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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버그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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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r’s Talk

 


 

뮤지컬 <구텐버그>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꿈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곤 한다. 또 나이가 들수록 삶의 방향을 설정하게 될 때 ‘꿈’을 후 순위로 제쳐놓거나, 그 앞에 벽을 세우고 지레 겁먹고 주저 앉아 버리기도 한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우리가 잊고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이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초짜 뮤지컬 창작자 버드와 더그. 이 두 사람은 브로드웨이를 접해본 경험마저도 거의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쇄기 발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극적인 허구를 더해 그들만의 뮤지컬 한편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감히 브로드웨이 입성을 꿈꾼다. 보통 사람의 보편적인 틀 속에서 터무니없고 무모하다고 치부될지도 모르는 꿈. 바보같이 보일지도 모를 그 한가지 목표를 바라보며 분주하게 리딩공연을 준비한다.

 

  어느 하나 완벽하게 구색을 갖춘 것은 없다. 잠시 빌린 공연장과 세트, 허술하기 짝이 없는 최소의 소품들, 그리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대신할 한 대의 피아노와 연주자. 심지어 연기할 배우도 없어 20개가 넘는 배역을 소화하는 것 또한 온전히 버드와 더그 두 사람의 몫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두 사람은 무대에서 쓰일 소품을 세팅하고 동선을 체크한다. 그리고 시종일관 친절한 해설을 곁들이며 관객에게 대화를 건넨다.

 

  특히, 극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소재인 모자는 버드와 더그의 꿈에 살을 붙이고 호흡을 불어 넣는다. 배역이 적힌 모자를 여러 개 겹쳐 쓰거나, 재빠르게 바꿔 써가며 그들은 중세 독일마을 슐리머에 살고 있는 한 여인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무지를 이용하는 사악한 수도사가 되기도 한다.

 

  <구텐버그>는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과 손을 맞잡게 함으로써, 어느 것으로도 존재할 수 있고 어느 것이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의 길을 열어 둘 뿐 아니라 극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녹아 들게 한다.

 

  피아노 한 대의 선율이 주는 여백은 관객의 호흡으로 채워지고,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선보이는 두 사람의 연기와 노래는 이내 관객의 웃음으로 환원된다.

 

 

  이 작품을 계약할 프로듀서가 나타나든 나타나지 않든 그들에겐 중요치 않다. 자신들이 품었던 뮤지컬이란 꿈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이미 생애 최고의 날이다.

 

  그들은 꿈을 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관객에게 당장 꿈을 이루거나 그 어떤 것을 행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꿈 꾸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를 이야기 할 뿐.

 

  뮤지컬이 버드와 더그의 꿈을 찍어내는 인쇄기듯이, 이를 지켜본 이들의 가슴에는 저마다 왠지 모를 두근거림과 설렘이 찍혀나간다. 언젠가 꽃이 피길 기다리며 마른 땅에 물을 주는 것처럼 그렇게 꿈 앞에 한 걸음씩 다가가며 결코 멈추지 않을 버드와 더그.

 

  그들에게 보내는 관객의 진심 어린 박수는 아마도 두사람을 통해 반사된 자신의 삶과 잊고 산 꿈의 조각에 대한 격려이자 응원일 것이다. 

  “꿈꿔요 모두 함께” 라고 부르는 버드와 더그의 노래처럼, 하루하루 지쳐가는 자신의 삶도 행복해질 수 있길 바라면서…….

 


 


/Member

글 이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