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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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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의 끝자락. 이제 막 서른을 맞은 배우 윤나무를 뮤지컬 <아가사> 공연장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기자의 모든 질문에 연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오랜 고민과 깊은 사색 끝에 얻은 자신만의 해답을 부드럽지만 힘있게 전달했다.


 


  “예명 ‘윤나무’는 김수로 형님이 지어주셨어요. 당시에 뮤지컬 <커피 프린스 1호점> 연습 중이었는데, 제 본명 ‘김태훈’은 동명이인의 배우가 많으니까 좋은 의미가 담긴 예명을 지어주고 싶어하셨어요. 그때 연습 중이던 연습실 이름이 ‘나무’여서 거기서 힌트를 얻으셨는지(웃음) 한달 넘게 고민 하시다가 ‘윤나무’라고 지어주셨죠. 제 연기를 보고 많은 관객들이 저라는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어가라는 의미예요.” 꿈보다 해몽일지 모르나, 뜻이 굉장히 좋다.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 잘 어울리면서도 쉽게 기억된다. 

 

 

 

배우 ‘윤나무’의 이야기를 듣기 전, ‘김태훈’의 이야기

 

 

취미 | “원래는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헬스, 수영도 좋아하지만 연극 <이기동 체육관> 할 때 배웠던 복싱을 계속 했었어요. 샌드백 치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그러다가 일정이 너무 바빠지면서 못하게 돼서 지금은 딱히 꾸준히 하는 취미는 없네요. 이제는 다시 하고 싶어요.”

 

 

  음악•영화 | “음악은 잡식성으로 다양하게 듣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바쁘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많이 못 봐요. 연습이든 공연이든 뭔가 하고 있으면 오직 거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어서 일상의 여유가 없어요. 나쁘게 말하면 매어서 살죠.(웃음) TV드라마도 시간생길 때 몰아서 보구요. 그나마 연습 때보다는 공연 올라가고 나면 조금 여유가 생겨서 최근에 혼자 영화 <변호인>을 봤어요. 그래서 천 만이 넘어가고 나서야 봤네요.”

 

  여행 그리고 수다 |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여행이나 MT 가는 것도 좋아해요. 일상에서 벗어나서 공기 좋은 곳 가고, 친한 사람들이랑 수다 떠는 것들 좋아하죠.” 그 동안 맡았던 역할을 보면 과묵하실 것 같은데…. “그죠? 왠지 말도 어눌할 거 같고, 말수도 적을 것 같고, 왠지 문제 있을 거 같고….(웃음) 근데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이야기하는 거 굉장히 좋아해요.”

 

 

 

  우리가 ‘윤나무’를 만날 수 있게 해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작품들 | “2003년,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보고 나서 엄청난 전율을 느꼈어요. 그리고 연기를 전공하기로 진로를 바꿨죠. 또 비슷한 시기에 영화 <올드 보이>를 보고, 지금은 모교가 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관객들의 트위터 질문

 

자신 있는 신체 부위 | “손이요. 손이 그나마 모나지 않은 것 같아요. 나머지는…. 요즘은 워낙 외모가 뛰어난 분들이 많아서…. 그냥 전 연기 열심히 해야죠.(웃음)”

 

  좋아하는 간식 | “간식은 잘 안 먹는데…. 느끼하지 않은 빵 좋아해요.” 
  이상형 | “자기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이 좋아요. 어떤 일이든! 그리고 현명해서 제가 존경할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2013년 이맘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연극 <이기동 체육관>과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연극 <이기동 체육관>이 1월에 끝나고 3주 정도 텀이 있었어요. 당시에 공연을 연이어 해온 상태라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태였어요. 그래서 3주간 쉬었는데, 그때 감사하게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대본이 들어왔어요. 같이 만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연출님과 수정된 대본으로 새롭게 해 보자고 제안 하셨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절 추천해준 (김)남호 형이 계속 합류 하셔서 저도 하기로 마음 먹었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총각네 야채가게>는 저에게 새롭고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기도 한 도전이었어요. 공연이라는 건,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합심하면 얼마든지 변화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많은 걸 얻었던 작품이구요. 좋은 야채를 파는 사장 역할이었는데, 그걸 배우의 입장이라고 바꿔 생각하면 관객들한테 행복감이나 좋은 느낌을 선물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긍정적인 자세와 기운을 배운, 제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김태형 연출과 처음으로 작업했던 연극 <모범생들> 

 

  “총각네 연습 막바지 때, <모범생들>의 김태형 연출님께 연락이 왔어요. 새벽 2시에 문자가! 그래서 그걸 받고 우리 강아지랑 둘이 만세를 불렀죠.(웃음) 정말 너무 하고 싶던 작품이었거든요. 나중에 시간이 좀 더 지나서도 또 해보고 싶은 작품이구요.”

 

 

 

  <모범생들> 그리고 ‘명준’이와의 첫 만남 | “2012년에 (김)대현이 형이 한 공연을 봤는데 그게 저한테 굉장히 센세이셔널 하게, 좋은 작품으로 각인됐어요. 보면서 ‘내가 명준이를 했다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굉장히 운 좋게도 명준이를 맡게 됐어요.”

 

  “저는 제가 공연할 작품을 미리 보면 선입견이 생겨버려요. 그걸 깨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웬만하면 초연을 하고 싶어 하고, 초연이 아닌 작품을 하게 되면 나만의 다른 해석을 만들어낼 수 있게 고민해요. 그래서 저의 ‘명준’이를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윤나무의 연기 스타일, 그 만의 ‘명준’ | “‘내가 명준이의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냈나?’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지?’ ‘다가올 30대는 어떻게 보내야하지?’를 생각했어요. 다른 배우 분들도 비슷하시겠지만,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지 저 자신 ‘나’부터 출발해요. ‘내가 생각하는 대본 속의 김명준은 어떤 사람이지?’를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상대 배우들과 교감하고 호흡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편이죠. 그래서 이 작품은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항상 먹먹해서 힘들었어요.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거든요. 그 과정에서 제 행복감은 곧 관객들이 느끼는 행복감이라는 걸 깨닫고 더 신중해지기도 했구요.”

 

 

  젊은 남자 배우들로만 이루어진 2013 <모범생들> | “그런 면이 종전의 작품들과는 달랐어요. ‘총각네’와 ‘모범생’은 제가 처음으로 제 또래의 배우들로만 이루어진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시너지를 만드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꼈던 작품이에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언제 한번은 (문)성일이가 아파서 공연 후에 탈진을 했어요. 숨도 잘 못 쉬어서 응급처치하고, 구급차에 실려 갔을 정도였죠. 근데 바로 다음 날이 성일이랑 제 공연이었거든요. 컴퍼니에서는 당연히 만류를 했죠. 하지만 성일이가 무조건 무대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캐스트 교체나 공연 취소 없이 무대에 섰어요. 그날이 (박)훈이 형, (정)순원, 저, 성일이 공연이었는데, 무대 위에서 서로 주고받은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서로를 배려하고 그런 게 눈빛에서 다 느껴졌거든요. 어떻게든 시너지를 만들어서 정신력으로 이 공연을 잘 끝내려고 하는…. 끝나자마자 무대 내려와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넷이서 동시에 엉엉 울었어요. 뭔가 묘했어요. 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힘든 순간을 함께 이겨낸 사이라 지금도 각별할 것 같은데. “공연 끝나고도 사적으로 자주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그래요. 정말 좋은 형, 동생들이에요.”

 

<총각네 야채가게>, <모범생들> 공연 중 참여한 5월 <가모메> 쇼케이스와 8월 <예스터 데이> 리딩

연극 <가모메>는 성기웅 작가가 체홉의 <갈매기>를 일제강점기의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2013년 5월 말에 쇼케이스, 10월에 한 달간 본공연이 올라왔다.“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갈매기>의 ‘뜨레블레프’를 했었고, 성기웅 연출님의 <삼등병>으로 데뷔 했거든요. 그래서 <가모메>도 하고 싶었고, 원래 5월 쇼케이스와 10월 본공연 둘 다 하기로 이야기가 됐었어요. 그런데 5월 쇼케이스를 잘 마치고 나서, 8~9월에 갑자기 제 공연 스케줄이 여러모로 꼬이는 바람에 10월 본공연은 하차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어 버렸죠.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저와 더블이었던 친구가 너무 심하게 다쳐서 제가 원캐스트로 공연하게 됐어요. 그 여파로 <모범생들>의 제 회차도 9월로 많이 밀렸구요.”

 그 시기에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뮤지컬 <예스터데이> 리딩 공연도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책임감 있게 해냈다고.“그게 8월 초였는데 ‘총각네’와 ‘모범생’을 같이 하고 있었고, <예스터데이>를 연습했던 2주간이 딱 ‘총각네’에서 같은 역의 더블 캐스트 친구가 급작스럽게 다친 시기였어요. 그래서 낮에는 <모범생들> 특별공연을 하고, 밤에는 <총각네 야채가게> 서울 공연과 지방공연을 병행하면서 하루에 세 번 공연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오전에는 <예스터 데이> 연습을 했는데, ‘로맨틱 힐링 뮤지컬’이라서(웃음) 힐링하면서 재밌게 했어요. 본공연이 아닌 ‘리딩’이긴 하지만 중요한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연습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죠. 오전 연습으로만은 스스로 만족이 안 되니까, 밤새 대사를 외워가고….” 하루에 최대 3회 공연을 하면서 매일 오전 연습에 밤을 샌 개인 연습까지. 열정과 노력이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부끄럽네요.(웃음) 저만 특별히 밤새고 그런 거 아니구요, 배우들 대부분이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해요. 특히 <예스터 데이>는 같이 한 사람들이 전부 다 좋아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정말 인복이 있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적재적소에 좋은 분들을 끊이지 않게 만나고 있어요.” 유유상종이 아닐까. 좋은 사람이라서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 같다. “제가요? 하하, 잘 모르겠어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연극 <올모스트 메인> | “<가모메> 본공연을 안 하게 되면서, <아가사> 연습 전까지 10월 한달 시간이 비었을 때 운 좋게 합류한 작품이에요. <모범생들>에서 만난 (박)성훈 형과 페어로 즐겁게 작업했어요. 극단 ‘간다’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에요. 그런 분들과 공연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아가사>에서는 트리플 캐스팅으로 ‘레이몬드 애쉬튼’을 연기하고 있다. 13세와 40세를 오가며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인물이다.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캐릭터를 구현하기 까지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김)지휘 형이랑 (박)한근이 형은 워낙 미성이셔서 소년스러운 목소리가 잘 나는데, 저는 목소리가 두꺼워서…. 변성기가 온 레이몬드 애쉬튼이라고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대신 정말 13세 라는 생각으로 연기해요. 40세 일 때 극을 열고 닫는데, 극 중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대부분 13세 예요. 그래서 형들이랑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이런 저런 방법을 찾다가 ‘계속 기억을 더듬어간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해볼까?’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근데 그게 제대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40세일 때와, 13세일 때를 명확하게 구분 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이런 부분에서 <블랙 메리 포핀스>와 비슷한 지점이 있어요. 그 작품은 요나스가 현실에서 장애를 앓고 있었기 때문에 좀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었죠. 근데 레이몬드 애쉬튼은 트라우마가 있을 뿐 장애가 있다거나 하진 않아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어요. 역시 저에서부터 출발해서, ‘내가 열 세살 때 어땠나?’ ‘내가 마흔 살이 되었을 때 인정을 받지 못하는 배우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레이몬드에 투영 시켰죠.”

  ‘레이몬드 애쉬튼’에 대한 김태형 연출의 주문 | “김태형 연출님께서는, 배우가 반드시 이렇게 해줘야 한다는 식의 틀을 정해두진 않으세요. 배우들이 각자 자유롭게 찾아서 하는 것, 무대 위 배우들끼리 자유롭게 호흡하는 걸 좋아하시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연습 중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 그 중에서 좋은 포인트를 말씀을 해주시죠. 그럼 그걸 더 부각 시키는 방향으로 레이몬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어요.”

 

서른 살의 막내

 “제가 올해 서른 살이라는 나이에, 공교롭게도 <아가사> 팀에서 막내예요. <모범생들> 때랑은 팀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그때는 다들 젊은 에너지로 날것의 느낌을 무대 위에서 내고자 했다면, 지금은 선배님들의 노련함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선배님들께서 뭘 하시든 어떤 상황이든, 제게는 전부 공부가 되고 있거든요. 같이 공연을 한다는 자체가 감사한 기회이면서 영광스럽구요. 연습 때도, 공연 때도, 그리고 MT에서도 늘 느꼈던 거지만 선배님들은 무대 경험이 많으셔도 어른대접을 바라시거나 하지 않으세요. 항상 열려 있으시고 열정도 가득한 분들이세요. 창작이다보니 연습 과정 중에 곡절이 정말 많았어요. 근데 이미 다 겪어보신 분들이셔서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하는지, 팀 안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해야 공연을 잘 올릴 수 있는지 전부 너무나 잘 알고 계신 거죠. 연습도 정말 열심히 하시구요. 제 입장에서는 이런 모든 걸 보고 배우고 있어요. 물론 연기를 보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배울 것도 많지만, 그 분들의 인성이나 사람을 대하는 법 등을 보면서 감명을 많이 받죠. 그래서 나중에 저도 나이가 차고 후배들이 많이 생겼을 때, 저 분들처럼 그냥 행동 하나하나만으로도 존경 받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똑같이 물 속에 넣어도 스펀지는 물을 많이 흡수하지만, 플라스틱은 아무 것도 흡수하지 못한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스펀지 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훗날의 후배들한테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꾸준히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 분들께도 실망을 드려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전보다 더 생겼어요. 예전에는 제 연기하기 바빠서 끙끙댔었는데, 요즘은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제 안의 새로운 면도 보여드리고, 좋은 기운들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레이몬드’와 ‘윤나무’의 닮은 점 | “뭐 하나에 빠지면 끝을 봐야하는 성격이 닮았어요. 변태인가요?(웃음)” 프로 의식이 투철한 거라고 해두자. “레이몬드 한테는 아가사가 굉장히 큰 존재이고 일종의 롤모델 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반드시 아가사를 찾아낼 거야!’ 라는 그의 집념으로 이 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이어져요. 저도 공연을 하든 운동을 하든, 한번 시작하면 집념을 가지고 끝까지 열정적으로 하려고 해요. 때로는 그게 독이 되거나 미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에요.”
 

윤나무의 ‘로이’와 ‘붉은 실’

 “저는 매 작품에 임할 때마다 ‘로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하다 보면 배역에 따라서, 로이가 그 모습을 달리하는 거 같구요. 일단 저 윤나무가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몰입하는 과정 자체도 로이를 찌르는 작업이겠죠.”

  그렇다면 그 로이를 찌르러 갈 때, 쥐고 있는 ‘붉은 실’은 무엇일까 | “제 ‘붉은 실’은 주변 사람들인 것 같아요. 같이 무대에 서는 사람들, 같이 작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모노 드라마를 하는 게 아니니까요. 무대 위에서 누군가와 같이 호흡을 하는 거니까, 그 사람들을 통해서 저를 생각해보고, 저를 찾는 것 같아요.”

  <아가사>에서 좋아하는 대사 | “아가사의 ‘내 이야기가 세상을 향해 달려나가고 세상을 껴안고 만지고 키스하는 거란다. 내 대신!’ 이라는 대사가 좋아요. 극 중의 레이몬드로서, 배우 윤나무로서도 전율을 느끼는 대사예요. 작가든 배우든 세상을 향해 내 이야기를 하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관객들의 트위터 질문

<아가사> 공연 후의 느낌 | “공연을 마치고 나면 힐링이 돼요. 결국 레이몬드는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해결책을 찾고 극이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도 내 이야기를 무대 위의 인물로서 그리고 나로서 관객 분들께 정확하게 전달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대사든 노래든 좀더 진솔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레이몬드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자기 이야기를 잘 쓸 거 같아요. 나한테 집중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던지겠죠. 그 이야기가 레이몬드 대신 세상을 향해 달려나가고, 껴안고, 만지고 키스하게 될 거 같아요.”

  “처음 대본에서는, 편집장이 레이몬드에게 전화로 ‘이번 작품 너무 좋았어!’ 하면 레이몬드가 씨익- 웃으며 끝나는 엔딩이었어요. 근데 이게 너무 설명적인 장면이기도 하고, 아가사가 극을 마무리하는 게 더 의미 있기도 해서 수정된 것 같네요. 아마도.”

  2월 8일에는 ‘뮤지컬 퍼블릭’과 ‘뮤톡’이 공동 기획한 뮤지컬 토크 콘서트 <꽃보다 배우>에 출연했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배우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다양한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김라영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처음에 (문)성일이를 통해서 ‘뮤지컬 토크 콘서트’를 제안 받았을 때, 제가 그런 걸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지만 용기를 냈어요.(웃음) 그래서 제일 먼저 부르기로 한 게,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예요. 가사를 정말 좋아해서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번지점프를 하다>의 ‘그게 나의 전부란 걸’ |“<번지점프를 하다>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영화 자체도 너무 좋아해서 처음에 뮤지컬을 보러 갈 때 괜히 실망할까 봐 걱정했어요. 근데 굉장히 잘 만든 작품이어서 푹 빠지게 됐어요. 그래서 초연도 보고 재연도 봤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빨래>의 ‘참 예뻐요’ | “추민주 연출님과 전에 국립극단에서 <안녕>이라는 뮤지컬 쇼케이스를 했었는데,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빨래> 역시 추 연출님과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인데, 너무 많이들 부르시는 노래여서 할까 말까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아가사>를 해야 하나 했는데, 혼자 부르는 노래가 없고 대부분 중간에 합창이 되는 넘버가 많아요. <카인과 아벨>을 하자니 솔로곡은 아직 미공개 넘버들이고. 결국 그냥 ‘참 예뻐요’를 부르게 됐죠.”

  소년 같은 외모와 달리 그의 내면은 알알이 여물어 있었다. 무대 위의 열정적인 모습과 인터뷰 중의 진중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의 데뷔 시절을 궁금케 한다.

 졸업과 동시에 본 오디션 | “제가 2011년 2월에 졸업을 했어요. 당시에 전 소극장에서 연극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희 학교 극장(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이 객석에 비해 무대 사이즈가 커요. 그런 극장에서 했던 과장된 액팅 보다는, 그냥 살아서 실재하는 듯한 연기를 해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때였어요. 그때 운명처럼 성기웅 연출님의 연극 <삼등병> 오디션 공고가 떴었고, 2월에 졸업 하자마자 오디션을 봤고, 덜컥 됐던 거죠.”

  윤나무의 데뷔작 연극 <삼등병>은 주인공 ‘윤진원’이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계급이 변화되는 것을 통해서, 인간이 환경에 따라서 어떻게 변모하는 지를 그린 작품이었다.

데뷔작의 오디션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재밌어요. 연출님도 한예종 연극원에서 공부를 하셨고, 오디션 장에도 연극원 분들이 무수히 많이 계셨어요. 대기 장소에서도 다들 서로 아는 사람이었고 저희 학교 사람은 저 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저를 포함한 다섯 명이 마지막 후보까지 올라갔는데, 다른 네 분은 다 연극원 분들이셔서 또 한번 정말 소외감이 들었어요. 왜냐면 워크샵 식으로 장면을 같이 연기하는 오디션이었으니까요. 다들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데 저만 혼자였던 거죠. ‘왜 나만 혼자지, 왜 내 친구들은 아무도 없지.’라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마쳤는데 저만 최종 합격을 했더라구요. 나중에 대본 전체를 보고서 느낀 건, 제가 맡았던 ‘윤진원’이라는 캐릭터의 모습이 오디션 중의 제 모습과 흡사했다는 거였어요. 군 생활이라는 사회에 전혀 적응을 못하고 개인의 생각에만 빠져있는 캐릭터였거든요.”

 

  굉장히 겸손하시다. 순전히 그런 이유로만 오디션에 합격한 것은 아닐 것 같은데 | “군인 캐릭터라고 해서 스포츠 머리로 짧게 깎고 야상을 입고 갔어요. 거기다가 연출님께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를 원하셨고, 그런 모든 것들이 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얻은 데뷔의 기회. <삼등병> 공연 과정 | “<삼등병>이 군대 소재다 보니 학전 블루에서 공연을 하고 나서, 군부대 순회 공연을 다녔어요. 열 곳에서 공연 했는데 취사장, 법당, 교회 등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해봤어요. 그래도 제일 뜻 깊었던 건, 제가 전역한 강원도 화천 7사단에서 공연을 했던 거죠.”

  차기작 연극 <과학하는 마음> 그리고 숨가쁘게 이어진 만 3년의 시간 | 차기작도 성기웅 연출님과 했어요. <과학하는 마음> 네 번째 시리즈를 같이 했었구요. 그렇게 2011년을 보내고, 2012년에는 (김)수로 형님께서 제작하시는 작품들 오디션을 봐보라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래서 뮤지컬 <커피 프린스 1호점>을 하고, 5월에는 서윤미 작가님과 선약이 되어 있던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를 했어요. 하반기에는 연극 <이기동 체육관>을 했구요.”

 그러고 나면 <총각네 야채가게>, <모범생들>, <올모스트 메인>, <아가사> 등등을 해온 2013년으로 필모그래피가 이어진다. 자연스레 이 배우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 뮤지컬해븐

뮤지컬 <카인과 아벨> 쇼케이스의 ‘진우(형) ’|“2월 28일에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해요. 현재까지 마무리가 지어진 대본과 음악을 가지고, 리딩 공연보다는 완성도를 갖춘 쇼케이스 형태의 공연을 할 것 같아요. <예스터 데이> 리딩을 하면서 박소영 연출님을 만났고, 한정석 작가님과 이선영 작곡가님의 신작 구상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어요. 제게 감사하게도 형 역할을 제의해주셨을 때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새로운 도전,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포스너’ | “<커피 프린스 1호점> 할 때도 게이 역할을 하긴 했었어요. 근데 그때는 남성적인 면모가 강하게 비춰지는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는 섬세한 캐릭터예요. 그래서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거 같아요. 워낙 대본 자체가 훌륭하고 메시지도 좋아서 기대돼요. 열심히 해야죠.”

  어느덧, 열 번째 작품 <히스토리 보이즈> | “정식 작품만 놓고 보면 열 번째 작품이더라 구요. 이제 작품 수가 두 자리 수에 접어든 만큼 더 열심히, 더 책임감 있게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관

 

 

 

  연극 배우? 뮤지컬 배우? … 그냥 ‘배우’!


“연극으로 데뷔를 했고, 뮤지컬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왜냐면 뮤지컬은 노래, 춤, 연기 모두 다 능한 배우 분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감히 제가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운이 닿아서 하고 있네요.(웃음) 그래서 저는 뮤지컬을 할 때 아직은 드라마가 강한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와 음악이 잘 매치되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거든요. 대사와 노래의 갭이 크지 않고 드라마가 좋은 작품을 좋아해요. 그리고 작품을 정할 때 장르를 기준으로 삼진 않아요. 제 연기의 근간은 무대에 있기 때문에 무대 연기를 계속 하겠지만, 좋은 대본에 좋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면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구분 안하고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어떤 대본이 욕심나는 대본 인가.
“일단 저한테 좋은 기운을 주는 대본이요. 그래야 제가 그걸 분석하고 연기해서 관객 분들한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나와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해요. 예를 들면, <아가사> 같은 경우는 ‘내 안의 두려움 로이를 무찌르고, 내 이야기를 잘 전달하면서 살자.’는 메시지가 있잖아요. 이런 메시지가 결국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특별히 장르를 국한하지는 않구요.”

  연극과 뮤지컬의 동고동락 |“지금은 연극과 뮤지컬을 번갈아 하는 게 배우로서 좋은 시도 인 것 같아서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요. 만약 뮤지컬만 하면 매너에 져서 제 연기의 진실성을 잃게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번갈아 하다 보면 뮤지컬 연기도 연극처럼 더 진실하게 하게 되고, 연극에서 대사를 할 때도 리듬감을 살려서 좀더 생기 있게 할 수 있다거나 양쪽 다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분명 있어요.”

  2014년의 목표 | “목표는 올해 여유가 된다면 전국 일주를 해보고 싶구요, 항상 건강하게 연기하고 건강하게 관객 분들과 호흡하고 싶어요. 이게 다예요. 별거 없네요.(웃음)”

 

 

  “저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매 순간 솔직하고 진정성을 지닌 배우이고 싶어요. 그러려면 먼저 제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하고, 제 진짜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훗날 어떤 배우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지금 미리 구체적으로 어떤 배우라고 단정짓기는 힘들겠지만….”

 

  어떤 배우가 되어있을 그의 훗날이 기대된다.
  그 여정까지의 행보를 매 작품마다 놓치지 않고 응원하고 싶은 배우, 윤나무.


글 | 이은영 기자 <vivid@stagekey.co.kr>
사진 | 이민옥 <okjass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