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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 U> 키워드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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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뮤지컬 <Trace U>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DIY(Do-It-Yourself)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자신의 집을 수리하고 가꾼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용어이다. 최근에는 이 개념이 산업과 기술 전반으로 확대되어 제작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한다. 필자가 경험한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이러한 ‘DIY 뮤지컬’ 이었다. 관객들이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짜맞추고 각자의 결말을 완성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 작품을 DIY를 하기 위한 키워드 조각들을, 김달중 연출가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하나씩 찾아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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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의 두 인격(두 배우)은 사실 한 명이다’가 이 작품의 첫 번째 반전이다. 이 반전을 깨달은 후의 다음 수순은, 연역적으로 이 추론의 단서를 찾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기타 ‘당신을 기다리는 한 남자’ 라는 카피 + 공연 전 무대에 셋팅 된, 하나의 빛이 관통하는 두 개의 마이크 + 나르키소스 신화가 들어있는 <어느 소년 이야기>의 가사 + 딸기 맛과 바나나 맛을 동시에 가진 우유 + 본하가 부르는 첫 번째 넘버 와 우빈이 부르는 마지막 넘버 의 관계 + 하나의 무대 위에 종종 그어지는 구획 (하나의 무대, 두 개의 네모난 방) + 본하의 약 섭취로 함께 아파하는 우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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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타이틀 ‘Trace U’는 이러한 두 가지 사전적 의미를 반영한다. 자신의 또 다른 인격과 그날의 사건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해, 추적하고 찾아내는 과정이 이 극의 흐름이다. 이와 동시에 그는(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기록 되어지고 있다.

  기타 두 인격을 비추고 기록하는 무대 양 옆의 스크린 + 클럽씬에서 사용되는 핸드 마이크 + 취조실에서나 볼 수 있는 갓조명 + 무대 중앙 위쪽에서 ON-AIR 기능을 하는 기타 조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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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실은 나중에서야 우빈이의 설명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다시 곱씹어 보면 초반부터 여러 힌트들이 숨어있다.

   기타 오이디푸스 왕의 나라 Thebai와 어딘가 비슷한 클럽 이름 Debai + 이오카스테가 자꾸만 떠오르는 넘버 <미친 밤>의 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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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할 때는 분명 홍대 클럽이었다. 그런데….

  기타 공연 전부터 영상에 비춰진 병원 복도의 모습 + 극 중 본하가 간헐적으로 먹고 싶어하는 약의 정체 + 계속해서 등장하는 창문 모양의 조명 + 소라진, 세로켈, 프롤릭션, 리스페달 + 극의 후반부에 하얗게 무너져 내리는 시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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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하는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지배 받지 않는 인격으로, 그의 시계는 그 사건 이전의 행복했던 기억(그날의 새벽 4시 전)에만 머문다. 때문에 보다 어린(?) 젊은(?) 인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타 좀처럼 새벽 4시를 넘어가지 않는 영상 속 시계 + “시간의 미로/혼돈/영원 속에, 시간에 숨어 봐” + “다람쥐 쳇바퀴를 돌아” + “또 또 또 새벽 4시” + “내 시간을 멈추는 나의 그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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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본하에 가려져서 비교적 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누가 더 또라이 인지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장본인이 우빈이다.

   기타 신문기사에 보도된 내용과는 다른 자신만의 기억을 갖고 있는 우빈 + 넘버 <또라이2>의 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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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빈은 시종일관 본하를 회유하고 설득한다.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자유. 오랜 시간 갇혀있다가 미치기 일보 직전인 우빈이 본격적으로 본하를 종용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내는 몇 가지 열쇠들이 있다.

   기타 오디션 + 늘 본하의 약을 빼앗던 우빈이 단 한번 약통을 내어준다 + 본하에게 자꾸만 노래(진술)를 시키려는 우빈 + “그거 3년(7년) 전 기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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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빈에게 <태양에 눈이 멀어서>가 있다면, 본하에게는 <기억이 안 나요>가 있다. 결국 이 두 넘버가 우빈이 의도한 시작과 끝이 아니었을까?

   기타 넘버 <태양에 눈이 멀어서>를 부르기 전후 달라진 우빈의 태도 + 이 두 개의 넘버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 양 옆 스크린의 색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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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이 없기 때문에 정보가 없어서, 더욱더 아름다울 수 있는 여자. 그는(그들은) 끝까지 입이 없는 여자만을 기억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기타 낙서 속 여자의 입을 그리려는 우빈과 이를 저지하는 본하 + 실제 공간인 병원의 모습을 갖추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홀연히 나타난 그녀의 입 + 본하의 마지막 대사 ‘말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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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하려는 본하와 공존하려는 우빈의 치열한 영역 다툼은 무대에서의 위치와 색깔 등으로 표현된다. 또한 공존을 갈구하는 우빈은, 이를 위해 그날의 새벽 4시 이전으로 멈춰진 본하의 시계를 다시 되돌리려 부단히 애쓴다. 반면 본하는 계속 멈춰진 시간 속에서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한다.

이쯤 되면 누가 본래의 인격이냐는 중요치 않다. 원래의 인격은 우빈일 수도 본하일 수도 있다. 어쩌면 둘 다 본래의 인격이 아니고 진짜 인격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도 이들처럼 스스로를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한 또 다른 자아(혹은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기타 무대 위에서 왼쪽, 오른쪽을 아웅다웅 나눠 쓰는 두 배우 + 양 옆 스크린에 덧칠해지는 빨강색과 파랑색 + 스탠딩 마이크의 위치가 점차 시계 방향으로 옮겨지는 것 + 본하와 우빈이 의자를 돌리는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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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위에 나열한 키워드 조각들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이외에도 더 많은 조각들이 있을 것이며, 이 모든 조각을 사용하지 않아도 퍼즐은 완성된다. 또한 작품의 창작자들과 배우들도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조각들이 산재해 있을 지도 모른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 각자가 자신의 퍼즐 조각을 찾아서,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 할 수 있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

   이 이상한 매력을 가진 창작 뮤지컬은 ‘락 콘서트와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색다른 시도로 주목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작품의 출현이, 문화를 소비함과 동시에 생산하는 능동적인 관객층을 양산했고 이로써 우리 뮤지컬 시장에 또 다른 지평을 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글. 이은영(vivid@stagekey.co.kr)

사진제공. (주)장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