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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발라드> 원미솔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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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이든 영화든 소설이든, 작품에는 창작자의 모습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원미솔 음악감독은 <머더발라드>를 악동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원미솔 감독이야 말로, 악동보다 더 악동스럽고, 배우보다 더 배우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악동같은 뮤지컬, <머더발라드>의 매력을 들어보자.

 

 

 

 

 

 

 

  <머더발라드>는 파격적인 이야기와 화려한 캐스팅, 그리고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형식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머더발라드>의 진수는 바로 욕망을 일깨워주는 감성적인 음악이다. <머더발라드>는 음악이 모든 감정과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송쓰루 뮤지컬로 그 형식에 맞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송쓰루 뮤지컬은 양날의 검이다. 음악을 이용해 짧은 시간 내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판타지한 도구이나 어떤 순간에는 리얼한 정서와의 간극 때문에 자칫 관객들이 어려워하고 지루해할 수 있다. <머더발라드>가 송쓰루라는 형식과 잘 맞아 떨어졌던 것은 작품의 플롯이 꽤나 단순하고, 4명의 사랑과 전쟁 같은 드라마스토리를 직접적인 말로  대부분 꽂기 때문이다. 사실 음악감독으로서 송쓰루 뮤지컬을 접하면 예민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음악의 리듬 하나하나가 작품을 관장하는 큰 축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다행히 <머더발라드>는 네 캐릭터들의 얽고 얽히는 관계 때문에 송쓰루 형식이 어렵지 않게 먹혀 들어갔던 거 같다.”

 

 

 

 

  <머더발라드>는 탐, 사라, 마이클, 나래이터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사라가 마이클과의 안정적인 결혼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옛 사랑인 탐을 다시 찾아가서 불같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한국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본 ‘막장’을 떠올리게 한다.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악동스러운 면모는 마지막 커튼콜에 있다.

 

 

  “원래 뉴욕 공연에서는 엔딩곡에 ‘이게 다 쇼였어!!’라고 하면서 극이 뚝 끝나버린다. 이런 생경한 엔딩이 한국 정서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재준 연출님과 함께 고민한 것이 일단 극을 끝내 놓고 커튼콜 형식으로 ‘속았지? 한판 쇼에 불과하니 즐겁게 놀다가!’라고 얘기하며 신나게 노는 무대였다. 내가 30대쯤 겪을 수 있는, 혹은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를 한번 제시한 다음에 결국 ‘판단은 네 몫이고, 결국 네 인생이야,과거도 현재도.’라고 던져주는 거다. 신나는 커튼콜은 배우들이 더 좋아하면서 즐긴다. 뮤지컬을 사랑해 주시는 관객들과 뭐든지 하나라도 더 나누고 싶어서 마련한 무대다(웃음).”

 

 

 

 

ⓒ 뮤지컬 <머더 발라드> 쇼플레이

 

 

 

 

  <머더발라드>는 관객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폭발적인 커튼콜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 스테이지 석과 바 석을 마련하고 관객들이 공연의 한 부분이 되어 즐길 수 있게 한다. 프랭키석에 앉은 관객은 직접 배우들과 연기도 한다. 스테이지 석의 관객들은 커튼콜 때 열정적으로 배우들과 함께 춤추며 놀 수 있다.

 

 

  “관객들이 적절하게 공연과정 안에서 참여를 하면 공연이 더 즐거워 진다. 관객들의 참여가 전체 흐름에 위배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음악적인 고려를 했다. 근데 스테이지 석이나 바 석의 관객들이 더 릴렉스하고 편하게 즐겨 주시면 좋은데 스테이지 위에 있는 걸 가끔은 의식하고 좀 긴장하시는 거 같다. 지금은 배우보다도 더 즐기시는 것 같기도 하고…”

 

 

 

 

 

 

   <머더발라드>는 12명의 배우들이 각자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 다양한 배우들의 조합을 감상해 보는 것도 이 공연의 또다른 매력이다.

 

 

  “한지상 배우는 공연시작 전 관객들과 분위기 메이킹을 할 때부터 바텐더 탐의 캐릭터에 집중한다. 그때부터 그는 비밀스런 욕망을 감추고 있는 바텐더에 몰입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커튼콜 때 폭발적이면서도 가공할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도 한지상이다. 성두섭 배우는 다른 사람이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멘트도 멋있게 하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결혼식 때도 다른 사람이 하면 어색할 편지를 최고로 멋지게 읽더라(웃음). 공연 중에 성두섭은 내면의 불꽃같은 끼를 아낌없이 분출시켜서 탐의 캐릭터를 가장 그답게 풀어냈다. 반면 마이클은 뉴욕공연에서는 푸근하고 친절한 이미지였다. 홍경수 배우는 그 캐릭터를 좀 더 젠틀한 이미지로 풀었다면, 김신의 배우는 음역대가 하이 락커여서 락 스피릿을 발산할 수 있도록 좀 다듬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원작보다도 훨씬 세련되게 표현된 듯하다. 여배우들은 보컬출신의 가수들이 대부분이다. 음악적인 부분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하다보니 가수들이 모이게 되었다.,근데 이들이 노래로 연기를 너무너무 잘 했다.”

 

 

 

 

 

 

 

 

 

 

 

 

 

 

ⓒ 뮤지컬 <머더 발라드> 쇼플레이

 

 

 

 

  사실 본능에 충실하고 욕망을 추구하려는 충동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물며 그것을 무대에서 발산하는 배우들에게는 적시에 잘 맞는 옷을 입은 셈이다. 많은 배우들이 이 작품을 하고 싶어했고, 현재 캐스팅된 배우들도 매우 즐겁게 작업을 했다고 한다.게다가 모든 배우들이 사라와 탐과 비슷한 연령대여서 괴리감 없이 자신의 감성을 폭발시키는 데에 몰입할수 있었다고 한다.

 

 

 

 

 

 

  원미솔 감독은 99년 서울대 작곡가에 재학 중에 <락햄릿>에 반주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응모했다가 덜컥 음악감독을 맡았다.그 후 <그리스>,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같은 라이선스 작품과 <천사의 발톱>, <뮤직인마이하트>, <전국노래자랑>, <해를품은달>같은 창작 뮤지컬도 많이 했고, 연극 <됴화만발>, <나쁜자석>에서도 음악을 담당했다. 음악적으로 더 성공할 수 있는 수많은 길들이 있는데 공연계에서만 15년간 꾸준히 한 우물을 판 이유는 무얼까?

 

 

  “사실 괜히 들어왔다고 생각한다(웃음). 뮤지컬은 음악적으로 봤을 때 너무 어렵고 언제쯤 나는 잘하게 될까 고민하면서 매일 좌절한다. 그래서 뮤지컬계를 떠날 수가 없다. 이거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다른 장르를 어떻게 하겠냐 싶다. 음악적으로 뮤지컬의 매력은 프리함에 있다. 가요는 주로 정서를 전달하지만 뮤지컬은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을 어떤 상황에 있어도 다 음악으로 만들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뮤지컬을 잘 한다는 말은 모든 리듬에 능통해야 하고 자유로운 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프리함 때문에 또한 어렵다.”

 

 

 

 

  원미솔 감독은 배우같은 센스가 넘쳐나는 사람이다. 인터뷰 내내 장난기 어린 말과 위트를 끊임없이 날렸지만, 그 안에는 언중유골처럼 진지한 의미들이 새록새록 들어 있었다. 연습실에서도 그런 매력은 통했다. 항상 사람들을 웃기고 편하게 해주기 때문에 언제나 배우들이 즐겁게 작품에 임할수 있었다.

 

 

  “나는 화를 내지 않는 타입이다. 누가 이 말에 반박할지도 모르지만..(웃음) 연습실에서 직접 시연하는 걸 좋아해서 연기도 하고 춤도 추고 다 한다. 사람들이 이젠 봐주지도 않고 무시할 정도다(웃음). 내 안에 배우같은 성향이 있어서 작곡가보다는 음악감독이 성격에는 잘 맞다. 하지만 곡을 남겨야겠지.”

 

 

 

  <머더발라드>처럼 송쓰루 뮤지컬이 이렇게 흥행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시장에서 선보일수 있는 장르가 다양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짧은 기간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원감독은 이 성장세를 몸으로 직접 겪고 체험한 음악감독 1세대이다. 하지만 뮤지컬 시장의 핫이슈는 여전히 스타캐스팅이지 음악이거나 어떤 작품성이 아니다. 음악이 실제로 뮤지컬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다른 곳을 비추고 있는데, 음악감독으로서 느끼는 상대적 소외감도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원감독은 자신의 성격처럼 시원하고 긍정적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있었다.

 

 

  “뮤지컬 시장의 전망에 대해 사실 난 긍정적으로 보는데, 지금껏 발전해온 10년을 보아도 앞으로의 10년이 기대가 된다. 사실 핫한 아이템에 열광하고 쏠리는 현상은 어쩌면 과도기에 있어서 당연한 거다. 우리나 관객이나 같이 성장하는 것 아닌가. 관객은 차차 더 다양한 테이스트가 생길 거고,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게 될 거고, 그러다보면 예전에 비해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이미 한국 뮤지컬에서 소극장 뮤지컬은 굉장히 잘나온다. 대극장만 이제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웃음) 그런데 사실 대극장은 진짜 어렵다. 대극장은 잘 만들기 힘든 시스템이어서 천재가 와도 포기할 정도다. 합을 맞추고 시스템과 싸워야 하는데 제작여건 때문에 그 만큼의 시간적, 경제적인 요건이 주어지지 않는다. 역으로 나는 스텝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꽤나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시장의 확대와 뮤지컬 감상 인구의 확대에 비해 아직 전문인력은 부족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음악감독인데,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소수의 대표적인 음악감독이 여러 작품을 겹쳐서 하는 경우도 많다.

 

 

  “몇몇 핫한 작품을 하는 음악감독만 봐서 그렇지 사실 음악감독은 많다. 우리가 겹치기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재연이 많기 때문이다. 새 작품으로만 따지면 일년에 3~4작품밖에 안된다. 사실 우리는 거품이 사그라들어 2013년에는 작품편수가 반 정도 줄어들 줄 알았다. 어쨌든 일단 지금은 ‘Go!’해야 하는 시기이고 그렇다고 모두가 웃으면서 가는 장밋빛 시장도 아니다.”

 

 

ⓒ 뮤지컬 <천사의 발톱> 악어컴퍼니

 

 

  관객들이 어떤 다양성과 안목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하는지는 이런 뮤지컬 시장 발전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 무대 등에 비해 음악은 작품의 감상을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저 ‘음악이 좋다’라거나 ‘귀에 꽂히는 음악이 없다’라는 표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뮤지컬 관객이 음악을 좀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궁금했다.

 

 

  “가끔 관객들이 너무 전문가의 귀를 가지고 우리들에 대해 너무 혹독하게 말해서 힘들다. 솔직히 그런 귀를 안 가지셨으면 좋겠다(웃음). 음악도 언어다. 음악을 언어로 풀었을 때 평범하지 않은 다른 톤으로 시크하게 풀거나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데, 우리나라 관객들은 뻔한 공식이 아닌 다른 공식에 대해 모두가 친절한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음악에 있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싶은데 포기를 많이 한다. 물론 나는 포기해야 한다(웃음). 원래 생경한 걸 너무 좋아하고 뻔한 걸 싫어해서 남들이 모두 반대하는 걸 혼자 실험하다가 관객들에게 많이 두들겨 맞았다. 물론 그때는 내가 잘못했다(웃음). 그런데 이쯤 되면 음악에도 위트가 있는데, 막 울다가 갑자기 웃으면서 ‘니가 떠나봐 떠나봐~’하면서 다른 정서로 음악을 좀 풀 수 있다. 옳고 그름이 아닌 좀 여러 가지 맥락으로 음악을 받아들여주면 창작자들이 용기있게 뭔가를 해볼 수 있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경계심에서 조금만 더 아량이 생기면 더 재밌게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지금 우리 창작자들은 재밌는 작업을 못한다. 흥행이 안될까봐. 공식적인 코드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코드가 싫은 게 아니라 뭘 자꾸 해봐야 아닌 걸 아는데 처음부터 뭘 해보기가 조심스럽다고나 할까..오히려 예전에는 ‘아, 이 작품 참 재밌고 독특하고 개성 넘치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게 관건이 아니다.흥행의 툴이 있어서 대극장에서는 실험하기가 힘들다.”

뮤지컬은 자유로운 장르라고 했지만 원감독은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실험이 더 일어날 수 있도록 고군분투 중이었다.나는 한명의 뮤지컬 팬으로서 2007년 창작뮤지컬의 쾌거로 기록된 원미솔 감독의 <천사의 발톱>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배우보다도 자유로운 영혼과 센스를 가진 원감독이 그녀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 강지나 기자 wingle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