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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 U> 김달중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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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스>, <김종욱 찾기>, <헤드윅> 그리고 <쓰릴 미>까지 롱런 하기로 유명한 이 소극장 뮤지컬들의 공통점은, 모두 초연에 김달중 연출가의 손을 거쳤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댄서의 순정>, <스핏 파이어 그릴>, <샤인>, <굿바이 걸>, <주유소 습격 사건> 등 많은 작품들이 그를 통해 호평 속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 감독으로 데뷔 후, 약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뮤지컬 <Trace U>는 과연 새롭고도 독특했다. 이 작품은 작년 초연(시즌1)에 이어서 올해 두 번째 시즌 공연으로 또 한번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며 마니아 관객을 양산하고 있다. 때로는 메가폰을 잡고 때로는 공연을 진두지휘 하는 김달중 연출가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고‘뮤지컬 연출가’가 되신 계기가 궁금하다.

“우선 단순하게는 시장 흐름의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연극을 전공했고 그래서 연극으로 시작을 했어요. 근데 자연스럽게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저도 직업 연출가로서 뮤지컬을 하게 됐죠. 뮤지컬을 좋아하고 동경하기도 했으니까 굉장히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여기에다가 저 개인적으로 품고 있었던 동기가 더해졌어요. 어렸을 때 오래된 뮤지컬 작품들을 보면서 ‘뮤지컬은 왜 저렇게 뮤지컬스럽기만 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던 기억이 나요. ‘꼭 저런 것들만 뮤지컬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죠. 그 후 외국에 나가서 새로운 뮤지컬 작품들을 접하고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연적으로 훨씬 좋은 작품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장르적으로 좀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고,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계속 공연 연출을 해온 것 같아요.”

 

로고특별히 하고 싶은 작품이나 연출가로서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언젠가는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은 늘 갖고 있어요. 이런 이유로 영화 감독을 시작했거든요. 이것 외에는 딱히 특정한 작품을 하고 싶다거나 특별한 목표는 없어요. 좋은 작품이고 재밌는 작품이면, 언제든 하고 싶어요.”

 

 

소제목1

뮤지컬 <Trace U>는 2011년 <그 남자의 비밀>이라는 원제로 ‘2011 창작팩토리 대본 공모’에 선정되었으며, 이듬해 ‘2012 창작 팩토리 시범공연지원 공모’ 및 ‘우수작품 제작지원’에 당선되었다. 2012년 8월 한 번의 쇼케이스와 11월 3주간의 프리뷰를 거쳐서, 2013년 2월~4월 세달 간 성공적인 본 공연을 올린 작품이다. 또한 올해 3월에 개막한 재공연(시즌2)을 통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작품은 홍대 클럽 ‘드바이’를 배경으로 본하와 우빈이라는 두 명의 남자가 펼치는 심리극이다. 락 공연과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반전과 숨겨놓은 상징이 많은 작품인 만큼, 아래의 인터뷰 내용은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로고이 작품의 플롯에는 ‘오이디푸스 신화’가 녹아있다. 특별히 이를 활용한 이유가 있나?

“학술적으로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재해석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또한 자극적인 소재와 사건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된 인류의 실수라는 것을 들고 싶었구요. 그래서 극단적 막장 상황이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하고 싶었죠. 물론 이를 통해서 도덕적으로 살짝 피해가고 싶은 의도도 있었어요.”

 

로고극 중 실종된 여자가 다음날 클럽 화장실에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한 관객 분께서, 이것이 누구의 신고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주셨다.

“극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정해놓진 않았어요. 그래야 다섯 팀의 컨셉이 획일화되지 않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도 페어마다 다르고, 같은 페어라도 날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우빈이가 신고하거나, 본하가 신고하거나 또는 제 3자에 의해 신고되기도 했겠죠.”

 

로고본하는 한번도 기타를 치지 않다가, 엔딩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타를 챙겨서 나가려고 한다. 이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본하가 우빈이고 우빈이가 본하니까 누가 기타를 챙기느냐 보다는, 어떤 의미로 기타를 챙기느냐에 초점을 맞췄어요. 기타는 그들 자신이기도 한, 분신 같은 의미예요. ‘음악’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하구요. 본하는 끝까지 자기 자신과 음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죠. 이런 의미에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물건이 기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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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페어가 다섯 쌍이나 되면 그 중에 한 두 팀은 서로 비슷할 법도 한데, 전혀 다른 각양 각색의 페어가 나왔다. 그 탄생 과정을 알고 싶다.

“개인적으로 제작사가 네 페어 정도를 만들어주길 바랐어요. 하지만 장기 공연이고 체력소모가 여타의 작품들보다 커서 다섯 페어를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 과정이 정말 힘들었죠.”

“이 작품은 두 사람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페어 짤 때 정말 애먹어요. 드라마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잘 맞아야 하거든요. 또 다섯 페어가 전부 다르게 나올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이 본하나 우빈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서 그래요. 어떤 배역을 연기하지 않고, 각자가 엄마를 죽인 인물이 되어야 하는 거죠. 본하나 우빈이 아닌 ‘실제 본인들의 호흡’이 나오도록 제가 요구해요. 그래서 배우들이 많이 힘들어 해요. 남의 호흡을 빌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자 다른 본하와 우빈이 나올 수 있는 거 거든요.”

“충분히 더 세련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배우들이지만, 이 작품은 본인의 호흡으로 본인다운 것을 해야 맞아요. 그래야 극의 말미에 우빈과 본하가 각자의 선택을 내렸을 때, 관객들이 그 결과를 수긍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섯 본하와 다섯 우빈이 다 특색있고, 다섯 페어가 각기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어요.”

 

로고‘본하’는 통상적으로 ‘우빈’보다 어린 배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헌데 장승조-이창용 페어의 경우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본하와, 나이 적은 우빈이 짝 지어졌다.

“‘나이’보다도 ‘호흡’이 중요해요. 같은 또래라도 호흡이 다르니까요. 친구 중에도 더 어른스러운 친구가 있고, 더 어려 보이는 친구도 있잖아요. 그게 그 친구들이 사는 호흡, 말하는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거 거든요. 배우들도 마찬가지예요. 물리적인 나이를 떠나서 호흡이 어린 배우들을 본하로 캐스팅했어요. (장)승조 배우가 (이)창용 배우보다 나이는 많지만, 노래할 때도 연기할 때도 어린 호흡을 가지고 있어요. 어린 호흡을 잘 구사하기도 하구요.”

“연습실에서 승조 배우한테 ‘피터팬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후크>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피터팬’으로 나와요. 나이든 피터팬이 다시 피터팬으로 돌아가는 거죠. 나이가 들어가지만 더 이상 크고 싶지 않은, 그런 피터팬 같은 호흡이 승조 배우한테 느껴졌어요. 나머지 네 명의 본하들은 ‘난 어려’ 라는 느낌인데, 승조 배우의 본하는 ‘난 나이 들기 싫어’라는 느낌이 강해요. 근데 생각해보면 본하는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는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승조 배우 나름의 매력적인 본하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로고초연부터 말씀해오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본하와 우빈’이 실현된다면, 생각해놓으신 배우는 누구인지 궁금하다.

“‘우빈’으로 염두 해둔 배우 중 한 명은 이정열 배우예요.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실제 가수이기도 하구요. 기타도 잘 치세요. 이런 배우와 (윤)소호 배우처럼 어린 친구가 페어가 된다면 재밌을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 시즌에 실제로 추진하려고도 했으나 저희 내부적인 문제나 스케줄 상의 이유로 실현되진 못했죠. 언젠간 하고 싶어요. 나이차이 많이 나는 페어 하나, 지금 같은 페어 둘이나 셋, 그리고 여자로만 이루어진 페어 하나… 이렇게 다섯 페어로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스텝들끼리 종종 해요.” (*프로젝트박스 시야의 박정아 작곡가 콘서트에서 신의정, 이지수 배우가 여자버전의 <Trace U> 넘버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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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3

로고약 1년 만에 재공연된 ‘시즌 2’에서는 여러 가지 연출적인 변화가 보인다. 우선 음악 파트에서 달라진 부분에 대해 설명을 부탁 드린다.

“곡의 순서가 바뀌어서 낙서가 전보다 앞으로 배치됐고, 어쿠스틱한 버전으로 편곡되었어요. 변화의 첫 번째 이유는, 지난 시즌에 ‘또라이1’ 도입부가 개인적으로 너무 불편했거든요.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 도입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자, ‘또라이1’ 앞으로 ‘낙서’를 당겨온 거예요. 두 번째 이유는, ‘낙서’라는 곡의 정체성 때문에 원래보다 앞으로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두 캐릭터가 앞으로 나아가게 될 방향을 정말 낙서처럼 펼쳐놨죠. 그래야 우빈이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본하를 끌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넘버 <미친 밤>도 편곡 됐죠. 기존의 곡은, 어린 남자가 사랑하는 연상의 여인을 그리면서 부르기에는 너무나 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본하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뭔가 섹슈얼한 부분을 연상시키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 느낌이 나도록 편곡을 하고, 조명도 강화했어요.”

 

로고이 작품은 조명에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다. 조명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시즌1에 아트원 씨어터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조명 연출을 이번에 시도했어요. 다들 알고 계시는 ‘날 잡아 줘’에서의 6개의 레이저 광선 조명 변화가 대표적인 예에요. 원래의 의도는 본하의 앞과 뒤에 이 조명을 다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비용상의 문제로 앞이냐 뒤냐 하나만 선택해야 했고, 아트원 씨어터에서는 앞에 하는 것이 나아서 그렇게 했던 거예요. 이번에는 극장의 특성상 그때처럼 앞에다가 두면 그만큼의 그림이 나오질 않거든요. 무엇보다 드라마적으로도 밴드와 본하를 분리하고 싶었구요. 그래서 기타의 6현을 상징하는 레이저 조명이 본하의 뒤로 빠지게 됐죠. 본하의 앞은 비 내리는 조명으로 대신했어요. 두 조명 장치로 본하를 밴드와 객석으로부터 분리시켜서, 그 만의 공간인 음악 속에 가두고 싶었어요.”

 

로고그 외에 조명을 이용해서 특별히 힘을 준 부분이 있다면?

“이우형 조명 감독님이랑 ‘태양에 눈이 멀어서’ 부터 ‘기억이 안 나요’ 까지의 큰 조명 컨셉을 정했어요. 무대 바닥에 우빈과 본하 사이를 가르는 ‘사선 조명’을 시즌1보다 훨씬 자주 배치해서, 둘이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한 효과를 주고자 했던 거죠. 그래서 이 조명을 사이에 두고 둘이 마주보는 동선도 많아졌어요. 하나의 무대 공간을 계속 분할하면서, 한 사람 안에 두 인격이 존재함을 지난 시즌보다 정교하게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이를 통해 관객에게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인격 중에 어느 인격이 실존한다고 생각하는지’를 계속해서 묻는 거죠. 다시 말해 ‘당신은 누구의 말을 믿는지, 누가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어 보는 거예요. 대신 대사를 줄이고, 보다 시각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자 했어요.”

“‘태양에 눈이 멀어서’ 끝나고 두 인물에게 쏘여지는 조명도 조금 달라졌어요. 우빈은 이 넘버의 가사처럼 태양 빛 때문에 고통 받아요. 그러면서 빛을 피하고 ‘난 태양에 눈이 멀었다’고 이야기를 하죠. 반면 본하는 무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쏘여지는 강한 빛에 이끌리 듯 등장해요. 이 조명기기를 전보다 높게 설치 했어요. 여기서 태양 빛이 상징하는 게 ‘그 여자’인 거예요. 두 인격이 빛(그 여자)에 대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좀더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래가 끝난 후 본하가 시즌1보다 좀더 빨리 등장해요.”

 

로고지난 시즌에는 전체적으로 노란색 계통의 조명이 많았는데 이번에 비교적 푸른색 톤의 조명이 많아졌다. 특별한 연출 의도가 있나?

“작품을 지난 시즌보다 차고 냉정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기에도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구요. 다음 시즌에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시각적으로 관객들이 차고 냉정한 시선으로 극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의도했어요.”

 

로고‘매일 난 기다려’ 넘버에서 우빈이가 앉아있는 의자를 비추는 사각 조명이 점점 작아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의미가 담겨있을 것 같다.

“고통 받는 우빈이의 심정을 시각적인 방법으로 표현해보고자 했어요. 심리적으로 조여오는 것을 조명으로 나타낸 거예요.”

 

로고영상에서도 다채로운 변화가 있었다. 우선 살인 사건을 보도하는 신문기사의 헤드라인을 보면 ‘이 모씨’라는 글자가 더 선명해졌다. 우빈이가 실존 인물임을 반증하는 것인가?

“그렇진 않아요. 이 모씨 즉, 이우빈이 실존하는 인물인 것은 맞겠죠. 하지만 무대에 서 있는 ‘우빈’(최재웅, 이율, 이지호, 이창용, 최성원)이 진짜 ‘우빈’인지는 다른 문제인 거예요. 본하가 자기 자신이 구본하(아버지가 가수로서 사용한 예명)라고 믿는 것처럼, 우빈도 스스로를 이우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단지 신문기사는 그 자체로 ‘사실’이니까 그 ‘사실’을 좀더 선명하게 표현하고자 영상도 선명해진 거구요.”

 

로고공연 전의 프리 셋 영상 속 ‘여러 개의 방이 나열된 배경’과 가운데에 놓여진 ‘태아’가 인상적이다. 이들이 상징하는 것은?

“태아는, 애초에 엄마 뱃속에서부터 정상적이지 못한 인물이었음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어머니는 미혼모에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그런 인물인 거죠. 방이 여러 개 나열 된 배경은 정신 병동이나 감금소를 표현한 거예요.”

 

로고영상 속의 홍대 클럽 모습이 프리뷰나 시즌1과는 많이 달라졌다. 또한 밴드와 미술학원을 중첩해 놓은 듯한 영상도 인상적이다.

“밴드와 그림의 터치감을 동시에 표현했어요. 그것은 아버지의 유전자(밴드)와 어머니의 유전자(미술학원)가 그들 안에서 혼재된 것이기도 하고, 리얼한 사진개념보다 그림의 터치감을 사용하고 싶었던 이유 때문이기도 해요.”

“그리고 시즌1에서는 클럽 ‘드바이’를 극장 객석의 느낌으로 표현했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극장의 물리적인 이유로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유니플렉스 극장과는 전혀 다른, 그들의 상상 속 이상적인 ‘드바이’를 구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제일 하고 싶은 것은 실제로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는 거예요. 거기서 카메라를 돌리면, 무대 위의 화면 속에 실제 관객이 비춰져도 이질감이 없을 테니까요. 근데 그게 안 되니까 매번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차선책을 마련해 보는 거죠.”

 

로고극의 말미 영상에 병원 문이 나타나면, 우빈이 ‘가자’라는 대사를 했었다. 시즌1까지 있었던 이 병원 문이 사라진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이번에도 극장 들어와서 시도를 해봤었어요. 근데 그 문 때문에 ‘가자’라는 대사가 ‘문을 열고 나가자’는 의미로 한정되는 게 싫어서 없앴어요. 일차적으로는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 맞긴 하지만, 사실 본하와 우빈의 상황에서는 ‘가자’라는 것이 굉장히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페어 마다 다르게, 혹은 같은 페어라도 매일의 엔딩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해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없애기로 결정했죠.”

 

로고이번 시즌의 객석 로비에는 노란 수선화와 빨간 장미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노란 수선화는 아시다시피 본하와 우빈이 안에 깃들어 있는 ‘나르키소스’를 상징하는 거구요. 붉은 장미는 본하가 그 여자에게 가지고 있는 심상을 나타낸 거예요. 사랑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죠. 한편으로는 피를 상징하기도 해요.”

 

로고시즌1에서는 우빈이 가져온 신문기사를 주로 본하가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대부분을 우빈이 혼자 읽는다.

“시즌1에서는 본하가 좀더 적극성을 띠길 원해서 그 대사를 줬어요.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본하는 계속 현실을 부정하고, 우빈이가 푸쉬하는 상황이 더 맞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드라마를 더 살리고자 이번에는 우빈이가 그 대사들을 가져가게 했죠.”

 

로고어떤 관객 분께서는 특이한 대사에 대해 질문을 주셨다. ‘밤이 붉다.’ ‘하얀 꽃 같다.’ 라는 대사와, 숫자를 세는 행위는 무엇을 내포하고 있나?

“그들에게는 살인이 있었던 그날 밤의 이미지가 붉은 것이 구요, 하얀 꽃은 늘 의지하고 싶었던 이성에 대한 은유입니다.”

“사람이 어딘가 쫓기고 갇혀 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가 숫자 세는 거예요. 우리가 잠 안 올 때 양 세고, 남자들은 군대에 있을 때 숫자 많이 세거든요.(웃음) 다시 말해서, 이들이 계속 숫자를 세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어딘가에 갇혀져 있다는 단서를 주고 싶었어요.”

 

로고 우빈이가 <Trace U rep.>를 부를 때 본하의 조명은 의자를 비추지만, 정작 본하는 매회 공연마다 자유롭게 움직인다. 시즌1과는 달라진 연출이다.

“이건 지난 시즌과 다르게 디렉션을 준 부분이에요. 그때는 조명이 들어오는 그 의자에 있어달라고 본하 배우들에게 요구했다면, 이번에는 자유롭게 본하들이 그날그날 느끼는 대로 표현하길 원했어요. 그래서 한번은 (문)성일 배우가 최강의 표현으로 아예 안 나오기도 했는데, 관객 분들은 사고인 줄 아셨다고 전해 들었어요. 제가 준 디렉션 중 하나였어요. 우빈이는 본하의 조명이 들어오는 그 자리에 본하가 있기를 바라지만, 본하의 마지막 자리는 본하 스스로 정한다는 의미예요.”

 

로고 이 외에도 또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지난 시즌에는, 어둠 속에 존재하는 인격의 마이크에 에코 효과를 줬어요. 근데 이번에는 반대로 밝은 곳으로 나와 있는 인격에게 에코 효과를 줬죠. 왜냐하면 숨어있는 사람은 조용하고, 나와 있는 사람에게 울림이 있는 것이 더 리얼하다고 판단했거든요.”

“또 이번 시즌을 준비할 때 새롭게 가져본 의문은, ‘그들의 클럽이 정말 드바이 일까?’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공연 전 프리 셋에 나오는 플래그에 ‘드바이(Debai)’ 글자를 지웠어요. ‘드바이’ 역시 이들이 병원 안에서 만들어낸 허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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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파도파도 끝이 없고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게 늘어나는, 신비로운 작품이다. 보는 사람에게는 여타의 공연과는 다른 독특하고 특별한 작품인데, 이 작품이 연출님께는 어떤 의미일까?
“저에게도 이 작품은 매일매일이 특별한 의미가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작품보다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적극적인 공연인 만큼, 특히 관객 분들과의 재밌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모든 게 새로웠죠. 연출가로서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일이 많지 않은데, 이 작품은 극장 앞에서 그리고 SNS로 작품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또 관객 분들이 가져다 주시는 작품 관련 수공예품을, 이렇게 많이 받아보기는 처음이에요.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연출가로서 작품을 더욱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이 작품을 통해 만난 관객 분들은 전부 다 특별해요.”

 

로고 연출님의 차기작이 궁금하다.

“계속 준비하고 있는 것들은 있지만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내년에 영화를 바로 크랭크인 하게 될지, 그 전에 공연 하나를 먼저 하게 될지 그때가 되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로고 이번  ‘시즌2’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년에 공연한 시즌1도 열심히 만들었지만, 그것이 완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좀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일환으로 음악이 편곡됐다든지, 넘버의 순서가 바뀌었다든지 등의 변화가 있었던 거구요. 한마디로 저희가 처음에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정한 목표 지점에, 프리뷰와 시즌1을 거치면서 60~70% 도달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80~90%로 달성하고자 했어요. 이 목표가 달성됐는지에 대한 판단은 제가 아닌 관객 분들이 해주실 부분인 것 같아요.”

“아쉬웠던 점은 공연 시기와 극장에 관한 거죠. 시즌2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은 빨리 올라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시즌2의 완성도를 위해서 좀더 시간을 가진 후 공연하고 싶었거든요. 그렇다고 이번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구요, 저희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극장의 시각성이나 여타 물리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즌3 에서는, 이번에 아쉬웠던 점들을 보강해서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더 정교하게 표현하고자 할 것 같아요.”

 

 

김달중 연출가는 그 어떤 질문에도 확신에 찬 어조로 애정 어린 답변을 이어갔다. 그 어떤 관객에게라도 이 난해한 작품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그 어떤 관객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 작업하는 스텝들과 배우들이 그에게 보내는 전폭적인 신뢰가 자연스럽게 이해 되었다. 또한 연출가의 역량이 작품의 결과물에 끼치는 영향력을 간접적으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김달중 연출가가 아닌 뮤지컬 <Trace U>는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관객들에게도, 함께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무한한 신뢰감을 주는 김달중 연출가의 작품을 다양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보고 싶다.

 


글. 이은영(vivid@stagekey.co.kr)

사진제공. (주)장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