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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즐기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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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5월을 일컬어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그리고 스승의날까지 모두 5월에 집중되어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게끔 하는 달이기도 하다. 좋은 공연을 보고 나면 한번씩 ‘부모님 보여드리면 좋겠다.’, ‘가족이 다 같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듣.보.잡 넘버 아홉 번째에서는 가정의 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위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로 이야기 하고자한다.  

 

 

 

 1. 위키드 – Defying gravity

 

 

 

 

나를 찾고 싶다면 서쪽 하늘을 봐
누군가 얘기했지 한번쯤 날개를 펴라고
홀로 날고 있지만 나는 자유로워
이제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거야
전해줘 나 모든 걸 떨쳐내고 저 끝없는 세상을 본다고

 

 

  1995년 발간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오즈의 마법사’ 를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해 초록마녀가 어떻게 해서 오즈의 마법사 속에서 악역이 되었고, 작품 속 인물들이 어떻게 그 모습이 되었는지 기존의 통념을 바꾼 작품이다.브로드웨이의 유명 작곡가 ‘스티븐 슈월츠’가 작곡했으며 이 작품으로 그래미상, 골든글로브상 등 대표적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2003년 초연 이후 10년이 넘도록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10주년을 맞아 전 세계 7번 째 외국어 프로덕션으로 한국어 초연이 공연되며 준비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특히, 1막 마지막에 극적인 긴장감이 가장 고조되었을 때 등장하는 Defying gravity(중력을 거슬러)는 위키드의 화려한 무대를 또 한 번 증명하는 것처럼 극에서 작품 전체를 이끄는 캐릭터인 초록마녀 엘파바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부르는 곡이다. ‘중력을 거스르다’ 즉, 오즈의 권력자들이 정해놓은 규칙이나 관습 그리고 억압을 거부하고 엘파바 자신의 자유를 택하여 그들에게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공중에 떠올라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 들만큼 진성으로 내뿜는 고음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주며, 위키드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곡이다.

 

 

 

 2. 서편제 – 살다보면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엄마가 쓰다듬던 손길이야
멀리보고 소리를 질러봐
아픈 내 마음 멀리 날아가네

 

 

  소리에 미쳐 사는 유봉과 그의 딸 송화. 그리고 그들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동호 세 사람의 삶을 그린 작품이자 ‘소리’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전형적 판소리와 국악 라인에 묶이지 않으면서도 한 편의 시나 수묵화를 보는 듯이 한의 정서를 잘 녹여낸 <서편제> 속 대표넘버이다. 송화가 엄마를 잃은 동호에게 위로의 마음을 건네며 들려주는 마음의 노래로, 누구하나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한 서편제 속 인물들의 한 많은 삶이 우리의 삶과도 흐름을 함께하며 관객에게 위안과 치유의 의미로 다가온다. 또, 어린 송화와 어른 송화가 같이 등장해 오버랩 되는 모습은 슬픔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한이 쌓여야 소리를 완성할 수 있다하여, 딸의 눈을 멀게 할 만큼 소리에 집착하는 유봉의 선택에도 모든 것을 이겨내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길을 가는 송화라는 인물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이,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라고 노래한다. 터트리지 못하고 꾹꾹 담아둔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할 뿐 아니라, 특히 소리의 완성을 상징하는 마지막 심청가와 대비되는 순수한 느낌으로 슬픔이 더 깊고 진하게 퍼지는 곡이다. 곡 후반 옥타브의 변화는 부드럽지만 내실이 여문 송화와도 닮아있다.

 

 

 

 3. 덕혜옹주 – 내 딸 정혜일지 몰라요

 

 

 

들리나요 돌아봐주세요 울고 있는 아이가 있으면 안아주세요
내 딸 정혜일지 몰라요
보이나요 돌아봐주세요 혼자 있는 아이가 있으면 안아주세요
내 딸 정혜일지 몰라요
돌아봐 주세요. 길을 잃은 내 아이가 보인다면 손 내밀어 꼭 잡아주세요
금자둥이 은자둥이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만 여기에 있단다. 이렇게 난 기다린단다.

 

 

 

  고종의 고명딸이라는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음에도 조국이 망국의 길을 걸음에 따라 일본으로 끌려가 정략결혼, 정신병원 감금, 이혼 등. 굴곡지고 비운한 삶을 산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개인적인 삶보다 가족사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공연예술 창작산실 시험공연 지원 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 그 가운데 가장 가깝고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족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그 가운데 ‘내 딸 정혜일지 몰라요’라는 곡은 쉰 살의 나이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온 덕혜옹주가 창덕궁 낙선재에 앉아 사라진 딸 정혜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진한 모정이 담긴 곡이다.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문혜영배우의 힘 있고 묵직한 목소리로 관객으로 하여금 감동과 슬픔을 절정으로 치닫게 한다.‘두둥 두둥 둥개야 둥둥두 둥개야/ 네가 은둥이냐 금둥이냐 두둥 두둥~’ 구전동요의 가사처럼 딸 정혜를 그리워하며 ‘금자둥이, 은자둥이, 둥게둥게 둥둥게야’라고 덕혜가 들으며 자랐던 자장가를 그대로 딸에게 불러주지만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기회조차 없었던 상황과 교차된다. 곡 도입부에 창덕궁으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천진난만한 아이의 “엄마, 여기가 창덕궁이야?”라는 목소리가 한켠에 여백처럼 앉아있는 덕혜의 모습과 대비되며 대금과 피아노로 구성된 음악과 함께 굴곡진 역사의 희생양이었던 한 여자이자 어머니의 외로움을 무대가득 채운다.

 

 

 

 4. 캣츠 -Memory

 

 

 

 

 

  T.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9가지 지침서>를 모티브로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인간에 빗대어 표현한 <캣츠>는 1981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어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로도 유명한 앤드류로이드웨버의 작품으로 고양이들의 춤이나 행동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음악 장르와 함께 영화에서나 들을법한 효과음들이 처음으로 도입된 뮤지컬이기도 하다.그 가운데 가장 대표 넘버인 Memory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 넘버이자, 팝송으로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진 곡이기도 하다. 캣츠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Memory를 들으면 “아! 이 노래” 하고 금세 알아차린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이외에도 수많은 유명가수에 의해 녹음된 Memory는 캣츠 작업 중, 엘리엇의 미망인이었던 발레리 여사가 ‘그리자벨라’ 라는 고양이에 대해 들려주고 이에 웨버가 영감을 받아 작곡하고 트레버 넌이 가사를 붙여 유일하게 캣츠 넘버 중 엘리엇의 시에서 가사를 가져오지 않은 넘버이다. 고양이들마저 기피하는 창녀 고양이인 그리자벨라가 예전의 자신의 빛나던 시절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며 부르는 이 곡은 푸치니의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팝 발라드로서 비참한 현실에 힘들어도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인 삶을 살겠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다 희로애락 그리고 죽음까지 한 곡에 집약적으로 잘 응축해 놓았다.

 

Memory, All alone in the moonlight,
I can smile at the old days,
I was beautiful them
I remember the time
I knew what happiness was
Let the memory live again

 

 

 

 5. 공동경비구역 JSA – 피날레

 

 

 

 

담배 피울 때 나도 모르게 남쪽하늘 바라보는 습관이 생깄어(생겼어)
밤이 깊으면 나도 모르게 초소 앞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어
언제한번 우리 집에 놀러와 / 지금 쯤 좋은 곳에 편히 쉬고 있갔지(있겠지)
보고 싶다 언제 다시 만날까/ 보채지 마라
나를 잊지 마 /어떻게 너를
보고 싶은 우리 형 / 잊갔니(잊겠니)
약속해줘 그 언젠가 우리
그 언젠가 좋은 날이 오면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를 바탕으로 북쪽 초소에서 남. 북 병사간의 판문점 총기난사사건을 중립국 감독위원회 스위스 장교 지그베르사미가 수사하는 과정을 그렸다. 우리에게는 이병헌, 송강호 주연의 동명영화로 더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증오와 철저히 교육된 조건반사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남북한의 동포애와 베르사미의 개인사를 더욱 중점적으로 그렸다. 이 가운데 극의 끝에 등장하는 ‘피날레’는 유일하게 살아남게 된 경필이라는 인물이 세 동생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곡이다. 담배에 불을 붙이다 우진에게 담배를 권하던 버릇이 무의식중에 나오고 이내 북받치는 감정으로 떨리던 그의 손처럼, 쓸쓸해 보이는 경필과 그저 다정하고 해맑게 장난치며 노는 세 사람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또한 해맑은 세 사람을 향해 경례를 하는 베르사미는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상처를 치유 받고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떠난다. 곡 중반부터 경필과 수혁이 좌. 우로 나뉘어서 주고받으며 노래하는 모습에서 흡사 좌-우, 남-북, 더 나아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연상케 한다. 그들의 우정과 그리움을 노래하면서도 앙상블이 무대에 등장해 ‘비무장지대 야간수색 말로만 비무장’이라고 노래하며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다. 형제애, 이데올로기, 전쟁의 공포 등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가 피날레에 모두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병사간의 금기된 우정이라는 판타지 혹은 허구의 이야기일지라도 세대를 관통해 여전히 이어져있는 고리임을 드러낸다. 곡이 끝나면서 울리는 총소리에 놀라 또다시 반사적으로 총을 겨누는 앙상블의 모습에서 여전히 전쟁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들의 가슴 답답한 현실과 마주한다. 이 외에도  1막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를 비롯해 펜트하우스와 지포라이터, 김일성이 죽었다, 쪽지놀이 등 많은 넘버가 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 등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와 어우러져 관객에게 도달하는 울림의 파장을 넓힌다.     

 

 

 

 

<동영상 링크>
 
* Defying gravity (이디나멘젤ver.)
 

 
 

* 살다보면
 


 * 덕혜옹주
 

* 피날레
 

 

 

 


 

글. 이하나 기자(tn5835@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