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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걸즈> 이석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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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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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썸걸즈>가 돌아왔다. 그리고 2007년 국내 초연부터 2010년 공연까지 주인공 강진우역을 맡았던 <썸걸즈>의 남자 이석준도 돌아왔다.

2010년 공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썸걸즈>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원작을 각색했던 대본은 원작과 가깝게 새롭게 번안되었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바뀌었다. 한 명의 남자와 네 명의 여자를 한 명의 여자와 네 명의 남자로 반전 시킨 새로운 버전의 <썸걸즈>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썸걸즈>를 가장 많이 한 배우에서 <썸걸즈>를 가장 잘 아는 연출이 되어 돌아온 ‘이석준’까지. 그의 변신과 함께 새로워진 <썸걸즈>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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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이 연출을 한다.’

배우였던 그가 연출을 한다는 소식은 새로우면서 동시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 뮤지컬, 연극, 드라마, 영화, 콘서트 MC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모습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이야기쇼>의 MC를 맡아오며 세부적인 사항에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과 그의 팬클럽에서 열렸던 <저금통 콘서트>는 언젠가 그가 제작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했다.

그래서 ‘이석준이 연출을 한다’는 소식은 갑작스러우면서도 언젠가 맞이할 일이 다가 온 것처럼 익숙했다. 그의 입봉작이 <썸걸즈>였기 때문에 그가 입게 된 연출이라는 옷이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인지도 몰랐다. 그라면 <썸걸즈>를 정말 잘 이해하고 잘 표현해 줄 것 같은 믿음이 들었으니까.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조합이었던 <썸걸즈>와 이석준.

그렇다면 처음으로 배우의 옷을 벗고 연출이라는 옷을 입은 그의 생각은 어떨까?


“연출이 된 소감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사실 전 특별히 달라진 거는 모르겠어요. 실제 필드(무대)에서 뛰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면 이제까지 제가 해오던 일과 거의 흡사해요.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까 연출이 저보다 어린 경우가 많은데(웃음), 그렇게 되면 연출이 이석준이라는 배우에 대해 더 이상 디렉팅을 하지 않는 상황이 와요. 어렸을 땐 연출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 흡수해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연륜이 쌓이다보니 저만의 시각도 생겼고 디렉팅도 적어져서 저 나름대로 작품에 대해 연구하면서 연출이 얘기한 것보다 더 좋은 걸 찾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연출과 흡사한 생각을 하게 되고, 연출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무언가를 제시하면 그만큼 좋은 공연이 나오잖아요.”  


새로운 일을 시작 할 때 대게의 사람들은 많은 준비를 한다. 배우들이 새 작품에 필요한 보컬 트레이닝, 안무 연습, 대본 해석 등을 하듯이, 그 또한 새롭게 도전하는 연출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연출을 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들은 말이 ‘극을 전체적으로 보려면 어렵지 않아?’였어요. 대부분 배우는 자신이 맡은 특정 인물을 중심에 두고 작품을 이해하는 습관이 있어서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을 낯설어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전 평소에도 주변 인물을 통해 제가 맡은 인물을 만들어 내는 편이라서 극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모여서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저를 잘생겼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주변에 원빈이나 장동건 같은 미남들이 드물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죠. 그래서 공연에서 어떤 감정을 표현할 때 상대방의 대화와 행동에 대한 반응을 표현해요. 그 장면이 웃기거나, 슬프거나, 화를 내야 하는 장면이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대사를 들었을 때 이런 말을 할 땐 화를 내야 될 것 같다고 느껴서 화를 내는 거죠. 그러다보니 주변 인물을 통해 제가 맡은 캐릭터를 보는 방식이 습관화가 되어서 극을 전체적으로 보는 습관을 따로 들여야 하는 어려움은 없었어요.”


털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의 ‘평소’라는 말 속엔 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었다. 누가 시키거나 디렉팅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이 맡은 역과 관계하는 인물들을 함께 분석하며 작품을 심층적이고 유기적으로 바라보는 몸에 배인 노력과 습관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에게도 연출로써 부족한 점은 많다. 배우였기 때문에 배우들을 코치하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무대, 조명, 의상 등의 기술적인 부분에선 새롭게 배워야 되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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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전공한 보통의 전문 연출들은 배우의 연기 뿐 아니라 조명, 무대 디자인 등 기술적인 부분을 아울려서 무대를 전체적으로 조합 할 수 있는 테크닉을 가지고 있어요. 전 스태프로 일한 경험이 부족해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약한 편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연출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들 중에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 배우들이 무대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주력하고 있어요. 배우의 경험을 살려 무대가 이렇게 됐으니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겠더라, 조명이 이렇게 떨어지니 연기를 어떤 식으로 바꿔보면 좋겠다 등 구체적인 디렉팅을 줘요.”


연출은 무대라는 커다란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키를 잡고 지위하는 선장이다. 항해사가 배의 각층에 어떤 방들이 있고, 내부의 기계들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연출가도 겉으로 보이는 무대의 디자인적 부분, 동선 뿐 아니라, 무대 안의 기계 설비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무대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조명 디자인, 음향, 의상, 공간 배열 등 다양한 방면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가지고 있어서 가끔 연출이 단독적으로 무대 안의 모든 디테일을 혼자 결정하고 요구하는 일도 생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공연과 관련된 전공자들이 모두 학교 선후배 사이로 연결 되어 있어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모인 팀원들의 관계가 수평 관계가 아닌 수직적 양상을 많이 띤다. 이석준은 그 상하 관계를 무너트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연출과 배우의 관계는 흔히 배우에게 디렉팅을 주는 사람으로 고정 되어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작업을 하다보면 연출과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작품에 대한 본질적인 생각이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라는 사람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의무와 권리가 있는 크레이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특정 사람의 리더십에 의해서 의견을 하달 받고 그걸 따르는 관계 보다는 함께 의논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관계가 이상적인 관계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겠지만, 저는 배우의 디렉팅 외의 기술적인 부분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상태니까 스태프들과 서로 생각을 공유하며 천천히 만들어 가고 싶었어요. 전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3개월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가 연출가의 엄청난 결단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본인이 가끔 특정한 틀을 만들어 놓고 그대로 따라 하길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연출들의 경우 배우들의 해석이나 연기가 한정적으로 제한 되요. 그리고 제가 연출을 하게 된다면 이런 것들을 깨고 싶다고 생각해서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특히 기술적 부분은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면서 배워나가야 할 점이 많으니까요.”

공연을 보다보면 가끔 같은 역을 맡은 여러 배우들의 연기가 한 사람처럼 특성화 되어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런 정형화된 작품을 보다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답답함을 시원하게 긁어줄 아는 눈을 가진 그가 앞으로 계속 성장해 어떤 연출이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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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출로 데뷔하는 작품이 <썸걸즈>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퍼즐 조각 두 개가 서로 딱 맞게 끼워지는 것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석준이 배우에서 연출이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썸걸즈>라는 작품에 있었다.

“맨씨어터의 대표님이 저에게 <썸걸즈> 얘기를 하셨을 때 전 제가 배우로 캐스팅 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래서 당연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연출 제의를 하시더라구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어요. 결국엔 연출을 새로 데려오고 전 배우가 돼서 무대에 오를 줄 알았는데 진짜 연출을 하게 되었네요.”

<썸걸즈>가 국내 초연을 올린 2007년부터 2010년 공연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출연하다 보니 이 작품을 가진 극단보다 더 <썸걸즈>를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까지 이어져온 <썸걸즈>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맨씨어터 극단의 대표도 그에게 <썸걸즈>를 맡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석준이 연출이 된 <썸걸즈>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썸걸즈>가 되었다. 주인공의 인물도 우리가 친숙히 잘 아는 영화감독에서 작가로 바뀌었고 이름조차 강진우에서 구영민이 되었다. <썸걸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연출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알던 <썸걸즈>와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버린 상황에 대해 이석준은 ‘초연’이 아닌 ‘원작’에 초점을 맞췄다고 이야기했다.

“2010년도 공연은 황지영 연출이 연출하면서 각색했던 대본을 그대로 착용했었고 그 보다 좋은 대본이 나오긴 힘들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공연은 제작자들과 극단 대표님과 의논을 해 본 결과 원작의 맛을 좀 더 살려 보자라는 의견으로 모아졌어요. 각색을 하다보면 원작의 메시지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 작품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한국 정서에 맞게 풀다보니 왜곡이 생기는 거죠. 지금의 2014년은 <썸걸즈>가 처음으로 올라온 2007년에 비해 문화적으로 좀 더 생각이 개방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전에는 <썸걸즈>의 원작에 나오는 남녀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기엔 그 시절의 감성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각색을 했지만, 지금은 이해되는 부분이 훨씬 많아졌어요. 그래서 어차피 각색이 필요한 것이라면 원작의 내용을 많이 살려 보자가 저희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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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걸즈>가 초연으로 올라 올 때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이 설계 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지적 수준은 좀 더 높아졌고, 여러 번의 재연을 통해 <썸걸즈>가 어떤 공연인지 충분히 인지하게 되었다. 공연에 대한 이해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판단한 제작사는 이제 원작에 담긴 함축과 상징성의 묘미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문장 속에 숨어 있는 서브텍스트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에요. 대본 속에 담긴 상징과 함축이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졌나 함께 공유하는데 있어서 그 문화를 즐기는 맛이 있는 거죠. 그래서 작품에 대한 본질을 추구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지금 작품을 올리게 됐습니다.”

본 기자는 올해의 <썸걸즈>를 봤을 때 예전 공연에 비해 여자들의 시선이 부각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의 <썸걸즈>가 남자주인공을 부각 시켰었다면, 올해의 <썸걸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구영민이라는 인물이 소개 되는 느낌이었다.

“남자 원탑의 작품이다 보니 겉으로 볼 때 남자 주인공이 부각 되는 연기를 많이 보여 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느끼기에는 남자 주인공을 막 욕하면서도 네 명의 좋은 여배우들이 절 감싸주는 것 같았어요. 제가 바라보는 <썸걸즈>는 남자 한명이 주인공인 작품이 아닌, 네 명의 여자 주인공이 있는 작품이었어요. 예를 들어 <키사라기 미키짱>이라는 작품을 보면 스토리상으로는 여자가 주인공이지만, 여자 주인공이 없는 상태에서 그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이는 네 명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것처럼 저에게 <썸걸즈>는 네 명의 여자들이 한 명의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썸걸즈>에 나오는 남자는 분명 나쁜놈이지만, 그럼에도 저 네 명의 여자가 사랑하는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마냥 나쁜놈만은 아닌 인물이 되거든요. 이 남자가 나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주고 싶었고, 그것을 저는 이 네 명의 여자에게 부여해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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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혹은 인물들의 심리가 명쾌하게 딱! 떨어지지 않는 작품들은 늘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과 해석을 자극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며 이것이 작품의 의도와 일치하는지 궁금증에 휩싸인다. 관객들에게 트위터로 사전 질문을 받아 Q&A 시간을 마련했다.

로고 <썸걸즈> 공연을 보며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 참으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출님은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으셨나요?
A. 맞는 말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행복해 지길 바라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은 타인에게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죠. 예를 들어 길가 가로등 밑에서 키스를 하고 있을 때 그 두 사람에게는 굉장히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상황이지만 제 3자에게는 왜 저런대서 저러고 있어로 보이겠죠. 그들에게는 굉장히 달콤한 순간이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히 이상한 순간에요. 세상은 이상한 이기적인 마음이 배려와 이해로 뭉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시선들을 바라봐주길 바랬어요. 

로고 영민과 미도가 가진 각각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영민과 미도는 모두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과 매력을 가진 존재에요. 여러분들은 남자 혹은 여자의 어떤 매력에 끌리십니까?란 질문을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네 가지 매력을 다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에요. 그렇게 갖고 있을 것 같은 놈이 찌질한거거든요. 그렇게 갖고 있을 것 같은 여자가 배신을 했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 거고. 사람은 사랑을 할 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완벽하다는 환상에 빠져요. 사랑에 눈을 뜨고 깨질 때 그것 때문에 상처 받아요. 누구나 완벽한 인간은 없다가 이 두 인물에 대한 대답이에요.

로고 화를 내며 유명한 작가가 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는 영민이와, 너에게 돌아가고 싶다며 무릎 꿇는 영민이는 너무 다르게 와 닿습니다. 연출님이 의도하신 영민이의 ‘진심’은 무엇인가요?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본능인건지 궁금합니다.

A. 모두가 진심이에요. 영민이 결국 여자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가지마’예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들에게 좋은 남자로 기억 되고 싶은데, 여자들은 난 너에게 상처 받았었어, 넌 나쁜놈이야라고 말하니까 그게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해명하고 싶은 거죠. 이 여자가 나가는 것이 싫고, 이 여자를 붙잡고 싶기 때문에 이 여자에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는 거예요. 울다가, 호소하다가, 사랑한다고 그랬다가, 화도 내면서 버티는 거죠.

로고 한 번 관람한 관객들은 대부분 구영민을 ‘나쁜남자’로 기억할 것 같은데, 극을 여러 번 보다보면 그저 나쁜놈이라고 하기엔 좀 의아한 대사나 행동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출님은 구영민이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A. 구영민은 나쁜놈입니다. 하지만 관객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같은 의미의 나쁜놈은 아니예요. 구영민이 나쁜놈인 이유는 상처를 줬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도망갔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상처 줄 수 있고 나쁜 말을 내뱉을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곁에 있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세 번째 여자인 교수가 자기 남편 얘기를 하면서 남편은 끝까지 내 곁에 있어 좋고 그래서 더 견고한 사이가 되었다는 말처럼 사랑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가지 않고 함께 있어줬어야 했던 거죠. 이 사람은 자기가 무섭다는 이유로 모든 신뢰를 저버리고 상대방의 감정을 덩그러니 방치해 놓은 채로 혼자 도망쳐 버린 거니까요. 그래서 이 나쁜놈을 포장해 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이 사람도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이 한 잘못이 나쁜 줄 알고 거기에 대해 아파해요. 본인이 나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픈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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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마지막 장면에서 영민이 녹음기를 붙들고 우는데, 영민은 왜 녹음을 했을까요?
A. 영민이 극에서 뜨악할 정도로 나쁘게 생각 되는 이유는 여자들을 불러서 한 명, 한 명 해명을 하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일을 벌이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과거 경험을 가지고 소설을 쓴 것처럼, 이 일을 이용해서 또 다른 소설을 하려고 했던 거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이 진심의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욕망도 있어요. 자신이 했던 모든 말들은 진심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 경험을 이용해서 기막힌 작품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죠. 우리가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는 충만하지만 입으로는 핫도그를 먹고 있는 것처럼, 선의적 진심이 다른 욕망에 져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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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님께서 두 남자 배우 분께 해석을 좀 다르게 요청하셨다 들었는데, 혹시 해석에 따라 두 영민의 ‘진심’ 자체도 다를 수 있을까요?
A. 커피를 먹을 때 누군가는 커피를 후르륵 먹고, 누군가는 숟가락으로 떠먹어요. 서로 먹는 방법은 다르지만 커피를 먹는다는 본질은 같죠. 그거처럼 배우들이 가진 이미지에 맞춰서 표현을 달리 하도록 디렉팅을 줬을 뿐이지 정직프로젝트를 펼치는 심리에 대한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로고 남자들은 구영민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제 기준엔 텍스트만 봐도, 구영민은 나쁜 짓을 더 많이 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영민을 이해하는데, 남녀 사고방식의 차이가 크게 작용 한다 생각하시나요?
A. 그런 것 같아요. 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에 대한 강도를 다르게 체감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해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여자는 그 일에 대해 어머 저 나쁜놈!이라고 분노가 먼저 치밀러 올라오고 남자는 허허, 그러지 말지, 저건 좀 심했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로고 약혼녀와 통화를 하며 ‘사랑해’라고 하는 말이 약혼녀를 향한 것이 아닌 과거 네 여자를 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네 명의 여자들에게 사랑해를 던지고 현재 약혼녀에게 그 사랑을 확인 받고 싶은 거예요. 과거에게 사랑해를 던지고 현재한테서 그 사랑을 확인 받는 거죠. 설명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쉽게 말하면 예전에 사귄 사람이 우리 부모님에게 잘해줬고 그 점이 참 좋았다고 느끼게 되면 다음에 다른 누군가를 만날 때 우리 부모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것처럼 과거에 사랑했던 부분, 좋았던 부분이 뭉쳐져서 돌아온 것이 현재의 여자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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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대학교에서 졸업 공연으로 여배우들이 <쓰릴미>를 연기했다. 그전에도 뮤지컬 팬들은 작품 속 주인공의 성별을 반대 성으로 바꾸며 이 캐릭터가 여자라면, 남자라면 상황이 어떻게 바뀌게 됐을지에 대해 장난처럼 이야기했었지만, 그 뒤로 뮤지컬의 TS버전에 대한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선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언젠가 이루어진 것을 보고 싶은 막연한 꿈으로 변모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것처럼 실제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을 자각한 소망이었지만, 이 소망은 <썸걸즈>의 여자버전을 통해 이뤄졌다. 그리고 그 반응은 대단했다. 뮤지컬 팬들의 엄청난 이슈와 기대, 칭찬을 한 몸에 받은 <썸걸즈>는 어떻게 기획 됐던 걸까?

“예전에 참 인상적인 영상 하나를 봤었어요. 길거리에서 남자와 여자가 엄청 싸우는 거예요. 그런데 그 이유가 여자가 딴 남자랑 자고 나온 걸 남자가 목격한 거죠. 뭐, 이런 터미니 없는 일이……하면서 보고 있는데 여자가 너무 당당한 거예요. 내가 너랑 결혼했냐하고 싸우면서 그 남자 뺨을 빡빡 때리고……이제 뭐지?하면서 웃으면서 봤는데, 그걸 보고 나서 <썸걸즈> 내용을 여자에 대입해 봤었는데 전혀 위화감이 없었어요. 그러면 여자버전에서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하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우현주 대표님이 채택해 주셨죠. 더불어 저희 극단에 전미도라는 우수한 배우가 있고요.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자가 남자들을 다 차고 다니는 발상이 너무 재밌더라구요.”

남자에게 자신이 나쁜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고,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여자에게는 이전 관계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예전의 편한 사이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여자버전의 썸걸즈는 이러한 여자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이기심을 보여주면서 더불어 상처 받은 네 명의 남자 이야기를 보여준다. 남자들의 심리와 입장을 보고 싶다면 여자버전의 썸걸즈를 추천한다고 이석준 연출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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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이 연출 입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가 이대로 연출로 돌아 설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이석준은 단호하게 No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배우라는 직업에 중심을 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 사실 연출도 배우라는 직업에서 선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하다보면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가지, 예를 들면 연극도 할 수 있고 뮤지컬도 할 수 있고, 드라마나 영화도 할 수 있고, MC도 볼 수 있고 등등에 포함 되는 일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를 하면서 다양한 연출가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연출에 대해 어깨 너머로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연출에도 도전을 해 봤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등지거나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유명한 영화감독들이 자신의 영화에 가끔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지만 영화감독을 그만 두지 않는 것처럼, 저도 제 본질이 배우라는 직업에 있다고 생각해요. 계속 연기를 하면서 배우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계속 시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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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우에 대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숙명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배우의 선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장르와 다른 모든 일들을 도전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개발하고 창조해 낸다. 그래서 그는 연출가로써 꼭 연출해보고 싶은 작품 또한 창작극을 뽑았다. 새하얀 눈 위에 첫 번째 발자국을 찍듯 아무도 하지 그리지 않은 도화지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그의 창조적 욕심은 그를 항상 열심히 하는 배우, 연출로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글. 오윤희 기자(yoon@musicalpublic.com)
사진. 연극열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