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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 오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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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진 인셉션, 조작된 공포

<공동경비구역 JSA>

 

  올해 여름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독회를 가졌던 창작팩토리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3~4년을 준비한 작품이라는 말대로 완성도 있는 플롯과 탄탄한 스토리 때문에 조만간 무대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 작품이 대학로 뮤지컬센터 공간피꼴로 4층에서 일주일간의 짧은 공연으로 올라온다.

  13년 12월 7일에 개막한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아닌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를 원작으로 삼으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전쟁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는 여자로 나왔던 스위스 장교를 박상연 작가의 소설을 따라 베르사미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로 바꾸면서,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전쟁의 공포’가 사실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와 마찬가지로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는 소설 속에 나와 있는 대한민국의 이데올로기, 전쟁에 대한 학습된 공포 등의 여러가지 사회적 메시지가 빠진 채 오롯이 인간애적인 이야기만 담겨 있다. 영화에서 생략 되었던 원작 소설의 사회적 메시지, 화두를 계승하며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원작 소설 속에 언급된 여러가지 이데올로기에 대한 의문 중에서 ‘우리가 가진 전쟁의 공포는 과연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과연 우리는 자연스럽게 전쟁을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2009년에 국내에서 초연을 올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스프링어웨이크닝>에 나오는 대사 ‘수치심은 교육의 산물이다’처럼 교육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감정인 것일까?

  우리가 영화를 통해 잘 알고 있는 ‘지뢰 사건’을 통해 남한군와 북한군은 서로 우정을 쌓아 간다. 북한군 오경필이 남한군 김수혁을 살려준 이유는 인간애적인 연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군과 아군이라는 냉혹한 흑백논리가 필요한 전장에서 인간애는 작전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감정이다. 이 때문에 군대의 병사들은 이 인간애를 죽이기 위한 상대방을 오로지 죽여야 될 상대, 위험의 대상으로 인식시키는 훈련을 받게 된다. 이런 훈련을 받은 병사임에도 불구하고 야간수색에서 오경필이 적군인 김수혁을 살려준 이유는 오랜 휴전으로 인해 전쟁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오경필은 전시가 발발하면 언제고 냉혹한 군인이 될 수 있는 훈련 받은 군인이지만, 더불어 진짜 전쟁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교육과 현실을 구분할 줄 안다. 여러가지 작전에 투입돼 실제로 사람을 죽여 본 적 있는 오경필은 자신이 받은 훈련이 전쟁 발발시 혹은 작전 개시에만 사용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진짜 전쟁을 경험했던 이 군인에게는 지금의 휴전 상황이 ‘전쟁놀이’에 불과했고 진짜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말로만 듣던 적군을 처음으로 접하고 바짝 굳어 있는 김수혁과는 다르게 인간애에서 파생된 연민과 온정을 베푼다. 오히려 전쟁을 직접 겪어 보지 않은 김수혁은 왜 오경필이 교육 받은 대로 자신을 죽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우리들이 초중고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입성 할 때 좋은 성적을 가지면 좋은 곳에 입학할 수 있다는 판타지를 하지고 있는 것처럼, 군대에서 받은 교육으로 인한 전쟁에 대한 참혹한 이미지에 대한 판타지, 적군은 괴물일뿐 사람이 아니라는 판타지를 가지고 있어서 북한군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수혁은 북한군이 자신이 어릴 때부터 교육 받았던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교육을 통해 받아왔던 위협의 이미지가 깨지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오직 같은 인간으로만 보게 되어 인간대 인간으로써의 친교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오랜 세월 교육 받아 세뇌된 전쟁의 공포가 떠오르는 순간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눌 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개개인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국가라는 커다란 사회적 이념, 이데올로기 안에서 개개인의 사적인 감정은 무력화 된다. 국가라는 커다란 단체의 명령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는 군인이라는 그들의 특수한 위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극박한 상황이 연출되자 심연 속에 가라 앉아 있는 무의식에 각인된 공포가 되살아나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한 것이다.

  우정을 쌓던 남한군 김수혁, 남성식과 북한군 오경필, 정우진이 곧 전쟁이 일어 날 것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들린 오발탄 소리에 공포를 느끼고 총구를 당기는 내용을 담은 메인 플롯이 진행 되는 동안, 손전등을 비출 때만 먹이를 먹도록 훈련된 진돗개 백두의 이야기, 거제도 수용소에서 ‘미군이다’라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반응해 친동생을 죽인 베르사미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긴 서브 플롯이 이어지며 세 개의 이야기가 어느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삼층 구조를 지닌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는 우리가 가진 전쟁에 대한 공포, 이미지가 학습된 교육의 산물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과연 우리는 정말로 자연스럽게 철조망 너머의 그들을 두려워하고, 증오하고, 원망하게 된 것일까? 우리가 서울에서 대구, 대전, 광주, 부산등을 오가며 친척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이사를 다녔던 것처럼 전쟁이 나기 전에는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의 지역을 넘나들며 친척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이사를 다녔을 텐데, 우리는 왜 갑자기 아무런 이유없이 그들을 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일까?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사회에서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면서 최고의 실력으로 생각을 훔치는 도둑인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시키는 ‘인셉션’이라 불리는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 <인셉션>처럼 우리의 머릿속에는 전쟁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철조망 너머의 그들을 미워해야 한다는  ‘인셉션’이 심어진 것이 아닐까?

   ‘내 아버지는, 미군이다라는 외침에 미친듯이 친동생을 난자했습니다. 김수혁은, 오발탄 소리에 놀라 그렇게 좋아하던 정우진과 오경필에게 총을 쏘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미처 말하지 못해 죽음을 선택했죠. 김수혁을 애워싸던 군인들은 김수혁이 정말 천장을 향해 천천히 총알을 쐈는데도 김수혁에게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김수혁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총을 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군가, 머릿속에 무언가를 쑤셔 박아 놓고 건들면 터지도록 설계해 놓은 것인지, 결국 밝히지 못하고 떠납니다.’

  라고 말한 베르사미의 마지막 대사가 머릿속에서 도는 팽이 인셉션처럼 오랜동안 머릿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과연 우리의 분노는 진실인가?

  우리는 전쟁이라는 조작된 공포, 인셉션 안에 살고 있다.


 

글. 오윤희 기자(thtjftptkd@naver.com)
사진. 윤수경 기자(sky1100@hotmail.co.kr)