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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릴 미> 정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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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

 

2014 <쓰릴 미> 캐스팅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한 눈에 보기에도 앳된 얼굴의 한 배우에 대해 혹자는 ‘모험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윽고 이 배우는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자리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며, 자신을 캐스팅한 것이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정욱진’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정욱진 배우에게 <쓰릴 미>라는 작품은 내딛는 걸음마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네이슨이라는 인물에 뼈대를 세우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하루하루 더 순진해지고 싶다’ 말하는 해사한 얼굴 뒤로 강단이 느껴졌을 만큼 자신만의 뚜렷한 영역을 품고 있는 정욱진 배우.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가 앞으로 연기할 수많은 인물들을 보듬고 싶어졌다.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으며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 뮤지컬 <쓰릴 미>와 단단하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배우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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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쓰릴 미>라는 작품이 마니아층이 두터운 극이기도 하다. 부담은 없었는가?

  부담 많았죠. 어떻게 보면 마니아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작품 중에서도 <쓰릴 미>가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잖아요. 사실 지금까지 훌륭한 선배님들이 해주셨고, 많은 분들이 만들어 내셨던 캐릭터들이 있을 텐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처음에 굉장히 막막하고 힘들었어요. 어떤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디는 느낌도 있었고요.

r 말 그대로 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다. 상대역인 리차드 그리고 피아노 연주와의 긴밀한 호흡도 요구한다. 어렵지는 않았나?

  굉장히 떨릴법한 공연이고 역할이지만 노련하신 형들을 믿고 가고 있어요. 피아니스트 형들도 마찬가지고요. 두 분 다 <쓰릴 미>를 오래하셨기 때문에 알아서 호흡을 잘 조절해주세요. 연기하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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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자신이 그리는 네이슨에 대해 프레스콜에서도 강조했던 부분이 ‘어리다’와 ‘자연친화적이다’라는 것이었다. 이것을 네이슨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녹여내고 있는가?

  현재의 네이슨은 54세이긴 하지만, 극에서 중심이 되는 네이슨의 나이는 스무 살이에요. 철이 일찍 들어서 그때도 충분히 어른스러운 사람도 있겠지만 제 스무 살 때를 생각해 봤을 때,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뭔가 자기만의 완벽한 가치관이나 확실한 주관 같은 것들이 형성되지 않은 시기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제가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자연이라는 대상을 완벽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겠지만, 제가 봐왔던 자연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순수’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리차드, 네이슨이라는 사람이 방화와 살인을 저지르면서 사회적으로 악을 행했지만 처음 대본봤을 때부터 저는 그 두 사람이 굉장히 순수하게 보였어요. 어른들처럼 어떤 복잡한 생각이나 계산을 하기보다는 순수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느낌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리고 자연도 여러 가지 모습이 있잖아요. 특히 네이슨은 순수하고 깨끗하고 맑은 느낌의 자연이었다가 어떤 계기에 의해 태풍이 부는 것 같은 자연으로 바뀌는 것 같기도 하고요.

r 네이슨과 자신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비교적 어떤 한 가지에 꽂히면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하는 게 약간 닮은 것 같아요. 네이슨이 리차드에게 꽂힌 것처럼.

r정욱진 배우가 그리는 네이슨은 안경을 고의로 버리고 오는 느낌, 조금 더 상황을 계획한다는 느낌이 크게 든다.

이 인물이 아주 똑똑한 사람이에요. 실제로도 리차드 IQ가 170이고 네이슨이 210이었다고 해요. 물론 IQ 210인 사람을 본적도 없지만, 계획을 하나하나 세워서 실행한다기보다는 네이슨은 이런 계획들조차 크게 공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질 수 있는 정도의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안경을 떨어뜨렸다 해서 꼭 잡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들이 있었을 거예요. 실제로도 아이와의 원한 관계가 전혀 없으니까 경찰들도 ‘범인이 아닐 것이다’라는 전제를 하고 조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리차드의 행동이 만약 바뀌었다면, 네이슨은 경찰에 잡히기 전에 돌파구를 찾아냈을 것 같아요.

r 연습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나?

  남자를 사랑하는 게 일단 가장 어려웠어요. 그리고 라이선스는 처음인데, 이전까지는 항상 제가 편한 말투나 표정, 느낌들로부터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워낙 정형화된 느낌이 있고 많은 관객 분들이 기대하시는 것들이 있어서 그 부분이 처음에 힘들었어요. ‘자연의 네이슨’도 사실은 공연 하루 전에 만든 거예요. 첫공 하루 전 리허설까지도 무대 위에서 웃지도 않고, 네이슨을 굉장히 정형화된 인물로 표현을 했었는데 최종 리허설을 하고 연출님께서 ‘나만의 네이슨’을 만들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잠도 못자고 계속 그 생각을 했어요. 지금의 캐릭터는 그 하룻밤에 나온 것 같아요.

r 순진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후반부에 네이슨의 감정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공원신이나 ‘Life plus 99years’ 넘버가 인상적이다.

  사실 저도 가장 힘주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나 네이슨에 대한 키는 거기에 있거든요. 그래서 앞 장면들을 정말 더 순진하게 리차드만 바라보는 인물로 표현했어요. 하루하루 더 순진해지고 싶어요. 배우로서도 각자가 가진 특성이 있겠지만 저는 순수함이 제 무기였으면 좋겠어요. 사실 악해지기는 쉬운 것 같은데 순수해지기는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배우는 선(善)과 악(惡)이 같이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악 같은 경우는 굳이 그것을 키우려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살아가면서 커지는 것 같은데, 선이라는 부분은 자기가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은 것을 많이 보려고 하고 있어요.

r 가장 신경 쓰거나 좋아하는 장면은 앞서 말한 공원신인가?

  네. 그리고 처음에 리차드를 1년 만에 만나는 장면도 신경 쓰고 있어요. 그 부분에서 각자 캐릭터들이 드러나더라고요. 네이슨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워서 리차드가 떠난 1년간의 심정을 일기로 쭉 써보기도 했는데, 리차드의 동생에게 부탁해 뒤를 조사하기도 하면서 거의 정상적으로 생활을 해왔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정)동화형 같은 경우는 처음 연습할 때부터 그 부분에서 웃음이 잘 안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찌되었건 연인에게 차이고 1년 뒤에 만났는데, 좋긴 하지만 감정이 겉으로 드러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셨고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느꼈어요. 그러다가 점점 나만의 네이슨을 그려보면서 나의 네이슨은 더 아닌척하고 더 밝게 행동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1년간의 모든 아픔이 리차드를 봤을 때 다 날아가 버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그리는 네이슨은 비유를 하자면 오롯이 주인만 바라보는 강아지 같은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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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해븐

r초반에 매일같이 극장을 찾아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봤다고 들었다. 관객으로 봤을 때의 쓰릴 미는 어떤 느낌이고 여러 회 공연을 마친 지금은 느낌이 어떤가?

  첫공 날 2층 끝에서 봤었는데, 공연 시작하기 5분전부터 관객 분들이 집중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정말 침도 삼키기 힘들 정도였는데 그 정도의 집중은 군대에서 교관이 앞에 있을 때 이후로 처음 느껴봤어요. 그래서 ‘아 이 작품이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정말 나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한 회, 한 회 소중하게 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8시 공연을 보기 위해서 관객 분들은 직장을 다녀오시거나, 공부를 하고 오시거나 혹은 집안일을 하다가 오셨을 거예요. 저 같으면 힘들게 일하고 와서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보고 싶을 것 같은데 ‘이 작품이 과연 어떤 재미가 있을까’하고 굉장히 설레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힘들게 일하고 오셨는데도 이렇게 집중을 해서 보시는데, 진동이라도 울려서 그걸 깨면 큰일 나겠구나 싶어서 시작 전에 핸드폰을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처음 <쓰릴 미>를 보고 나왔을 때, 환기된 기분과 함께 카타르시스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무대 위의 배우 못지않게 관객 분들도 집중력을 갖고 그 에너지를 무대 위로 쏴주시니까 배우들이 그 힘을 받아서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쓰릴 미>라는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저뿐 아니라 다른 형들도 이 정도의 집중도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하셨다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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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쓰릴 미>와 함께 <원스>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원스>는 악기에 대한 부담도 있는데 한창 바쁠 것 같다.

  다행인건 <쓰릴 미>와 <원스>가 배우로서 느끼는 작품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저는 오히려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게 재밌어요. 네이슨 같이 집중도를 요하는 역할을 맡았을 때는 한편으로는 편하게 즐기는 역할이 하고 싶어지고, 반대로 편하게 즐기는 역할을 하면 네이슨 같이 뭔가 내 모든 걸 털어 놓을 수 있는 역할이 하고 싶어져요. 지금 두 작품이 그런 부분들을 서로 보완해 주고 있어요. 악기 같은 경우는 작년에 오디션 본 이후부터 꾸준히 레슨도 받고 연습도 하고 있어서 부담이 되기는 해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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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때는 언제인가?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대학교 들어가서부터였어요. 그 전까지는 개그맨이 정말 하고 싶었어요. 학창시절에는 수련회나 축제 때 장기자랑을 하면 단 한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대학에 진학해서 OT를 갔는데 제 생에 처음으로 장기자랑에서 3등을 했어요. 저보다 끼 있는 사람이 워낙 많은 곳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중에 교수님께서 배우로서의 자질도 좋으니까 중심을 잡고 수련을 해보자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그때부터 배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연기나 인물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꼭 사람들을 웃기려 하지 않아도 공연을 보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도 굉장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때 학교에서 경험한 것들이 배우로서 시작하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r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배우를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는가?

  너무 많지만 일단은 <완득이>라는 작품을 했을 때 관객 분들에게 굉장히 감동을 받았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가 크리스마스이브쯤이었는데, 대학로 주변이 갑자기 정전이 되는 바람에 저희 극장도 공연을 하던 중에 조명과 음향이 다 꺼져버렸어요. 3초 있다가 불이 들어오긴 했지만 한창 빠른 노래가 진행되던 상황이라 배우와 관객 모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어요. 그런데 갑자기 관객 분들이 박수를 치면서 박자를 맞춰주셨어요. 마이크도 잘 안 나오는 상태에서 그분들의 박수에 맞춰 계속 이어나갔죠. 그때는 저 뿐 아니라 무대 위 배우들 모두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의 3초를 잊을 수가 없어요.

  또 <쓰릴 미> 첫공 때 느꼈던 관객 여러분의 집중도 굉장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사실 비싼 돈을 내시고 보러 오시는데, 거기에 굉장한 집중까지 해주셔서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시잖아요. 공연 시작 5분 전부터 무대 뒤 2층에서 손에 깍지를 끼고 연기에 집중을 하면서도 그 에너지를 느끼면서 더 도움을 받고 있어요.

r 반대로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

  <번지점프를 하다> 초연을 감명 깊게 봐서 이 작품을 정말 하고 싶었어요. 결국 재연에 재일이 역할로 참여하게 됐었는데 연습 1~2주 했을 때쯤 갑자기 허리디스크가 재발을 했어요. 좀 아프다 말겠지 생각하고 연습을 계속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딱 하루 연습 쉬는 날 병원을 갔다가 바로 입원까지 하게 됐죠. 그때 재일이 역할을 굉장히 힘들게 뽑았다고 들었는데 제가 갑자기 프로필까지 찍고 그만하게 되니까 정말 죄송하더라고요. 병원에서 박용호 대표님께 전화를 드리니까 “네가 몇 살이지?”라고 물으셔서 “26살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래,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나중에 또 보자. 치료 잘해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 정말 눈물 나고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 <쓰릴 미>가 조금이라도 보은을 하고 싶은 의미도 있어요.

  <정글라이프> 할 때도 사실은 몸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마음은 조급할 수밖에 없으니까 퇴원하기 이틀 전에 잠깐 외출 받아서 오디션을 봤어요. 공연기간도 짧았기 때문에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할 때는 일반 진통제가 잘 듣지 않아서 마약성 진통제도 먹어가면서 참고 했어요. 결국 공연 끝나고 또 입원했어요. 아마 그때가 슬럼프라면 슬럼프였겠죠. 그런데 그때 마침 <원스> 오디션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치료와 재활운동을 하면서 다른 작품은 안하고 계속 악기만 연습했어요. 굉장히 공허하고 힘든 시기를 악기 연습을 하고 집중을 하면서 스스로 힐링을 받았던 것 같아요.

r 정욱진 배우의 매력으로 음색이나 안정적인 노래를 꼽으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해 따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가?

  모든 배우들이 다 신경을 쓰겠지만 저는 공연이 있는 전날에는 거의 말을 안 하려고 노력을 해요. 그렇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서 좋은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되도록 통화도 잘 안하고, 물도 많이 마시고, 관리를 하려고 하는 편이죠. 제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한 편이었어요.

r  여러 작품이 있지만 최근 작품으로는 <정글라이프>와 <들풀>을 인상 깊게 봤다. 두 작품 모두 짧은 공연기간이기는 했지만 정욱진 배우가 가진 외향적인 이미지와 굉장히 잘 들어맞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대체로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 가는가?

  배우들마다 다 다르겠지만 저는 창작극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항상 인물을 만들 때 제가 가진 장점들로부터 먼저 시작을 해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남들에 비해서 저의 장점이라고 할 것이 약간의 구수함 같은 것들인데 <들풀>의 달중이 같은 경우에도 전라도 사투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했으니까 그 장점을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는 훌륭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네이슨이라는 똑똑한 인물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 의해 ‘저 사람은 저렇다’라고 정의를 당하는 거고 그게 사람들마다, 보는 각도마다, 상황마다 모두 다른 거니까요. 물론 납득이 안될 만큼 어떤 인물에 대한 큰 선을 벗어나는 것은 싫지만 테두리쯤에서 벗어날 듯 말 듯 줄타기를 하고 싶어요. 그렇게 인물을 만들 때 굉장히 짜릿한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멋있는 역할이라 할지라도 그런 사람이 평생 죽을 때까지 멋있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사람은 변하는 거니까. 항상 정형화된 인물이라기보다는 ‘좀 이상한데 충분히 저럴 수도 있겠구나’ 그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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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주로 창작 작품을 해왔는데 의도를 한 부분이 있었나? 창작 작품과 라이선스를 모두 겪어본 지금은 와 닿는 차이점이 있는가?

  제가 창작극 동아리 출신이기도 해서 대학을 졸업하면서 목표를 세웠었어요. 열 작품 정도는 창작 작품을 해보자라고. 지금까지 공식적인 작품은 여섯 작품 정도고 리딩공연까지 하면 얼추 열 작품 정도 되는데, 사실 엄밀하게는 열 작품을 못 채웠지만 스스로 합리화를 한 것도 있어요. <쓰릴 미> 같은 경우는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거든요.

  사실 모든 작품의 연습이 힘든 시기가 있어요. 창작 작품 같은 경우는 그 시기가 항상 중반쯤에 오더라고요. 라이선스는 갖춰진 부분이 있고 특히 <쓰릴 미>는 작품이 오랫동안 이어졌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움직이면 돼서 연습 초중반까지는 창작보다는 많이 쉽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마지막에 제가 갖고 있는 성향과 부딪치게 되면서 엄청 힘들더라고요. 창작은 나로부터 시작하지만 라이선스는 마지막에 저를 입히려고 하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원스>는 초연이니까 어느 정도 제 색깔을 입히고 들어가도 될 것 같은데, <쓰릴 미>는 이전에 네이슨을 하셨던 분들이 굉장히 멋있고 쟁쟁한 분들이셨기 때문에 그걸 저도 모르게 따라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r 본인이 생각하는 무대란 어떤 곳인가?

  저도 제 안에 누구 못지않은 악이 있지만 착하게 살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기대하는 이미지나 모습들도 그런 부분이고요. 사실 무대라는 공간은 마음 놓고 인물로서 악을 행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무대가 없었으면 제 안에 있는 악이 일상에서도 작용했을 것 같은데, 무대라는 공간을 통해서 해소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욕을 잘 안하는데 <쓰릴 미>에서 인물로서 표현을 하다보면 참아왔던 것들을 터트리는 느낌도 들고 정말 재밌어요. 굳이 평상시에 욕을 하지 않아도 악에 대한 해소는 무대에서 다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얻을 수도 있고요. 무대는 제게 그런 공간인 것 같아요.

r 정확히 10년 뒤를 상상했을 때, 어떻게 비춰지길 바라는가.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맑고 착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사회에 익숙해진다는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지금의 약간 어린 느낌은 시간이 흐르면서 슬슬 빠지겠지만 점점 더 맑아지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역할은 아예 저와 성향이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사실 관객 분들이 저의 무대 위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저도 즐거울 수 있으면 어떤 역할이나 작품이든 다 좋은 것 같아요.


글. 이하나 (tn5835@musicalpublic.com)
사진. 안아진 (vely_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