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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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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시녀

날짜: 2014년 6월 25일
날씨: 흐리고 습기 가득함
오늘 한 일: 뮤지컬 균 관람
내일 할 일: 아르바이트 면접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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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뮤지컬 균을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심했던 찰나에 잘 됐다 생각해서 나도 균을 관람하기로 했다. 청소년 할인을 받으면 만 24세까지 s석과 a석이 무려 50% 할인이라는 어마어마한 할인가. 심지어 모든 할인 혜택은 현장예매에도 해당됐다. 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하는 내내 내 젊음에 감사했다.

2013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리딩공연 뮤지컬 부분의 선정작이며 서울시 뮤지컬단의 상반기 정기공연작. 어마어마한 타이틀에 기대를 하며 3열 25번으로 현장예매를 했고 극장 안에 들어와서야 깨달았다. 아. 오케스트라 때문에 2열까지를 비웠구나. 나 1열이구나.

공연의 시작은 다수의 뮤지컬과 비슷하게 과거의 잠깐을 회상하며 시작됐다. 누군가가 역모에 휘말려 죽었고,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절규는 마음이 아리게 했다. 나는 자리 선정 미스로 인해 무대가 보이지 않았다. 현장예매 때 나에게 3열이 첫 줄이라는 말을 해주지 않은 하우스 어셔에게 배신감이 들었다.

허균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안에서 허균의 첫 등장은 굉장히 오만하며 건방졌다. 순수하게 글을 사랑해 모인 향도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고, 자신의 글을 지적해달라는 매창을 신랄하게 비웃는 등, 균의 첫 등장은 비호감 그 자체였다. 내 옆에 있었다면 아무도 몰래 주먹을 말아 쥐고 누구보다 신속한 속도로 인중을 쳐버리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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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극의 흐름은 허균이 홍길동전을 집필하는 계기와, 홍길동전을 세간에 퍼뜨리는 과정에 대한 것인데 균을 관람하기 전에 뮤지컬 균의 내용에 대해 미리 당부할 것이 있다. 얼마 전(누군가에게는 조금 오래 전일 지도 모르겠다) 절찬리에 종영한 드라마 기황후나 저번 달 리뷰였던 프랑켄슈타인 등의 역사물은 작가의 시선에 따라 왜곡 혹은 과장이 들어가기도 한다.

뮤지컬 균에도 극적 효과와 내용 진행을 위한 왜곡과 과장 등이 들어가는데 대표적인 예를 몇 개를 들자면 우선 첫 장면에서 죽음을 당하는 허균의 형은 허구의 인물이다. 허균의 가문은 당대 최고의 명문가였으며 허균의 형제들 중 역모 관련으로 처형당한 사람은 없었다. 또한 허균의 죽음은 역모이긴 하지만 홍길동전 배포와는 연관이 없다. 허균의 처형은 인목대비의 폐비가 시초였다. 우리 모두 뮤지컬은 뮤지컬로 끝내자.

1막과 2막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하고 있다. 1막은 천민 출신인 희경과 기생인 매창의 애절한 사랑, 글을 쓰는 향도들의 열정, 글을 향한 매창의 갈망, 허균의 피눈물 어린 억지웃음 등. 얼핏 보면 쾌활하고 유쾌하지만 1막의 허균은 피눈물과도 같은 웃음을 짓고 있다. 과거에 역모로 형을 잃은 균은 붓을 꺾고 글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향도들과 매창을 조롱하고 모욕한다. 균에게 그들은 형을 잃기 전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잃어버린 형일 수도 있고, 형과 함께 마음 깊이 묻은 열정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균의 친형과도 같던 희경의 죽음으로 분위기는 반전된다.

나는 아직까지 왜 1막 마지막에서 희경과 함께 매청의 친아버지가 죽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척이나 의아한 죽음이었지만 그래도 그 죽음이 극에 큰 기여를 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2막까지 연관도 없이 끝났다. 아무도 내게 매창 아버지의 죽음이 갖는 의의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무대 안 인물들에게 왕따 당하는 기분이었다.

2막은 죽은 줄 알았던 희경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오고, 홍길동전을 배포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2막이 아쉬운 공연들이 많은데, 뮤지컬 균 또한 2막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 인터미션으로 분위기 전환을 하려는 것은 잘 알겠지만 1막에 비해 많은 내용과 1막보다 짧은 시간은 관객의 머릿속에 극의 주제를 인지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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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이 홍길동전을 쓰게 되는 계기와 애절한 삼각관계가 스토리의 주를 이루는 뮤지컬 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공연이었다. 없어도 될 내용이 많은 반면, 장면들에 대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중요한 이야기는 모두 빼놓고 결과만을 던져놓은 장면을 얼기설기 이어놓은 듯한 대본과 연출 때문에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바쁜 관객들은 왜 이 내용이 나올까, 하는 의문까지 덤으로 껴안게 되었다. 나는 구몬 선생님이 내준 일주일치 숙제를 보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으로 극장을 빠져나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시간 때문에 함축한 나머지 구멍이 생겨버린 뮤지컬 균은 초연이라고 해도 너무 빈 곳이 많았다. 대사 하나로 과거의 일을 모두 함축시킬 수 있는 것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균의 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나에게 있어 이 구멍들은 극에 대한 집중도를 하락시켰고 그로 인해 극에 대한 이해 또한 방해됐다.

만일 재연이 올라온다면 그 때는 대본의 구멍을 매우고, 산만한 연출을 조금 진정시키는 게 어떨까. 만약 그렇게 해준다면 나는 또 학생할인으로 균을 보겠지. 두 번 보겠지.


글. 김다영 리뷰어(fpdhsi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