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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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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 4월 11일 금요일
날씨: 좋았는데 바람 많이 붐
오늘 한 일: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관람
내일 할 일: 연극 <M butterfly>,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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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가 끝나고 나니까 오후 3시였다. 바람도 선선하고 날씨도 좋아서 괜스레 집에 들어가기 싫은 기분, 지인들이 공연을 관람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끼워달라며 졸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오늘 관람한 공연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연출로 유명한 왕용범 연출이 대본과 연출을 맡고 쟁쟁한 배우들이 오른다는 것만으로 올 해 초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산 대형 창작뮤지컬이라는 이유로 한 번 쯤 관람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였다.


공연의 첫 시작은 여타 다른 대형 뮤지컬과 다른 바가 없었다. 다른 게 있다면, 오케스트라가 프렐류드를 연주할 때 배우들의 앙상블이 아닌 과학 관련 명화들이 영상으로 비춰진 것 정도? 요즘에는 조명의 고보와 무대 작화로 소화해낼 수 없는 것들을 영상으로 대체하는 게 뮤지컬계의 추세인지 프랑켄슈타인을 포함하여 ‘반 고흐’, ‘고스트’등의 여타 다른 뮤지컬에도 영상 이 공연의 일부분을 차지하곤 한다.

공연의 시작은 전쟁이 진행되는 1815년 유럽,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앙리 뒤프레 소위가 죽어가는 적군 병사를 치료하다 간첩죄를 뒤집어쓰고 사형 위기에 몰린 것으로 시작되는 공연의 도입부를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창조자인 빅터와 그의 피조물인 괴물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뮤지컬에서 주인공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는 암묵적 룰을 깨고 파격적인 등장을 한 ‘앙리 뒤프레’라는 캐릭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등장 2분 만에 빅터에게 존재감을 빼앗겨서 어쩌면 왕용범 연출이 프랑켄슈타인 대본을 쓰기 시작했을 때, 앙리가 꿈에 나와 그에게서 돈을 빌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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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켄슈타인의 넘버는 하나 빠뜨릴 것 없이 훌륭했다. 하지만 논리는 부족했는지 생물학 전공인 지인은 프랑켄슈타인의 넘버 ‘단 하나의 미래’를 듣고 저건 저 시대에도 존재하지 않던 이론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여담으로 역사를 전공한 친구는 프랑켄슈타인의 배경이 되는 유럽은 우리가 아는 1800년대 초반의 유럽이 아니라 일종의 페러렐 월드로 생각하라고 했다. 어쩌면 왕용범이 앙리에게 돈을 빌려줬던 꿈의 배경이 1800년대 유럽일지도 모르겠다.

  대본은 앙리뿐 아니라 빅터에게도 터무니없이 잔인했다. 어릴 적 흑사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마을 사람들의 방화로 인해 아버지마저 잃은 빅터는 누나인 앨런보다 마음이 여리고 생각이 남달라 마을 사람들 뿐 아니라 숙부에게마저 박해를 받았고, 부모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생명창조’라는 신성모독에 집착하게 된다. 결국 숙부인 슈테판의 딸이자 미래 아내인 줄리아의 애완견을 살아나게 하지만 강아지는 어린 줄리아를 물어버린다. 이 일로 인해 슈테판은 빅터를 강제로 유학 보낸다. 유학을 간 빅터가 어떻게 군의관, 그것도 대위가 된 것일까? 공연 끝에 풀릴 줄 알았지만 대본은 관객들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앙리가 왕용범연출에게 돈을 빌릴 때, 사실 빅터도 함께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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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터가 고향에 내려올 때, 어쩐지 함께 내려온 앙리는 자신의 구원자이고 신과도 같던 빅터의 연약한 모습에 그에게 연민을 품고, 빅터의 누나인 앨런에게 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불행한 빅터의 유년시절을 동정하며, 그럼에도 강인하게 성장한 빅터를 동경한다. 앙리가 빅터에게 보이는 감정은 일반적인 우정 그 이상인데 요즘 유행코드인 ‘브로맨스’의 감정이다. 남성들의 진한 우정을 담은 브로맨스는 뭇 여성들의 눈을 행복하게 하기 마련인데 왕용범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반적 브로맨스와는 달리 그는 앙리의 감정에 숭배를 더했다. 빅터를 향한 앙리의 마음은 신을 향한 인간의 절대적 믿음, 숭배와도 닮아있는데 이러한 모든 감정이 뒤섞인 앙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빅터의 오랜 숙원인 ‘생명창조’의 연구에 필요한 실험재료인 신선한 뇌를 자신의 뇌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지방 유지의 조카인 빅터는 정신착란으로 모든 죄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앙리는 빅터의 연구를 위하여 빅터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단두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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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앙리는 <두 도시 이야기>의 주인공인 시드니 칼튼과 닮았다. 시드니는 사랑하는 여인의 행복을 위해 단두대에 오르고, 앙리는 사랑하는 친구의 연구 완성을 위하여 단두대에 오른다. 이 둘의 행위는 근본적으로 상대에게 사랑, 혹은 우정의 감정에 앞서 숭배에 가까운 감정에서 비롯되는데 시드니에게 루시는 사랑 이전에 자신에게 가족이 되어준 성녀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숭배는 거룩한 희생을 남긴다. 하지만 앙리가 시드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두 도시 이야기>는 시드니가 죽은 그 순간 공연이 끝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앙리가 죽은 순간 2막이 시작되는 것이다.

신은 잔인하다고 하던가. 앙리의 머리를 가진 괴물은 빅터를 기억하지 못한다. 앙리의 목을 가진 괴물은 빅터에게 아버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집사인 룽게를 죽이고, 빅터는 자신이 만든 피조물이 앙리가 아님을 깨닫고는 괴물의 목을 조른다. 대본은 빅터와 앙리에게 너무나 잔혹했다.

자신의 목을 조르는 빅터를 피해 달아난 괴물은 어느 격투장에 도착한다. 커다란 뼈다귀를 휘두르는 자크와, 자크의 아내인 에바가 운영하는 격투장에서 잔인한 격투를 강요당하는 괴물은 까트린느라는 여자와 러브 플래그가 꽂히지만 5분 만에 박살난다. 아무래도 앙리는 왕용범의 꿈에 나와서 돈을 빌린 게 아니라 보증을 세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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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트린느에게도 배신당한 괴물은 격투장에 불을 지르고 빅터를 찾아 나서고,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길 결심하며 빅터의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인다.

사람들은 신을 믿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응답이 없는 신에게 화를 내고 증오를 품는다. 괴물은 그런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데, 앙리일 적 빅터에 대한 숭배는 괴물에게도 그대로 내려와 자신을 찾지 않는 창조주에 대한 엄청난 증오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룽게를 죽인 건 다 잊고 빅터만 미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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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모든 주조연 배우들이 최소한 1인 2역이다. 빅터와 자크, 앙리와 괴물, 앨런과 에바, 줄리아와 까트린느. 각자 정 반대 되는 캐릭터를 같은 배우들이 소화해내는 것을 보며 경이로움에 휩싸였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1인 2역의 주연 배역은 <지킬 앤 하이드> 정도가 전부였는데, <지킬 앤 하이드>는 그래도 같은 몸뚱이 안에 있는 다른 인격체일 뿐이지 이런 식으로 한 배우가 정 반대의 역을 병행하진 않았다. 오전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 고깃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그만 두고 술집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술집에선 음식도 만들고 서빙도 했을 때 그 기분이 생각나며 배우들에게 동정심이 들었다. 돈을 빌린 게 앙리와 빅터가 아닌 배우들이었는가.

공연의 대본은 그렇게 완성도 높지 않았다. 여타 다른 대극장 뮤지컬처럼 인과관계가 잘 나타나지 않아 혼란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연출과 화려한 볼거리, 배우들의 연기력은 대본의 허점을 점부 덮을 만큼 뛰어났기 때문에 이토록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이 이해가 갔다.

한 가지 의문인 것은 1720년 이후 발병 기록이 없던 흑사병의 존재와 1782년 이후로 사라진 마녀사냥을 겪은 후, 1815년에 대위를 지낸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춘추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진짜 마녀는 빅터일지도 모르겠다.


글. 김다영 리뷰어(fpdhsi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