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INTERVIEW <주그리 우스리> 고훈정, 고상호

<주그리 우스리> 고훈정, 고상호

335
0
SHARE

d 

제목 없음-1

15_filtered

흡사 영화 <맨인블랙>에서 볼 법한 슈트 차림의 남자가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저승차사라고 한다. 우리가 전형적으로 떠올리는 창백한 얼굴에, 갓을 쓰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존재가 아니라 공포를 걷어내고 멀끔한 행색으로 영혼을 찾아다닌다. 그것도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누군가 죽기를 바라면서.

뮤지컬 <주그리 우스리>에서 ‘지왕차사’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유독 눈에 들어오는 두 배우의 이야기다. 각자가 가진 질감과 색채가 사뭇 다름에도 어울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배우라는 길 위에서 한걸음씩 신중하게 내딛고 있는 고훈정, 고상호 배우를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유튜브에서 우연히 발견한 음악에 반해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했던 오디션까지 치렀던 고훈정 배우. 군대시절 국방일보를 보시던 대대장님이 발견한 오디션 공고로 군 뮤지컬이라는 무대를 경험했던 고상호 배우. 그들이 맛보았던 독특하고 새로웠던 경험은 시간이 지나 ‘뮤지컬배우’라는 수식어를 인생에 끼워 넣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과거 이야기는 어떤 방식으로든 예술이라는 틀 안에서 삶이 흘러갔을 것임을 가늠케 했다.

고상호(이하 상호) : 중학교 때는 비보이 댄스를 추는 걸 좋아했어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불효지만 고등학교 때 주말마다 아버지께서 농사일 하러 가자고 하시는 게 싫어서 서클을 정할 때 일요일마다 연습하는 연극부에 들어갔어요. 그 외로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밴드를 결성해서 보컬을 맡기도 했고요. 그러다 ‘평범한 일상은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에 빠졌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음악, 춤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하고 알아보다가 뮤지컬을 알게 됐어요. 고향인 제주도에 공연 왔던 명성황후라는 뮤지컬을 보고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더 찾아가고 알아가면서 다양한 뮤지컬이 있는 것도 알게 되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4_filtered

고훈정(이하 훈정) : 학창시절 계속 기타를 쳤어요. 대학을 가기 위해 과를 정해야 했을 때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정은 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제 기타수준으로 실용음악과는 무리고 작곡과를 가기엔 건반을 잘 치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건 목 밖에 없었던 거죠. 1년이라는 기간을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그때부터 스파르타로 레슨을 받아서 결국 경희대 성악과를 갔죠. 그런데 일단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다 보니 대학 들어가자마자 바로 본격적으로 기타를 치고 다른 음악을 했어요. 그때가 진짜 아무것도 없이 표류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고 음악을 조금 더 깊이 있게 해보려는 노력을 하던 차에 우연히 <스프링 어웨이크닝>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렇게 뮤지컬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거죠.

7_filtered

상호 : 사회에 나와서 처음으로 한 작품이 예전에 배워둔 탭댄스로 하게 된 <브로드웨이42번가> 앙상블이었어요. 저는 작품 음악이나 분위기에 따라 실생활 분위기도 같이 간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작품이 신나고 밝은 뮤지컬이어서 다들 즐겁게 했던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던 <영웅>이라는 작품은 <42번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안중근의사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중압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일본군으로 뭔가 인상 쓰고 악쓰고 싸우다보니 많이 아프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이번에는 ‘내 연기도 해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갖던 차에 하게 된 게 소극장 뮤지컬 <스페셜레터>이었어요. 군 뮤지컬부터 시작해서 이전까지 작품들이 우연치 않게 모두 군인이었어요. 그날들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나중에 북한군으로 JSA도 해보고 싶어요.(웃음)대극장에서든 소극장에서든 고상호 배우의 이야기는 ‘하고 싶은’이라는 말로 귀결되어 있었다. 열정과 의지로 자신의 작품들을 한데 묶어 고르게 보듬고 있었다.

한편, 이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길을 닦아온 고훈정 배우에게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싱어역과 콘서트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를 하며 관객과 밀접하게 닿을 수 있었던 면에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감사’라는 단어였다.

훈정 :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가끔 소품들이 날아오고 부러지면서 위험한 순간들도 많았어요. <우연히 행복해지다>는 콘서트 형식이다 보니 표현함에 있어서 조금 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더 작은 소극장일수록 다니는 곳도 많았고 무대도 같이 세운적도 있었어요. 아예 같이 만들어간 셈이죠. 상대적으로 크루 시스템이 잘되어 있지 않으니까. 작년에 아리랑 경성26년부터 시야 쇼케이스를 하다 보니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이 물론 상대적인 것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이고 감사해야할 필요가 있구나를 다시 한 번 느껴요. 결국 모든 것은 제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고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내가 철저하게 기본적으로 찾아봐야 할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생각하고 지금도 항상 매일 고민하고 있어요.

 

2

두 사람의 인연이 닿기 시작한 것은 시야 플랫폼 프로그램부터였다. 현역 음악감독의 추천으로 섭외된 배우들 가운데 자체 오디션으로 선발된 6명의 배우들의 초단기 교육프로그램으로 변희석 음악감독이 총감독으로 주축이 되어 넘버 위주로 진행된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즐기면서 일 할 수 있는 기쁨을 누렸기 때문인지 추억을 꺼내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도 그 기운이 묻어있었다.

상호 : 그때는 뭣 모르고 레슨 시켜 주신다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게 된 건데, 심리상담, 멘토를 만나는 시간 등을 통해서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무대에서 하게 만들어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정말 많이 힘을 줬어요.

훈정 : 프로그램을 위해 모이게 된 분들 모두가 그 안에 또 다른 고충이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보이는 모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보니 저희도 영향을 받게 됐어요. 사실 연습이 쉬운 연습은 아니었어요. 넘버는 많고 또 쉬운 넘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은 됐지만, 연습 끝나고도 저희 자체적으로 남아서 하기도 했어요. 정말 재밌게 했어요. 그때 상호를 처음 본거에요.

6_filtered

시야 쇼케이스 외에도 ‘야구’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인연을 다지기 시작한 두 사람은 실제로 ‘인터미션’이라는 야구팀에서 활동 중이다. 주로 평일 아침 7시, 9시 경기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고 가진 시간을 쪼개야 하지만 그저 좋을 뿐이다. 배우들로 구성된 팀이다 보니 제법 떠들썩하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이 스쳤다.

훈정 : 시끌벅적하죠. 오만석 형이 단장이고, 저희는 팀에서 어린편이라 형들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는 편이에요. 가장 열정적으로 하는 분이 (최)재웅형이에요. 아주 열정적이세요. 대형3루수가 있기 때문에 재웅이 형이 자칫하면 자리를 뺏길 수도 있어서 3루수 자리를 꿰차기 위한 주전경쟁이 치열해요.

상호 : 작년에 <머더발라드>부터 작품이 몇 개 겹치면서 연말에 하지 못했던 한을 개막하자마자….. 물론 다들 열정적이에요. 좋아하지 않으면 그 새벽에 거길 갈 수가 없거든요.

 

3

두 사람이 우연처럼 함께하게 된 작품 <디스라이프:주그리우스리>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저승사자’라는 대상을 현대에 맞게 그려냈다. 천년차사 태을과 신입차사 호경이 의학발달로 영혼수거가 힘들어지자 이를 타파하기 위해 직접 ‘우스리’ 마을로 내려간다는 풍자적이고 신선한 발상에서 시작하는 <디스라이프>에서 그들은 가슴이 빨개지도록 서로의 가슴을 때리며 대립하기도 하고 때로는 완장을 찾기 위해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실제로 두 사람의 성을 딴 ‘고고페어’로 불리며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가상의 캐릭터를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1405855169419
ⓒ 뮤지컬컴퍼니 두왑

상호 : 저는 기본적으로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을 하는데 저승사자는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궁금증을 풀려고 하면서, 여기서 왜 이런 걸까에 대해서 ‘왜’와 ‘만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답을 찾아 나가려고 하는데 제가 잘하는 건지 아닌지 확신하기 어려워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훈정 : 허구의 인물이고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을 표현한다면 극본 안에서 어긋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행위나 인물의 해석이 굉장히 열려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본적도 없고 ‘누구 같은 저승사자’는 없잖아요. 다만 현재 <주그리 우스리>까지 구현함에 있어서 모호함을 조금 더 해소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요. 특히 창작 뮤지컬은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하고 또 디벨롭 작업을 거치면서 크리에이티브팀과 배우들이 뭉쳐서 좋은 작품을 올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10년 전 빨래가 그랬을 거예요. 처음에 완성품이 나온 것이 아니라 계속 추가하고 삭제하면서 디벨롭하고 이것들이 쌓여갔겠죠. 이 작업은 창작뮤지컬의 숙명이고 개인적으로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한번 올렸다고 끝이 아니니까. 창작초연을 하는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고 재미있어요. 의미 있는 만큼 계속 디벨롭해서 배우들이든 크리에이티브팀이든 누구나 그 마음을 갖고 달려가야겠죠. 첫 술에 누구나 배부를 수 없는 건 마찬가지 같아요.

1405855167692
ⓒ 뮤지컬컴퍼니 두왑

<디스라이프>의 막이 내린 뒤 몇 달 후 ‘죽음’과 ‘저승차사’라는 틀을 남기고 아예 새 판을 짜서 돌아왔다. 그것이 바로 현재 공연되고 있는 시즌2 개념의 <주그리 우스리>다. 이전에 태을과 호경으로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 극에 숨을 불어넣었다면 이번에는 ‘지왕차사’라는 한 캐릭터를 두 사람 각자가 가진 색깔로 그려나가고 있다.

극중 ‘지왕차사’는 낙태로 인해 죽은 영혼 출신으로 천왕의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오로지 영혼수거에 몰두하지만 딜쿠샤 사람들과 아연을 통해 가장 크게 심리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상호 : 개인적으로는 ‘천왕이 되어야만 나의 아픔의 근원이 되는 엄마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라는 설정을 했어요. 천왕을 질투하면서도 은연중에 그를 존경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왕의 바로 옆에 붙어 배움으로써 경지가 올라가는 지왕의 성장이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을 해요. 딜쿠샤 안에서 지금까지 보던 인간들과는 다른 인간들과 마주치면서 자신을 보게 되고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으로 경계심을 드러내지만 깊숙하게 자리한 어떠한 이끌림으로 자신도 모르게 아연을 살리게 되는 거죠. 아연을 통해서 ‘나의 어머니도 저러지 않았을까’, ‘나를 이렇게 만든 어머니에 대해서 용서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존재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왕의 스토리인데 그걸 보여줄 수 있는 신이 부족한건 아쉬움으로 남아요.

훈정 : 원래 전형적으론 서자 출신들이 신분 상승에 대한 욕심이 있잖아요. 자신의 열등함을 다른 쪽으로 상쇄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지왕도 그런 쪽으로 접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픔을 숨기고 싶지만 결국 자의든 타의든 그 아픔을 들추게 되죠. 본능적으로 아이 영혼에 반응할 수밖에 없고, 저는 아연과의 관계 그리고 아이의 영혼을 보게 되는 것으로 인해서 궁금증 보다는 해소라는 면에 조금 더 중점을 뒀어요. 천왕이 되기 위한 지왕의 성장보다는 내 마음이 왜 열등감을 갖고 실적을 올려야만 했냐는 것에 대한 응어리의 해소. 그런 면에 있어서 계속 딜쿠샤 사람을 만날 때 어떤 뉘앙스를 주고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야 느낌이 잘 전달될까라는 고민들을 항상 하고 있어요. 텍스트상의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결국 이 공연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극대화시키려면 뭘 해야 할까에 대해 계속 생각하죠.

16_filtered

디스라이프 때에 비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관객들의 아쉬움이나 지적에 대해 두 배우 역시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관객에게 전달되는 인물에게 보다 큰 공감을 부여하기 위해 두 배우는 해석과 표현의 여지를 지금까지도 열어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점들이 연습하면서 힘들지는 않았을까.

상호 : 연습 때부터 힘들었던 건, 지난 <디스라이프> 때는 주어진 것 안에서 찾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음악감독님께서 지왕 솔로 곡을 새로 작곡하실 때 형이랑 “여기서는 저희 감정이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편곡에 많이 개입했어요. 저희가 죄송한 것도 있고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음악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다행히 저희가 버릇없게 보이지 않고 저희 의도대로 어느 정도 음악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의 역할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이게 맞는 건가 아닌 건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도 이번 작품에 있어서 뭔가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컸어요.

 

4

<주그리 우스리> 속 두 지왕차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편식하지 않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누가 표현하는 역할이 더 좋고, 안 좋고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발현되는 그들이 가진 색이 주는 만족감이 제법 균등하기 때문이다. 색이 명확하되 서로의 색채에 방해를 주지 않는다. 서로가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을 묻자, 당사자를 옆에 두고 꺼내는 이야기에 쑥스러워하면서도 표현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상호 : 훈정이형은 인간 자체가 주는 치명적인 귀여움이 있어요. 나이에 맞지 않게 동안이기도 하고 같은 역할을 하면서 느낀 게 형만의 독특한 매력이 지왕으로 접목되면서 플러스가 되더라고요. 형 호흡을 몇 개 따라하려고 해봤는데 저는 못하겠어요. 발성도 안정적이고 음악적인 감각도 좋아서 같이 하면서 많이 부러웠고 옆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성격도 옳고 그름이 확실하고 신중하세요. 그런 신중함이 배우로서 연기를 하면서도 다 나오더라고요. 그런 게 장점인 것 같아요.

훈정 : 저는 목소리가 가진 질감이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톤으로 주는 뉘앙스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만약 상호 같은 톤을 가졌다면 성악을 계속했을지도 모를 것 같아요. 몸도 굉장히 잘 쓰는데 그런 것은 제게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장점으로 볼 수밖에 없겠죠. 내적으로는 이 친구도 굉장히 신중해서 생각을 깊게 가져가서 뭔가를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같이 공연하면서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신뢰할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두 사람이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IF’라는 조항이 붙지만 질문을 건네자마자 잠시의 고민도 없이 고상호 배우는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를, 고훈정 배우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모리츠를 꼽았다.

20_filtered

상호 : 게이브를 정말 하고 싶어요. 안 돼도 좋으니 오디션이라도 한번만 보고 싶어요. 오죽했으면 예전 이야기쇼에 출연했을 때, ‘alive’를 불렀는데 그런 곳에서라도 뭔가 해소를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아론 트베잇‘이라는 배우를 굉장히 좋아해서 그 배우가 인상 깊게 연기했던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 작품을 꼭 해보고 싶어요.

훈정 : 성향이 그런지는 몰라도 록을 참 좋아해요. 일단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록 뮤지컬이구요. 싱어를 하면서 공연을 지켜보는 건 굉장히 다른 경험이에요. 커버, 언더로 무대에 올라가기도 했지만 그때는 모르죠. 정신없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싱어로 200번 정도의 공연을 봤을 거예요. 물론 그때 조정석 형이 모리츠를 잘 구현해 냈기도 했지만 그 캐릭터가 꽤 아픔을 가지고 있고 전형적인 히어로가 아닌 정신박약아이고 모자란데,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할 땐 누구보다 강하고 에너지 있게 얘기하거든요. 그런 모습을 표현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무척 크다고 생각해요. 배우라면 누구나 다 하고 싶은 역할일 테고 저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요. 모리츠.

실제로 두 배우의 SNS 프로필에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와 계속 더 배워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배우는 사람’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이 적혀있다. 그들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어떤 배우로 자리하길 원하는지 궁금했다.

훈정 :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작품이 좋은 작품으로 달려가는데 있어서 그것을 배우로서 잘 구현하기 위해 당연히 노력해야 할 테고, 쉽지 않겠지만 오로지 그것을 위해 달려갔을 때, 나를 비롯한 그 누구도 모르는 어느 순간에 누군가 저에게 건네는 “아 이 작품에서 저 역할 잘 구현했네”라는 말만 들어도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게 결국은 누군가 좋은 배우라고 말해주지 않을까요. 꼭 그러고 싶습니다. 그 마음밖에 없어요.

상호 :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똑같은 대답을 하는데, 믿음 그리고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객에게는 ‘저 배우가 나오면 이 작품 볼 수 있겠다’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스텝들한테는 ‘저 배우라면 정확하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낼 수 있겠다’라는 믿음. 같은 배우들에게는 ‘이 배우랑 하면 나를 맡겨서 같이 갈 수 있다’라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정되어 있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었을 정도로 이 날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어느 질문하나 경중을 두고 대답한 것이 없었다.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신중할 줄 알았고, 배우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쉼 없이 의문을 품을 줄도 알았다. 생각한 것보다 더 알차고 단단하게 여물어있다는 느낌이랄까. 이제 막 서른의 문턱을 넘기 시작한 두 배우가 앞으로 담아낼 많은 이야기들은 지금보다 더욱 유심히 들여다봄직하다.


글.이하나(tn5835@nate.com)
사진. 안아진(Vely_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