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REVIEW 해를 품은 달

해를 품은 달

1154
0
SHARE

 

 

 

 

  2011년 정은궐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2012년 TV드라마로 방영된데 이어 2013년 뮤지컬로 초연되며 대표적인 원 소스 멀티 유즈 콘텐츠가 된 <해를 품은 달>.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해를 상징하는 왕 훤과 달을 상징하는 연우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달을 그리워하는 해 이훤, 해를 품은 달 연우. 그들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한 편의 수묵채색화처럼 담아냈다.

 

 

  <해를 품은 달>은 ‘지킬앤하이드’, ‘햄릿’, ‘몬테크리스토’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원미솔 음악감독이 관객들에게 오랜만에 작곡가로서 마주하게 한 작품이자,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음악상을 거머쥐게 해준 작품이다. 

 

 

  특히, ‘사극’이라는 틀 안에 음악적인 제약을 두지 않고, 서른 개가 넘는 넘버를 국악, 팝, 재즈, 소울, 힙합, 제 3세계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한 데 버무려 진부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새로움으로 덧입혔다.

 

 

  많은 곡들 가운데 더욱 주목 받았던 몇 개의 넘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 연서

 

  훤과 연우가 서찰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연우의 집을 찾았다가 연우의 오빠이자 훤의 스승인 염을 통해 훤의 연서를 받게 되고, 세자인 훤에 대한 충성심과 연우에 대한 연모 사이에서 양명은 고뇌한다. 그리고 결국

 

 

  ‘오늘은 글월비자, 형제 위해 충성 위해, 너를 찾아왔다. 저하의 서찰이다.라고하며
  연우에게 훤의 서찰을 건네고 연우는 그 서찰을 기쁘게 받아든다. 

 

 

  꼭두들이 나와 글씨가 빼곡히 적힌 서찰을 상징하는 천을 끌며 무대를 돌고, 훤과 연우 또한 서로의 연서를 잡고 무대를 크게 돈다. 그리고 양명은 이 모습을 한참 슬프게 지켜보다가 퇴장한다. 때문에 곡속에서 거치는 변화처럼 연서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훤과 연우의 수줍음, 설렘과 함께 이를 바라 볼 수밖에 없어 아파하는 양명의 슬픈 운명이 혼재한다.

 

 

 

 

  특히 이 넘버에서는 ‘서로를 그리는 꿈-황진이(서로 그리는 심정은 꿈 아니면 만날 수가 없건만, 꿈속에서 내가 임을 찾아 떠나니 임은 나를 찾아왔던가. 바라거니 길고 긴 다른 날의 꿈에는, 오가는 꿈길에 우리 함께 만나지기를.),’묏버들 갈해 것거-홍랑(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자시난 窓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밤비예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冬至ㅅ달 기나긴 밤을-황진이(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春風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등의 시조를 가사로 차용하면서 서정적인 이미지를 한층 더했다.

 

 

 

# 나눈 정이 만 리

 

  삼간택에서 탈락하게 되면 후궁이란 이름아래 평생 홀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양명은, 삼간택에 윤대형의 딸이 내정되어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미 마음속에 훤이 자리한 연우에게는 양명의 말을 따를 수가 없기에, 별빛이 건넨 말을 듣지 못한 것으로 하겠다며 답변한다. 태양의 운명을 타고 났음에도,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듯이, 먼저 연우에 대한 마음을 품었으나, 태양과 달의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는 별이 되어 그렇게 양명은 돌아선다.

 

 

이 내 몸과 마음에 주인은 단 한 사람
꿈길 걸어 내게 오신 이 세자저하뿐
이미 내 맘속엔 단 하나의 태양
별빛이 내게 건넨 말들 지우리다

 

하나만 기억해다오 연우야

 

 

 


별빛이 품었던 마음 너만의 태양 이고픈
저기 저달은 어디를 가도 나를 이리도 쫓아오는구나
가졌던 맘 품었던 맘 마음을 갖지 마라 버려라
달빛 쫓으며 너를 품었던 지금 저 하늘 별빛 흔들림은
눈물 맺힌 까닭인가 마음을 갖지 마라 버려라

 

 

  어디를 가도 쫓아오는 달빛처럼 연우에 대한 마음을 쉽사리 지울 수 없기에 자신의 마음을 책망하고 발길을 재촉하는 양명의 쓸쓸한 뒷모습이 더해지면서 곡의 애절함이 커진다.

 

 

 

# 그래 사랑이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의 메인테마곡이자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곡이기도 하다. 삼간택에서 세자빈으로 간택된 연우, 궁궐생활이 익숙지 않아 외로워하고 있을 연우가 염려되어, 연우의 처소를 찾아 그녀만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이 장면에서 훤은 연우에 대한 마음을 담은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드라마에서 이 장면을 손 인형극으로 표현했다면, 뮤지컬에서는 보다 화려하면서도 뮤지컬이 가진 극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 형형색색의 꽃과 노란 색의 등불처럼, 고운 색감으로 무대를 채우고, 마치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부채춤이 더해져 사랑을 꿈꾸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넌 어느새 마음속에 스며드는 신비로운 향기
넌 언제나 내 온몸이 심장인 듯 두근대는 울림
햇살 되어 나의 창문 비추고 빗방울 되어 나의 방문 두드리지
바람 되어 나의 얼굴 스치고 새소리 되어 내게 속삭인 말
그래, 사랑이다. 그래, 사랑. 사랑이다.

 

 

 

 

  특히, <그래 사랑이다> 가사에서 시적인 감성이 극대화될 뿐 아니라, 한편의 수묵채색화 같은 작품의 이미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어린 나이의 두 사람이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설렘과 벅참 그리고 기쁨이, 통통 튀는 것 같은 생동감 있는 리듬이나 ‘그래 사랑이다’를 함께 부르는 앙상블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문이 닫힌다

 

 

문이 닫힌다 세상 모든 것을 안고

 

문이 닫힌다. 거대한 어둠의 무덤 속에
모든 걸 겹겹이 묻은 채로 온 세상 어둠에 잠기리라.
모든 것은 사랑이어라. 간절히 바라던 모든 것들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닌가
끊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고 끊어지는 그게 바로 인연

 

 

  세자빈에 간택이 되었음에도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무녀 장씨에 의해 주술에 걸려 연우가 죽음을 맞는 장면이자 모든 배우가 함께 노래 부르는 1막의 가장 슬픈 장면이다. 꼭두가 열어주는 길을 따라 연우의 상여 행렬이 슬픔을 누르며 천천히 걸어 나가고, 양명은 상여를 힘없고 슬픈 시선으로 바라본다. 뒤늦게 달려온 훤은 차게 식어버린 얼굴이라도 보게 해달라며 관 앞에서 오열한다. 

 

 

  1막을 시작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어라’라는 넘버에서 나왔던 일부 가사가 다시 등장해 1막의 마무리를 짓는다. 돌림노래로 이어지는 염, 양명, 훤의 노래와 앙상블들의 합창,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꿰뚫는 무녀 장씨의 노래가 더해져 애절함을 극대화한다.

 

 

  연우 앞에 가림막이 올라가고 조각보로 형상화된 틀도 점점 조여 오며 그렇게 닫혀가는 문 앞에서 훤과 양명 그리고 연우는 서로에게 놓인 운명 앞에 눈물 흘린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단절, 그리고 그들의 사랑의 단절이기도 한 닫힌 문. 

 

 

  더불어 온전히 자신이 가지려 하고자 했던 것을 잃게 되면서, 절규하는 훤의 마음의 문이 닫혔음을 보여준다.

 

 

 

#해를 품은 가짜 달

 

 

가짜달이 높이 떠올라
조선의 하늘 차지했네
해를 품은 가짜달이 대낮에 떠올라
태양을 어둠 속에 몰아넣고
백성들의 고혈 빨아 그저 하늘에 달덩이만 차오르네

 

 

  8년이 지나 훤이 왕위에 오르고 난 뒤의 상황을 그리는 2막의 첫 넘버이다. 

 

 

  중전의 아비인 외척세력 윤대형이 모든 정권을 쥐락펴락하며 권력을 휘두르고 있고, 백성들의 고통과 불만은 끝까지 다다른 상황이다. 백성들의 그러한 마음을 알고 있음에도 훤은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술을 마시며 괴로워한다. 

 

 

  비탄에 빠진 백성이 울부짖는 것 같은 “에헤이~”,“에헤라디야~디야~에헤이~” 여흥구가 등장하고, 한명의 무용수는 마치 살풀이를 추는 것처럼 서글픈 춤을 이어나간다. 주로 창에서 많이 등장하는 ‘에헤라디야~’가 스페니쉬 리듬과 만나면서 실험적인 퓨전적 요소가 드러나는 곡이다. 

 

 

  진짜달인 연우가 죽으면서 가짜달인 현재의 중전이 해를 가려 어둠속에 몰아넣은 것처럼 각기 다른 입장이지만 외척세력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더 비웃어보라며 괴로워하는 훤과 함께 비탄에 빠진 백성들의 노래로 웅장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를 가진 노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진짜달이 다시 떠올라 조선을 다시 밝게 비추리라는 기대를 놓지 않는 노래이기도 하며, 이후 벌어질 이야기들의 암시를 준다.

 

 

 

#행복이 만져지네

 

 

  2막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행복한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넘버이다. 별빛이 쏟아질 것 같은 정원에서 다른 사람들을 피해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훤과 무녀 월. 그곳에서는 왕과 무녀가 아닌 한 남자와 여자로서만 존재한다.

 

 

내 대신 하늘에 전해주겠느냐
아주 많이 보고 싶은 그녀
이리도 그녀를 그린다고

 

그분도 아시고 느끼시니
더 이상 아프지 마옵소서
지키려 애쓰던 그 마음을
이제는 보내고 잊으소서

 

 

 

 

잊어 달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라느냐
잊으려고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

 

 

  드라마에서 손꼽히던 명대사가 ‘행복이 만져지네’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 연우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더불어 자신이 세자였기에 연우를 지키지 못하고 죽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훤이 무녀 월에게서 혹시 어쩌면 월이 연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액받이 무녀인 자신이 감히 하늘에 떠있는 태양과도 같은 훤에게 마음을 품은 것이 들킬까 애써 마음을 숨기고 또 숨기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의 월. 그리고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월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들을 드러낸 훤. 이 둘의 모습이 끊어낼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 쉬이 잊히지 않는 인연임을 그리며 노래에서 느끼는 절절함을 한층 끌어낸다. ‘그래 사랑이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 그렇게 훤과 월이, 아니 연우가 존재한다. 

 

 

  이제 곧, 한층 더 새로운 캐스팅과 곳곳에 수정 작업을 거친 또 다른 ‘해를 품은 달’이 돌아올 예정이다. 일본 공연을 마치고, 2014.1.18~2.23일 토월극장에서 또다시 관객들과 마주하게 될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이 훤, 연우 그리고 양명 세 사람의 운명적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기대해 본다.

 

 

 

<해를 품은 달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

 

 

 

 

 

<해를 품은 가짜 달 공개시연 영상>

 

 

 

 

 

<문이 닫힌다 공개시연 영상>

 

 

 

 


 

 

글. 이하나 기자 (tn5835@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