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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계속 남고 싶은 배우, 강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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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데뷔한지 만으로 10년 차.

유난히 창작 뮤지컬을 많이 한 배우, 유난히 후배 배우들이 많이 따르는 배우 강필석.

그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넓고도 깊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레 그는 어떤 생각으로 연기에 임하는 배우일까 궁금해졌다.

 

 

 

10년 간 다양한 작품,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셨다.

최근 몇 년 간의 작품들은 거의 다 챙겨본 편인데, 어떤 역이든 매력을 잘 살려서 표현하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나 감사합니다.(웃음)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기본적으로 작품이나 캐릭터를 대할 때 저 자신에서부터 출발 해요. , 아주 어렸을 때 군대 제대 후 처음으로 무대에 섰을 때의 일이 생각나요. 군대에서 시간 날 때마다 연기 서적을 너무 많이 본 거예요

그렇게 제대하고 머리에 너무 든 게 많은 채로 무대에 섰더니 막상 연기가 안 되더라 구요. 생각만 너무 많았던 거죠. 얼마 등장하지도 않는 캐릭터였는데 연기를 못 하겠더라 구요. 두려워서 관객들 눈을 못 쳐다봤어요. 그렇게 첫공연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어요. 그때 한 선배님이 다가오시더니 딱 한 마디, “다 네 안에 있다. 네 안에서 찾아라.”

정말 그렇더라 구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모든 걸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판단 기준이 달라서 다른 행동이 나오는 것뿐이지, 기본적으로는 다양하고 다면적인 면모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마다 그런 내면을 많이 끄집어 내려고 노력하죠. 자꾸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요. 그래서 그 인물이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납득이 될 수 있도록 하죠. 그렇게 표현하는 것들을 좋게 봐주시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애착이 가는 역 |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 “워낙 시간을 많이 들인 작품이라서요. 그리고 뮤지컬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면을 많이 다뤘어요. 영화도 시적이어서, 뮤지컬도 무대와 음악을 시적으로 풀려는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쉬움이 남는 역 | <나인>의 귀도. “당시에 딱 서른 살이었는데 그 역을 하기에는 너무 어렸었어요. 그의 고통이나 섬세한 것들을 다 표현하기에는 너무 젊은 배우였죠. 40대 혹은, 최소한 지금 나이 이상은 되어야 소화할 수 있는 배역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실 돌이켜보면 되게 창피하기도 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역할이에요. 너무나 매력적인 역할인데 당시의 저에게는 많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덧붙여서 좋은의 기준은 상대적일 수 있는데, 어떤 작품, 어떤 대본을 좋다고 생각하나

“돌아보면 전반적으로 제가 했던 작품들이 매니아적인 것 같긴 해요. 그런 작품에 제가 흥미를 느끼구요. 무엇보다도 작품 선택할 때는 대본이 가장 중요하죠.” 

“좋은 대본은 드라마가 탄탄한 대본이요. 완결성이 있고, 대본 안에서 다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작 작품을 할 때는 대본이 계속 디벨롭 되는 과정 중에 연습이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금은 어려움이 있어요. 어찌됐건 정답은 대본에 다 있거든요. 그래서 대본이 바뀌는 과정 중에 연습하다 보면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또 한편으로는 힘들어요.”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예전에는 굵직한 라이선스 뮤지컬의 주역들을 도맡아 해오시다가 최근 들어서 창작뮤지컬에 주력하시는 점이 인상적이다. 혹시 이러한 변화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평소 창작 뮤지컬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듣고 싶다.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좋은 창작 작품들, 좋은 대본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어찌됐건 관객 분들은 라이선스 극이나 창작극이나 같은 티켓 값과 시간을 들여서 극장에 오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만드는 사람들이 거기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다 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 나라 작품이니까 더 잘 봐달라기보다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인 거예요.”


진지하게 눈을 빛내며 말을 이어가는 그에게는 우리 뮤지컬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묻어 있었다.

그런데 라이선스들은 현지에서 수 차례 공연되고 디벨롭 된 것 중에 살아남은 것을 지불을 하고 수입해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창작 뮤지컬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스무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지만 환경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어요. 앞으로 환경이 더 조성이 됐으면 좋겠어요. 디벨롭 하는 과정에서 시간·물적·인적 자원 등등 많은 것들이 필요한데, 창작자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예전보다는 그런 기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좀더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몇 백, 몇 천 작품 중에 살아남아서 올려지는 라이선스들과 자랑스럽게 경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꼭 하고 싶어 하는 배역은 <맨 오브 라 만차>세르반테스’. 뮤지컬 매니아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만큼 유명하다. 그렇다면 창작 뮤지컬 중에 하고 싶은 작품은?

기회가 된다면 <서편제>가 하고 싶어요. 아직 이 작품을 본적도 없고 잘 알지는 못해서, 이번 재공연을 꼭 볼 생각이에요. 이자람 씨가 하신다는 것만으로 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그런 분이 초연부터 계속 참여하시는 걸 보면 분명 좋은 작품일 것 같아요. 이자람 씨는 <억척가>에서 노래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너무나 깜짝 놀랐어요. 소름이 돋고, 심장을 때리는 노래였어요. 그래서 언제 한번 극장 앞에서 우연히 그 분을 뵈었을 때, 제가 너무 팬이라고 인사 드렸어요.”

 

 

 

남자 뮤지컬 배우들의 롤모델, 좋아하는 선배 배우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자주 등장하신다.

그렇지 않구요.(웃음) 저와 연기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몇몇 후배들이 있긴 해요. 제가 잘 아는 친구들 중에는, ()율이나 ()재균이 같은 경우가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생각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둘 다 무대 위에서 솔직하게 존재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배우들이에요. 그래서 신인 때는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어요. 재균이는 아직 신인이라서 기복이 심하고, 율이도 처음 만났을 때는 기복이 되게 심했어요. 근데 저도 그렇거든요. 무대 위에서 뭔가를 정해놓고 만들기 보다는, 그 순간 다가오는 감정들을 툭툭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해요. 그래서 경험이 부족한 신인일 때는 공연이 모 아니면 도가 되어버려요. 집중이 잘 되면 그 날은 결과가 엄청 좋은데, 사람인지라 집중이 깨진 날은 신인으로서 그걸 커버할 기술이 없거든요.”

대에서 같이 연기하는 상대배우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아무래도 그렇죠. 서로 맞춰 주면서 해야 해요. 그래도 힘들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두 배우가 만나면 공연이 정말 재밌어져요. 최근에 ()미도와 작품을 자주 했는데, 미도도 그런 스타일이에요. 둘이 공연 전에 뭘 맞추거나 그러지 않아요. 우리가 작품 내에서 도달해야 하는 목표점은 알고 있으니까, 그걸 향해서 가되 그날 그날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대로 표현하고 서로 받아줍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매체나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좋은 작품에, 좋은 대본이면 참여하고 싶어요. 특히 연극은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웃음)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덧붙이면 언젠가는 재즈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음악은 늘 좋아하구요, 한 때는 재즈에 미쳐있었거든요. 그래서 음악 하는 사람과 교감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기타를 좀더 잘 치고 싶은 욕심도 있고,(웃음)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림 그리는 거나 만드는 것도 배워보고 싶네요.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공방 같은 것도 알아봤는데, 시간적인 제약이나 다른 이유들로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어요.”

 

관객들에게,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금 계속 무대에서 활동하고 계신 배우 선배님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만으로도 대단하시고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멋있으시고, 당연히 연기도 잘 하세요. 저도 그렇게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그분들처럼 배우로 끝까지 남고 싶어요. 물론 제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관객 분들이나 관계자 분들도 계속 찾아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글. 이은영 (vivid@stagekey.co.kr)

사진. 이민옥 (okjassi@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