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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조용신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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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만 해도 한국창작뮤지컬의 제작이 어려운 건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극장 수는 전보다 많아졌고, 창작 육성 프로그램도 다채로워졌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창작 작품의 인큐베이팅 열기가 뜨거운 지금, 이 부분의 트랜드를 선도해가는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의 조용신 예술감독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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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의 뮤지컬부문 리딩공연은 <레드슈즈>, <원데이>, <안녕!유에프오>가 선보였고 완성도와 흥행 가능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를 거쳐서 본 공연까지 올라간 작품은 무려 8편이나 된다. <모비딕>을 비롯해 <풍월주>, <여신님이보고계셔>, <라스트로열패밀리>, <비스티보이즈>까지 작품들의 면면을 보고 있으면 이 프로그램이 창작뮤지컬 육성을 얼마나 선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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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는 신인창작자들에게 집중하니까, 대극장보다는 중소극장용 작품이 많이 개발되는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제작사 입장에서도 시도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중소 창작뮤지컬은 뮤지컬을 많이 보는 마니아층이 중요하고 대학로를 찾는 젊은 관객들을 타킷으로 한다. 결국 리딩공연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관객들의 반응, 창작자들과 스텝들의 호흡, 이런 것이 관건이 된다. 스텝도 젊고 창작자도 젊고 관객도 젊으니, 그들이 좋아하면 좋은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는 본 공연에 오르기 전 인큐베이팅 과정에 철저히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2007년 CJ문화재단은 창작지원 프로그램으로 뮤지컬 쇼케이스를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같은 기간에 여러 작품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이었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보다는 한 작품씩 완성시켜나가는 과정을 지원해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현재의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이다. 전 과정을 기획하고 유지하는 인력으로 예술감독과 제작피디가 재단 외부에서 결합하고, 처음 공모를 받을 때는 간단한 시놉시스와 노래 3곡만 내게 하고, 선정되면 대본과 음악 각 분야의 멘토를 붙여주고, 완성된 대본들 중에서 다시 선정하여 리딩 공연을 2주간 준비시킨다. 리딩공연의 연출, 음악감독, 배우, 밴드 등의 섭외 역시 예술감독과 제작피디의 몫이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기존 창작자들의 작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창작자들이 맘껏 기량을 펼치고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의 본 취지인 것이다.

리딩공연(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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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창작자들 중엔 본 공연을 한번도 안 해 본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리딩공연은 간접적인 공연제작 체험이 된다.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다가 배우들과 교감하고, 연출과 음악감독을 통해서 작품이 또 발전을 하고, 극장에 가서도 수정이 되고, 그리고 밴드랑 또 같이 해보면서 달라지고. 그런 것들이 좋은 경험이 된다. 개발단계에서부터 똘똘 뭉쳐서 재밌게 하면 결국 완성된 작품도 잘 나온다. <안녕!유에프오>도 연습과정에서 정말 배우들이 신나고 즐겁게 했다. 단톡방이 맨날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로 터졌다(웃음). 그런 에너지가 응축돼서 작품 개발에 기여를 한 거다. 그런 작품은 리딩공연 때 관객들 역시 빵빵 터지는데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본 공연에 확신을 얻을 수밖에 없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나 <풍월주>도 관객반응이 좋아서 성공 가능성을 높인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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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창작지원 프로그램이 CJ에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매우 다양해져서 충무아트홀 블랙앤블루,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 등이 있고, 극작과 작곡의 협업을 지원하는 민간 뮤지컬 아카데미나 대학내 교육과정들도 점차 풍성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뮤지컬 창작지원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2006부터 2009년 즈음 업계에 창작뮤지컬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고 창작자들을 규합해서 작품개발과 제작을 시도하는 프로듀서들도 있었는데, 결과물이 안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프로듀서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뮤지컬 창작이 무엇인가에 대한 감이 없었던 거 같다. 지난 10년은 뮤지컬의 선배그룹들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쌓아온 시기였다. 이게 하나의 발판이 되어 지금은 다양한 중소형 뮤지컬들이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창작을 제대로 배울 데도 없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음악극창작과나 서울예대에서 조광화 연출님이 주도하는 뮤지컬 협업프로그램 정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나 정부, 사설기관 등에서 뮤지컬 창작을 가르쳐주고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고, 스텝으로 참여하면서 배우나 다른 창작자들과 친분을 쌓고 그걸 바탕으로 뮤지컬 창작 시스템을 익힐 수 있는 기회들도 매우 많아 졌다. 그러니 요즘 신인창작자들을 보면 선배들이 10년 걸린 것을 훨씬 더 짧은 기간 내에 마스터하고 작품을 올리고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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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지원의 중흥기이고, 리딩공연부터 화제를 몰고 와서 성공한 창작뮤지컬이 몇 편 있다 해도 현재 우리의 창작 환경이 그렇게 좋아진 것은 또 아니다. 인기있는 소재는 제한되어 있고, 배우 풀도 그다지 넓지 않다. 실력 있는 창작자들이 어느 정도 배출되었지만 아직은 한 두 작품에서 가능성을 보인 신인들이다. 그리고 대형뮤지컬에서는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는 극장이 많아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던 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극장이 많아지니 오히려 작품편수만 늘어나고 관객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한 두 작품 외에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극장 외에도 좋은 컨텐츠, 캐스팅, 마켓팅, 동시대성 등 여러 가지가 결합되어야 작품이 흥행한다는 것을 이제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통합전산망 논란도 보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절대선은 아니다. 논의를 통해 잘 만들어지도록 순리에 맡기고 제작사들은 오히려 제작비의 합리화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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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조용신 감독 자신도 이런 창작뮤지컬 난항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당사자이다. 올해로 예정되었던 그의 두 번째 창작 <도리안 그레이>가 연기되었고, 첫 번째 작품인 <모비딕>은 재공연이 불투명하다. 모두 다 창작작품을 올리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그는 뉴욕 유학시절, 수많은 작품들을 보고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를 하면서, 한국에 소개할 작품들을 꿈꿔왔었고 제작감독으로 일하면서 멋지게 그 꿈을 하나씩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5년전 설앤컴퍼니 제작감독 일을 돌연 그만두고 창작과 개발프로듀서를 겸하는 포지셔닝을 선택했다. 게다가 뮤지컬 창작자와 관객들을 연결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토크쇼나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에도 꾸준히 관여하고 있다. 이 모두는 그가 진짜 좋아하는 뮤지컬을 제대로 만들어 보고, 제대로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벌이는 활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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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딕>에서 선원들은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들 간에 다져진 우정과 사랑은 피쿼드호를 탄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악기를 든 배우들의 합주이다.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은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 보아 온 패턴화 되어있고 식상한 관계가 아니라, 처음엔 낯설지만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바로 뮤지컬의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서를 표현하는 매개물이 음악인 셈이다.” 

  그는 뮤지컬이 뉴욕이라는 전 세계의 문화를 집결해 놓은 도시의 자양분을 먹고 꽃피었지만, 한국과 같은 다이나믹한 조건 아래에서도 충분히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장르라고 믿는다. 그가 창작자 육성과 개발 프로듀서, 그리고 현재 작업 중인 세 번째 작품에 기대를 거는 목적이자 이유이다.

  “한예종 음악극창작과에서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유린타운>, <애비뉴큐>, <스프링어웨이크닝> 같은 작품을 눈여겨 보라고 말한다. 이들은 뮤지컬의 일반적인 문법에서 벗어나 작가의 아이디어와 스테이징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한국 창작뮤지컬이 어떤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지금 출품되는 창작뮤지컬은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은데 좀 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자유롭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작에 대한 탄탄한 스터디나 뮤지컬에 담긴 서양 문화사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면 좋다. 예를 들어 <키스 미 케이트>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읽으며 공부해 보고, <저지보이스>의 음악들은 시대별로 어떻게 동시대인들과 소통하며 인기를 얻었는지 미국 문화사와 패턴을 통해 공부해 보면 좋다.” 

  조용신감독은 작년에 그 바쁜 와중에도 홍대에 위치한 자신의 스튜디오 ‘모비랩’에서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원작 상영회를 개최했었다. 최근엔 바빠서 못했지만 상영회를 곧 다시 이어 갈 계획이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아마도 이런 꿈꾸는 창작자가 신인들의 꿈을 알아봐주고 키워주는 시스템이라면 한국 뮤지컬의 전망은 좀 낙관적으로 그려봐도 되는 것 아닐까?


글.  강지나 기자 (wingles@musicalpublic.com)
사진. 오은지 기자 (ojang23@musicalpubl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