데, 요새는 오히려 ‘괜찮아 정원아. 천천히 해도 돼. 천천히 끝까지 가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이 끝나면 또 초조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는 참 행복하고 잘해왔다 싶어요. 어떻게 보면 스스로 위안하는 거죠.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다흰 – 저는 연기하는 게 굉장히 즐거워요. 사실 어느 걸 했을 때도 제 자신한테 만족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뭣 모르고 시작한 일이긴 해요. 그런데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게 내가 할 일이구나라는 생각은 들어요.

Q. 올해 계획이 있다면

다흰 – 다음 작품은 언제나 계획 중이에요. 이 작품이 뭐가 되느냐는 제가 어떤 오디션을 봐서 합격을 하느냐에 달려있겠죠. 어쨌든 제 목표는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거예요.

정원 – 사실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기 때문에 신년이라고 해서 새롭게 계획을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전체적인 목표는 계속 작품 하면서 좋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독서 열심히 하면서 좀 더 겸손해지고 좀 더 초심으로 돌아가는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글. 이하나 (tn5835@musicalpublic.com)

사진. 이현주 (zumreed008@naver.com)

사진제공. 연우무대, is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