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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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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쳐나는 대극장 라이센스 작품도 흥행 부진으로 고전하는 요즘, 창작극이 무대에 올라 관심을 받기란 더욱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해에 쏟아지는 창작 뮤지컬은 100편에 달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지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관심을 받기도, 이윤을 창출하기도 어려워 평가 받기도 전에 사라지는 작품들이 대다수인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무대에서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제작현장을 배경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려나 가는 뮤지컬 <날아라 박씨!>다.

 


 


▶ 실제 제작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


 


  중고교 동창인 정준 작가와 조한나 작곡가가 오랜 창작기간을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뮤지컬공모전인 창작팩토리 대본공모’ 당선,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돼 지원금을 받게 됐다.


  그러나 정식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음에도 제작사를 찾지 못해 무대화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작가와 작곡가가 ‘무엇이든 창작단 동이주락’이라는 창작 단체를 만들었고, 올해 초, 대학로 자유 소극장에서 초연을 가졌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매진을 기록한 뮤지컬 <날아라, 박씨!>는 음악, 무대, 의상 등을 재정비해 약 7개월 만에 중극장 규모로 재탄생 되었다.


 


 


▶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온 재연


 


  리딩 공연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공모전들은 소극장으로 규모가 재현된다. <날아라, 박씨!>도 공모전 당선작이기 때문에 소극장 규모로 초연을 올렸지만, 재연은 작가의 초기 의도대로 중극장 규모로 업그레이드되었다.


 



ⓒ <날아라, 박씨> 공식 블로그


 


  앙상블 배우의 수도 늘어나고, 6인조 라이브 밴드와 함께하는 음악도 더 웅장해졌다.


  1막과 2막으로 나눠 1막에서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2막에서는 극 중 극인 ‘날아라, 박씨’ 공연과 공연 이후의 변화를 그린다.


  2막이 바로 극 중 극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뚝 끊긴 두 개의 작품을 보는 것 같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극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여전히 소박한 무대장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허전한 무대는 현재 창작 뮤지컬의 어려운 제작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하나의 무대장치로 느껴지는 씁쓸함이 있다.


 


 


▶ <날아라, 박씨!>의 매력


 


1. 창작진이 들려주는 생생한 창작 비하인드


  극의 주인공인 ‘오여주’의 직업은 배우와 스텝, 창작진과 제작사의 사정까지 두루 살피고 공연의 전반적인 업무를 책임져야하는 컴퍼니 매니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의 갈등을 보여주기에 이보다 적합한 직업은 없을 듯하다.


 



ⓒ <날아라, 박씨> 공식 블로그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는 더블 캐스트 배우들의 신경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뮤지컬에 뛰어든 아이돌 가수, 본인 파트 준비 하느라 주인공의 언더는 연습할 틈이 없는 앙상블 배우, 오랜 앙상블 생활 끝에 첫 배역을 따낸 기쁨을 전하는 배우 등 현실감 있는 캐릭터들이 무대를 누빈다.


 



 



ⓒ <날아라, 박씨> 공식 블로그


 


  실제로 정준 작가는 공연 기획사에서 연출부, 기획 팀, 음악 팀 등 여러 파트를 두루 경험했다고 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작가의 이야기, 작곡가가 들려주는 작곡가의 이야기,
  앙상블 배우가 보여주는 앙상블 배우들의 치열한 삶은 관객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준다.


 


2. 허를 찌르는 유머코드


  <날아라, 박씨!>에는 허를 찌르는 유머 코드들이 존재한다. 
  고전 작품인 ‘박씨부인전’에 등장하는 레베카, 지킬 앤 하이드 패러디와 팝송 ‘Sexy Back’의 재탄생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삼)베틀 위에서 벌어지는 Battle의 언어유희는 창작극이기 때문에 가능한 유머코드다.


 



ⓒ <날아라, 박씨> 공식 블로그


 


3. 분리되지 않는 2개의 이야기


  2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극 중 극 ‘박씨부인전’이 극의 감동을 해치지 않는 것은 두 주인공의 인생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추악한 허물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숨어 살던 박씨부인과 현실에 타협하느라 꿈을 버리고 주위를 맴돌던 여주의 과거.
  허물을 벗고 당당히 세상으로 나오는 박씨부인과 거짓말 같은 하룻밤의 공연으로 변화된 삶을 살게 된 여주의 현재.
  변화된 삶을 기대하고 즐기려는 이들의 미래.


  꿈과 희망이라는 공통된 가치는 두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된다.


 


4. 그들의 꿈은 현재 진행형


  <날아라, 박씨!>는 허황된 꿈으로 끝나지 않아 더 감동적이다.



  꿈같은 하룻밤의 공연이 끝나고 여주는 지루하던 일상에 활력을 얻고,무대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한 배우는 호랑이 연출의 칭찬 한마디에 용기를 얻고, 늘 무대에서 주목을 받던 여주인공들은 앙상블 배우들의 열정에 초심을 되찾는다.


 


  공연은 계속되고 모두 어제와 똑같이 노래한다.


 


세상 어제와 똑같은,
그러나 전혀 다른 세상
나 어제와 같은 나,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나
바로 이것이 그대 하나로 인한 기적-!


 


  ‘오늘도 석세스!’를 외치는 이들의 현재 진행형인 꿈은, 꿈을 잃은 이에게도,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이에게도, 꿈을 이룬 이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안겨 줄 것이다.


 






 


글. 오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